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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떠오른 핵잠수함, ‘고래’ 잡으려다 ‘평화’ 잡을라

大韓民國 國土防衛

by 석천선생 2018. 12. 17.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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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9-27 13:52수정 :2017-09-2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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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_한-미 핵잠수함 도입 논의 물꼬
성능 얼마나 뛰어난가
디젤, 산소공급 위해 수면 부상
핵추진, 얼마든 잠항할 수 있어
디젤보다 소음 심해 발각 우려
미 첨단잠수함만 저소음 능력

만들 능력 갖췄나
“잠수함 독자설계 기술 쌓였고
소형 원자로 개발한 경험 있어”
”디젤→핵 엔진만 바꾸는 게 아냐
핵잠수함 설계능력 갖추지 못해”

비핵화 선언 위반 아닌가
‘핵, 평화목적에만 이용’에 위배
핵연료도 미 불허땐 확보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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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위기는 ‘핵’에서 출발해 ‘핵’으로 모아진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응전’ 차원에서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론이 한참 들끓다가 청와대의 부인으로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자 이젠 핵추진잠수함(줄여서 ‘핵잠수함’)이 도마에 올랐다. 핵잠수함 보유론은 작년에도 제기됐다. 그때와 달라진 점은 집권자의 의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핵잠수함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며 의욕을 보였다. 지난달 7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핵잠수함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도 지난달 30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핵잠수함 도입 필요성을 설파한 것으로 전해져 물밑 교섭이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핵잠수함은 두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낳는다. 핵잠수함 보유가 가능한가? 또 우리에게 얼마나 필요한가?

핵잠수함, 빠르지만 시끄럽다

핵추진잠수함은 원자력을 동력원으로 삼는 잠수함을 말한다. 핵추진잠수함은 SSN(Submersible Ship Nuclear)으로, 핵미사일을 탑재하는 전략핵잠수함 SSBN(Submersible Ship Ballistic Missile Nuclear)과 구별된다. 핵잠수함의 필요성은 북한이 지난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개발에 나서면서 본격 대두했다. 북한은 지난해 여러 차례 이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고, 탄도미사일 발사관 1기를 장착한 배수량 2000t의 고래급(신포급) 잠수함도 건조했다. 북한이 고래급 잠수함을 몰래 동해나 남해를 거쳐 남한의 후방으로 보내 미사일을 발사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핵잠수함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됐다. 우리 군 핵잠수함이 미사일을 탑재한 북한 잠수함을 추적하다가 미사일을 쏠 조짐이 보이면 먼저 격추하자는 구상이다. 굳이 핵잠수함이 대안으로 거론된 것은 북한 잠수함을 추적·감시하려면 장시간 잠항 능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재래식 디젤 잠수함은 물속에서 축전지에 충전된 전기로 움직인다. 그러다 전기가 떨어지면 디젤엔진을 돌려 다시 축전지를 충전한다. 그러나 디젤엔진 가동에는 공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엔진을 돌릴 때마다 물 위로 공기 흡입구(스노클 마스트)를 올려 공기를 흡입해야 한다. 이를 ‘스노클’이라고 하는데, 디젤 잠수함은 이때가 가장 취약하다. 잠수함이 수면 가까이 부상해야 하고 엔진 소음이 나기 때문에 적에게 발각될 가능성이 높다. 잠수함 함장 출신인 문근식 예비역 대령은 <문근식의 잠수함 세계>라는 책에서 “정상 작전 시 평소에 축전지를 70% 이상 유지해야 하므로 최소한 하루에 두 번 이상 스노클 항해를 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현재 해군이 보유한 209급(배수량 1200t) 잠수함 9척은 모두 이런 방식의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이다.

재래식 잠수함도 최근엔 연료전지 등 ‘공기불요추진체계’(AIP·Air Independent Propulsion)를 도입해 스노클 횟수를 크게 줄였다. 해군이 지난해 3월 발간한 ‘간편 해군 가이드북’엔 “공기불요추진체계를 탑재하면 잠항시간을 2~3주 연장시킬 수 있다”고 돼 있다. 해군은 이런 ‘공기불요추진체계’를 장착한 214급(배수량 1800t) 잠수함을 5척 운용하고 있으며, 2019년까지 9척을 확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시스템도 스노클이 필요하다.

반면 핵잠수함은 원자로 가동에 산소가 필요 없기 때문에 스노클이 필요 없어 사실상 무제한 잠항이 가능하다. 핵잠수함 도입론자들은 반드시 핵잠수함이라야 북한 해군기지 근처를 들키지 않고 지킬 수 있다고 말한다. 또 핵잠수함은 일반 항해속도가 대략 20노트(시속 37㎞)로, 10노트(시속 18.5㎞)를 넘지 않는 재래식 잠수함보다 빠르다. 문근식 예비역 대령은 <왜 핵추진잠수함인가>라는 책에서 “핵추진잠수함은 디젤 잠수함보다 월등한 은밀성과 기동성을 갖추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적에게 비수를 들이대는 유일한 무기”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핵잠수함의 능력이 과장됐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핵잠수함은 디젤 잠수함에 비해 소음이 심하다. 소음이 심하면 소나(음파탐지기)의 탐지능력이 떨어져 적 잠수함을 추적하기 어려워지고, 발각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에 대해 문근식 예비역 대령은 26일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세미나에서 “소음저감장치가 개발돼 1980년대부터 핵잠수함의 소음은 디젤 잠수함 소음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214급 손원일함 함장 출신인 최일 예비역 대령은 지난해 10월 한 세미나에서 “미국은 시울프급으로 속력과 정숙성을 현저하게 향상시켰지만, 대신 1척을 만드는 데 8년여가 걸리고 3척 건조엔 73억달러가 들었다”며 “핵잠수함을 계속 건조해온 미국도 핵잠수함의 정숙성 향상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조용한 핵잠수함은 일반적인 것이 아니며, 첨단 기술과 고비용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잠수함 함장 출신의 예비역 인사는 “적의 잠수함 추적에는 더 조용해야 하며 탐지능력과 기동성이 더 우수해야 하는 등 3박자가 필요하다. 핵잠수함은 이 중 기동성에서만 유리하다”고 말했다.

한정된 국방예산에서 핵잠수함이 우선순위?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5월 국내 독자설계한 3000t급 잠수함(사업명 장보고-Ⅲ)의 첫 기공식을 열었다. 잠수함 독자설계는 수십년 동안 독일의 기술지원으로 209급(1200t)·214급(1800t) 잠수함을 10여척 건조하며 기술을 축적해온 결과다. 한국은 핵잠수함에 필요한 소형 원자로를 개발한 경험도 있다. 러시아의 기술지원으로 해수담수화용 소형 일체형 원자로인 ‘스마트 원자로’(열출력 330㎿)와 이를 5분의 1 규모로 축소한 실증로인 ‘스마트-P’(열출력 65㎿)를 개발한 사례가 있다. 당시 스마트 원자로 개발에 참여했던 김시환 글로벌원자력전략연구소장은 지난해 11월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원자력연구소가 이미 2004년 핵추진잠수함용 원자로 기본설계를 마쳤다. 국가 지도자가 결심만 하면 2년 안에 원자로를 제작해 잠수함에 장착할 만반의 태세를 갖췄다”고 밝힌 바 있다. 문근식 예비역 대령은 지난해 10월 국방안보포럼·대한민국잠수함연맹 공동 주최 세미나에서 “원자로 독자설계와 잠수함 건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핵잠수함 건조를 국책사업으로 정하고 총력 외교를 펼치면 8~10년 안에 건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방사청은 2020년대 말까지 3000t급 장보고-Ⅲ 잠수함 9척을 3척씩 나눠 순차적으로 건조할 계획이다. 방사청은 앞의 6척(배치-Ⅰ·배치-Ⅱ)의 추진체를 디젤-전기로 확정했으나, 나머지 3척(배치-Ⅲ)의 추진체에 대해선 “추후 결정하겠다”며 함구하고 있다. 방사청이 이들 나머지 3척에 핵추진체를 탑재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잠수함 기술은 초보 수준으로, 핵잠수함 건조 준비가 미흡하다는 반론이 있다. 재래식 잠수함에서 추진체계만 원자로로 바꾼다고 핵잠수함이 되는 게 아니다. 깊은 심도에서 장기간 고속 운항하는 핵잠수함의 작전요구 능력에 맞게 전혀 새로운 잠수함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익명의 전문가는 “설계는 마쳤으나 건조도 못 해본 잠수함도 많고 시운전 중 결함이 발견돼 취역도 못 한 잠수함도 많다. 3000t급 재래식 잠수함 설계 경험만으로 핵잠수함 건조 기술력이 확보됐다고 믿는 것은 착각”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또 “브라질은 2008년 핵잠수함 건조 계획을 발표했지만 첫 잠수함은 2023년이 돼야 나온다. 치밀한 계획 없이 나섰다가는 시행착오만 거듭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건조 비용도 논란이다. 문근식 예비역 대령은 “한국형 핵잠수함과 유사한 크기 및 성능인 프랑스의 뤼비급(2713t) 핵잠수함이 1조5000억원이고 바라쿠다급(5200t급)이 1조7462억원”이라며 “3000t급 ‘장보고-Ⅲ 배치-Ⅰ’ 잠수함 건조비 8000억원의 2배인 1조6000억원이면 핵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보다 더 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장보고함 함장 출신인 이진규 예비역 대령은 최근 언론 기고에서 “1척당 2조원가량의 건조비와 첨단 기술이 요구되고 운영·유지비용도 크다”고 밝혔다. 방사청은 실제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의 건조비용을 배치-Ⅰ보다 3000억원이 많은 1조1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어 핵잠수함의 건조비도 2조원대를 넘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핵잠수함 운용을 위해선 따로 운전실습용 원자로도 필요하며 나중에 폐로에 따른 비용도 예상되는 만큼 추가적인 비용 지출이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지난해 10월 언론 기고에서 “북한의 핵 위협 중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가장 위험한 것은 아니다. 국방예산 제한으로 우선순위를 설정한다면 도시 거주 국민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패트리엇 미사일을 추가 도입하거나 장거리 및 중거리 대탄도탄미사일을 조기 개발하는 것보다 핵추진잠수함이 우선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가지 규제’ 넘을 수 있나

‘핵확산금지조약’(NPT)은 핵잠수함에 대해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 다만 핵잠수함의 원자로에 쓰이는 농축 우라늄 등 핵물질은 원칙적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세이프가드) 대상이다. 국제원자력기구와 안전조치 협정을 맺어 핵무기 제조 등 군사적 전용 방지를 위한 모니터링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국제원자력기구 규정은 이들 핵잠수함 원자로가 ‘금지되지 않은 군사활동용’으로 지정될 경우 국제원자력기구의 안전조처 대상에서 제외될 여지도 남겨놓고 있다.

그러나 1991년 12월 남북 사이에 체결된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은 핵잠수함 추진에 결정적인 걸림돌이다. 공동선언 2조는 “남과 북은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한다”며 군사적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북한이 이미 6차 핵실험까지 한 상황에서 공동선언에 얽매일 필요가 있냐는 반론도 있지만, 공동선언이야말로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라는 의견도 많다. 핵잠수함 원자로의 연료인 농축 우라늄 확보도 만만찮다. 한국은 농축시설이 없으며, 미국의 동의가 없는 한 앞으로도 갖기 어렵다. 2015년 4월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 제11조는 한국에 ‘20% 미만의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한-미 간 서면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못박고 있다. 또 13조는 핵물질 등이 “어떠한 군사적 목적을 위해서도 이용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근식 예비역 대령은 “우리나라 핵잠수함의 핵연료로 우라늄 농축 20% 이하인 저농축 우라늄을 쓰면 국제 시장에서 상업적으로 구매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국제 시장에서 군사적 용도의 농축 우라늄 거래는 선례가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구매가 가능할지 속단하기 이르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812704.html#csidx204cf9a80096c0a908515460921c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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