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조사 구간뿐만 아니라 경의선→동해선 이동과 남쪽 귀환 과정에서 북쪽 철도를 이용해야 해서다.
남북의 철도 통신·신호체계가 달라 판문역에서 남쪽 객화차 6량을 북쪽 기관차에 연결하고, 북쪽 객화차 3량을 이어 붙여 공동조사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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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간 경의선→동해선 1200km 북 기관차가 남 6량·북3량 끌어 남 열차, 북 동해선·평라선 운행은 남북 철도 분단 이후 처음
[한겨레]
남북 철도 연결·현대화를 위한 북쪽 구간 공동조사 사업이 30일부터 18일간 진행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다짐한 ‘연내 착공식’도 가시권에 들어섰다. 공동조사는 한반도 종단 철도 연결·현대화와 ‘동북아 철도 공동체’라는 두개의 꿈의 현실화를 향해 첫걸음을 뗀다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 비핵화-관계정상화를 둘러싼 북·미의 신경전으로 한반도 정세에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남북이 핵심 협력사업 진행에 뜻을 모았다는 점에서 ‘남북관계에 역진은 없다’는 메시지 발신의 성격을 지닌다.
통일부는 28일 “경의선은 개성~신의주 구간을 30일부터 12월5일까지 6일간(약 400㎞), 동해선은 금강산~두만강 구간을 12월8일부터 17일까지 10일간(약 800㎞)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공동조사 구간은 경의선→동해선 순으로 모두 1200㎞다. 하지만 남쪽 열차가 실제 달릴 북쪽 철도 구간은 2600㎞에 이른다. 공식 조사 구간뿐만 아니라 경의선→동해선 이동과 남쪽 귀환 과정에서 북쪽 철도를 이용해야 해서다. 공동조사에 투입될 남쪽 열차의 이동 경로는 서울역→도라산역→(군사분계선)→판문역→신의주역→택암역(평양 인근)→(경의선→동해선 이동)→안변역→두만강역→원산역→판문역→도라산역→서울역이다. 북쪽의 주요 철도 노선 대부분을 남쪽 열차가 분단 이후 처음으로 달리게 되는 셈이다. 다만 국토교통부·통일부·한국철도공사(코레일)·한국철도시설공단 등의 실무진 28명으로 이뤄진 남쪽 조사 인원은 경의선·동해선 구간에서만 열차에 탑승한다.
동해선 철도남북출입사무소가 있는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사천리 제진역 남쪽 철도 중단점. 뒤로 금강산 방향 풍경이 보인다. 고성/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남쪽 열차가 북쪽의 경의선 이외의 동해선·평라선 구간을 달리는 건 1945년 9월11일 남북 철도 분단 이후 처음이다. 앞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경의선 철도를 이용해 남북 공동응원단을 보내기로 한 10·4 정상선언 합의에 따라 2007년 12월12~18일 남쪽 열차로 서울역에서 신의주까지 시험운행을 딱 한번 했다. 또한 남쪽 도라산역과 북쪽 판문역 간에 화물열차가 2007년 12월11일부터 2008년 11월28일까지 주 5회 간격으로 운행되다 중단됐다.
공동조사에 나설 남쪽 열차는 기관차+객화차 6량이다. 디젤기관차에 유조차(5만5000ℓ)-발전차(300㎾)-객차(72석)-침대차(2층/28석)-침식차(사무/세면)-물차로 구성된다. 남북의 철도 통신·신호체계가 달라 판문역에서 남쪽 객화차 6량을 북쪽 기관차에 연결하고, 북쪽 객화차 3량을 이어 붙여 공동조사에 나선다.
정부는 남북 철도 현대화 사업의 중요성을 고려해 30일 오전 남쪽 최북단인 도라산역에서 통일·국토부 장관과 국회 외교통일위·국토교통위·경협특위 위원 등이 참여한 가운데 ‘환송 행사’를 연다.
통일부는 “공동조사 이후 기본계획 수립, 추가 조사, 설계 등을 진행해 실제 공사는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따라 추진할 것”이라며 “착공식을 연내 개최하는 문제를 북쪽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연철 통일연구원 원장은 “북·미의 신경전에 따른 정세 교착과 대북 제재에 대한 미국 정부의 원칙적 태도라는 난관을 뚫고 철도 공동조사를 성사시켰다는 건 의미가 크다”고 짚었다. 김 원장은 “한반도 철도 연결은 물론 동북아 철도 공동체의 첫걸음을 떼는 것”이라며 “우선은 철도 연결에 의미를 두고 중장기적으로는 남북관계 발전의 현실과 형편에 맞게 진전시키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한편,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약제 50t을 임상섭 산림청 산림산업정책국장 등 15명의 산림전문가가 29일 경의선 육로로 방북해 북쪽에 전달하고, 개성 인근 소나무 숲의 병해충 피해 현장 공동방제와 남북 전문가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통일부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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