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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무역전쟁 최후 버팀목.. 중국 내수가 무너진다

中國 동향

by 석천선생 2018. 11. 14.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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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새롬 입력 2018.11.14. 17:56 수정 2018.11.14. 18:49  

     

10월 中 소매판매 증가율 ↓
자동차·문화생활·술 판매 줄어
광군제도 전년대비 증가세 둔화
중국 정부 소비진작 정책 어디로
리커창 총리가 아세안 회의 참석에 앞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인 란후(29)는 베이징에 사는 건축가다. 칭화대를 졸업하고 전문직 일자리를 갖고 있지만, 월급의 절반 이상을 월세 내는 데 쓴다. 그는 “한 달 집세 4000위안(약 65만원)을 내고 남는 돈으로 생활하다 보니 외식비나 여가비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면서 “한마디로 ‘가방끈 긴 파산자’가 됐다”고 말했다. 중국 언론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베이징과 같은 대도시(1선 도시) 근로자 평균 월급은 8000위안(약 130만원) 선이다.

중국인들의 ‘소비 파워’가 무너지고 있다. 꺾이지 않을 것 같던 대륙의 구매력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는 양상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과의 무역전쟁 이후 소비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지난달 중국 소매판매 성장률이 전망치를 밑돌면서 정책 추진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료: 중국 국가통계국

중국 국가통계국은 10월 소매판매액이 지난달보다 8.6% 증가한 3조5534억 위안(약 580조원)을 기록했다고 14일 발표했다. 지난 5월(8.5%) 이후 5개월 만의 최저 증가율이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가의 의견을 취합해 중국 소매판매가 지난달 증가율(9.2%) 선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지표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중국 내수 시장의 급격한 소비심리 위축이 확인됐다.

소매판매 감소는 자동차(-6.4%), 문화 및 사무용품(-3.3%), 술·담배(-1.2%) 등에서 두드러졌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소비항목부터 허리띠를 졸라매는 현상이다. 실제 10월 중국 자동차판매(238만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7% 급감했다. 지난달 중국 증시의 ‘황제주’로 꼽히는 바이주(白酒) 업체 마오타이는 올해 3분기 순이익 증가율이 지난해(138.5%)와 비교하면 바닥 수준인 2.7%라고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특히 란후와 같은 대도시 근로자들이 급격한 소비 위축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면서 가처분소득 대비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현상이 팽배한다고 분석한다. 지난달 중국의 신규 주택 구매 증가율은 6개월 새 최저치로 떨어졌다. 시중 자금 유동성에는 더욱 급격한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3일 중국인민은행은 10월 위안화 신규대출액(6970억 위안)이 9월(1조3800억 위안)의 절반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매체들은 축제 분위기였던 지난 11일 광군제를 소개하며 중국이 여전히 소비 대국이라고 주장한다. 알리바바가 주도하는 광군제는 ‘솽스이(雙十一·쌍십일)’, ‘싱글 데이’로도 불리는데 중국인들에게 ‘블랙 프라이데이’와 같은 연중 최대 쇼핑 행사이다. 올해 광군제 하루 매출액은 2135억 위안(약 34조708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7% 증가했다. 알리바바에서만 총 310억 달러(약 35조원)어치가 팔려나가며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 11일 광군제 세일 시작 3분1초 만에 매출액 100억 위안 돌파를 나타낸 전광판 모습. [연합뉴스]

파티를 성대하게 치렀지만, 그 성장세가 확연히 꺾인 건 사실이다. 전년 대비 광군제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해(39.3%)와 비교해 10%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광군제 이면에 위축된 소비심리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불경기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싼값에 필요한 물건을 건지려고 할인 시즌을 노린다는 해석이다.

문제는 중국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소비에 의존하고 있다는 데 있다. 무역전쟁으로 기업활동이 위축된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내수 소비 진작을 유일한 탈출구로 인식하고 관련 정책을 쏟아냈다. 지난 7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내수 확대를 강조한 뒤 올해 세금 및 비용 감면 목표치를 총 1조1000억 위안(약 182조9400억원) 규모로 설정한 게 대표적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산업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동차 소비세율을 현행(10%)의 절반인 5%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수출 둔화를 각오하고 무역전쟁 장기화에 대비했던 중국 정부는 이제 미국과 대화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내수 전망이 밝지 않아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노무라증권 중국 전문가인 팅 루를 인용해 “중국 소매판매는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나타내는 선행지표”라면서 “내년 상반기에는 (소매판매) 증가율이 더 급격히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리커창 총리는 13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연례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해 “경제가 하방압력을 받고 있지만, 대규모 부양책에 의지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과의) 협상이 이뤄져 양측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해법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소비를 제외한 나머지 중국 경제지표는 혼조세다. 중국의 10월 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증가하며 전달차(5.8%)와 시장전망치(5.7%)를 다소 웃돌았다. 올해 들어 10월까지의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5.7%로 9월 집계치(5.4%)보다 약간 올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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