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원자력 잠수함은 안보의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이다."
요즘 국방부를 출입하는 기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책이 있다. 문근식 예비역 해군대령(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이 쓴 '문근식의 잠수함 세계'라는 책이다. 잠수함에 대한 초보적 상식에서부터 전문적인 사고가 필요한 내용까지를 모두 망라하고 있다.
해군 생활 32년 중 22년을 잠수함에서 보낸 그는 지난 2003년 핵추진잠수함 사업단장을 지낸 국내 잠수함 분야의 최고 권위자다.
그는 이 책에서 "원자력 잠수함은 강대국들의 전유물이 아니다"며 "안보의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이 원자력 잠수함을 꿈꾸는 것은 상대를 제압하거나 압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안보능력을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북한이 지난 24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500여㎞ 날려 보내는 데 성공하면서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자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국방부는 겉으로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실무적으로는 그 필요성을 검토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우리나라가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는 데는 몇 가지 장애요인이 있다. 핵잠수함 건조 기술력이 첫 번째고 핵연료의 안정적 확보가 두 번째 장애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무엇보다 '국가급 해상 전략무기'를 보유하겠다는 국가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원자력 기술 세계 5위 안에 드는 대한민국은 마음만 막으면 2~3년 안에 핵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핵연료로 사용되는 농축도 20% 미만의 우라늄도 국제시장에서 상용거래로 구매할 수 있고, 핵무기 개발 계획이 전혀 없음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당당히 보고하고 국제사회에 선포한 후 추진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문근식 국장에 따르면 노무현정부 당시 우리 군이 추진했던 핵추진 잠수함 건조계획에는 농축도 20% 미만의 우라늄을 핵연료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프랑스 1세대 핵추진 잠수함인 루비급(2천600t급)에 사용되는 수준이다.
핵연료는 자연 상태의 U-235를 20~90% 범위에서 농축해 사용한다. 원자로 내 핵분열에 의해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이용해 움직이는 것이 핵추진 잠수함이다.
미국의 로스엔젤레스급(6천t급) 핵잠수함은 농축도 40%의 우라늄을, 시울프급(9천t급)과 버지니아급(8천t급)은 농축도 90%의 우라늄을 핵연료로 사용하는 데 퇴역 때까지 핵연료를 교환하지 않아도 된다.
농축도 20% 우라늄은 IAEA 규정상 저농축 우라늄으로 분류되며 국제시장에서 상용으로 거래되는 수준이다. 이 정도면 핵무기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수준인 95%에 훨씬 못 미친다.
노무현정부 당시 핵추진 잠수함 건조계획이 공개되자 IAEA는 한국의 우라늄 농축계획 경위를 추궁했고 결국 압력에 굴복해 추진이 중단된 바 있다.
핵잠수함은 평균 20~25노트(시속 40㎞)로 움직이는 데 이 속도로 지구를 한 바퀴 도는데 40여 일이 걸린다. 평균 6~8노트(시속 12㎞)인 디젤 잠수함은 140여일이 소요된다.
문근식 국장은 "달리는 속도로 말하자면 원자력 잠수함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포르쉐라고 한다면 디젤 잠수함은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군용 지프 정도"라고 말했다.
일본은 첫 원자력선 무쓰(8천200t급)를 제작해 운용한 경험이 있으므로 선박용 원자로 제작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원자력 상선 실용화 계획에 따라 1974년 8월 일본 원자력 연구소가 1천억엔 이상의 거액을 들여 아오모리(靑森)현 무쓰시 오미나토(大湊)항에서 진수했다.
IAEA 감시하에 1992년 3월부터 1년간 실험 항해를 했다. 항해 목적은 '원자력의 해양 이용방안 연구'였지만 일본은 이 항해를 통해 소형 원자로 기술과 함께 운용 기술을 습득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즉시 핵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세계적으로 핵잠수함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인도 뿐이다.
2014년 기준으로 미국은 탄도미사일 핵잠수함(SSBN)인 오하이오급(1만8천t급) 14척, 전술유도탄 핵잠수함(SSGN) 45척, 전술 핵잠수함(SSN) 14척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전략 핵잠수함(SSBN) 4척과 핵잠수함(SSN) 5척이 있다. 러시아는 전략 핵잠수함(SSBN) 12척과 SSGN 9척, SSN 17척을 운용 중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원자력 잠수함을 보유한 강대국들은 완행열차가 아닌 KTX의 속도로 이동하며 바닷속 그들이 원하는 곳에서 상대국의 주요 목표물을 정밀 타격할 수 있도록 조준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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