글·사진 배명재 기자 입력 2019.07.30. 21:44
[경향신문] ㆍ2011년 개통 익산~여수 전라선 굽은 길 많아 제 속도 못 내
ㆍ여수 주민, 광주~순천~여수로 노선 변경·시간 단축 요구
30일 오전 11시19분, 서울 용산역을 출발한 고속철도(KTX)가 종점인 여수엑스포역에 섰다. 3시간34분 만에 열차에서 내린 박모씨(42·서울)는 두 팔을 들어 기지개를 켜면서 “KTX를 3시간 반이나 타야 하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뒤따르던 정모씨(38·여수)는 “기차 안에서도 여수여행길이 너무 지루하고 고역스럽다는 말이 많았다”고 전했다.
KTX 서울~여수 구간 소요시간 단축을 호소하는 여수지역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관광객들도 “접근시간만 짧아지면 여수관광 만족도는 훨씬 높아질 것”이라며 힘을 싣고 있다. 현재 이 구간은 차종·정차역에 따라 3시간~3시간37분이 걸린다.
2012년 5월 여수세계박람회를 앞두고 전라선(익산~여수·180㎞) 철로를 고쳐 KTX를 개통했지만 여전히 굽은 길이 많아 제 속도를 내지 못하는 ‘무늬만 고속열차’다.
전라선이 지나는 지자체들이 내년에 수립되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2030년)에 직선화 사업 반영을 요구하고 있지만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이에 학계와 여수지역 경제단체들이 이 노선 KTX 열차 일부를 ‘서울~광주~순천~여수’ 철로로 다니도록 노선을 변경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호남선 구간 서울~광주 KTX 철로를 100분 달린 후 경전선(광주~순천) 구간을 거쳐 여수에 이르는 길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전남도청 방문 때 ‘차질 없는 경전선 전철화 추진’을 약속한 것도 힘이 됐다.
이들 단체는 여수·순천 이용객들이 절대 다수인 점을 고려해 중간 정차역을 대폭 줄이면 서울~여수 나들이를 2시간대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경전선 광주~순천 구간은 116.5㎞ 거리다. 굽잇길과 고갯길이 많아 2시간20분이나 걸린다. 지난해 8월 전철화사업 대상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기준치(0.5)에 0.01이 미달해 탈락했다.
하지만 지난 1월 정부가 경전선 전철화를 지역균형발전사업으로 꼽으며 예비타당성 재조사 대상으로 확정, 2025년까지 마무리하는 제3차 국가철도망구축사업에 포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서울~여수 KTX’ 일부 노선 변경을 처음으로 제안한 최창호 전남대 교수(경상학부)는 “철도 이용 관광객의 심리적 마지노선(인내 한계)이 2시간 이내라는 점을 정책적으로 배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아직 계획조차 세워지지 않은 전라선 직선화 사업을 기다리는 것보다 경전선 광주~순천 전철 노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관광객도 더 늘어나고, 접근 시간도 훨씬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수시민 주영환씨(47·중앙동)는 “매년 1000만명 이상이 찾는 관광지가 되면서 외지 차량이 몰려와 매일 교통대란을 겪고 있다”며 “관광객들이 고속철도를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 지금 같은 교통난은 덜게 될 것”이라고 했다.
글·사진 배명재 기자 ninapl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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