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새롬 입력 2018.11.14. 17:56 수정 2018.11.14. 18:49
중국인들의 ‘소비 파워’가 무너지고 있다. 꺾이지 않을 것 같던 대륙의 구매력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는 양상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과의 무역전쟁 이후 소비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지난달 중국 소매판매 성장률이 전망치를 밑돌면서 정책 추진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매판매 감소는 자동차(-6.4%), 문화 및 사무용품(-3.3%), 술·담배(-1.2%) 등에서 두드러졌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소비항목부터 허리띠를 졸라매는 현상이다. 실제 10월 중국 자동차판매(238만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7% 급감했다. 지난달 중국 증시의 ‘황제주’로 꼽히는 바이주(白酒) 업체 마오타이는 올해 3분기 순이익 증가율이 지난해(138.5%)와 비교하면 바닥 수준인 2.7%라고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특히 란후와 같은 대도시 근로자들이 급격한 소비 위축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면서 가처분소득 대비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현상이 팽배한다고 분석한다. 지난달 중국의 신규 주택 구매 증가율은 6개월 새 최저치로 떨어졌다. 시중 자금 유동성에는 더욱 급격한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3일 중국인민은행은 10월 위안화 신규대출액(6970억 위안)이 9월(1조3800억 위안)의 절반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매체들은 축제 분위기였던 지난 11일 광군제를 소개하며 중국이 여전히 소비 대국이라고 주장한다. 알리바바가 주도하는 광군제는 ‘솽스이(雙十一·쌍십일)’, ‘싱글 데이’로도 불리는데 중국인들에게 ‘블랙 프라이데이’와 같은 연중 최대 쇼핑 행사이다. 올해 광군제 하루 매출액은 2135억 위안(약 34조708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7% 증가했다. 알리바바에서만 총 310억 달러(약 35조원)어치가 팔려나가며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문제는 중국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소비에 의존하고 있다는 데 있다. 무역전쟁으로 기업활동이 위축된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내수 소비 진작을 유일한 탈출구로 인식하고 관련 정책을 쏟아냈다. 지난 7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내수 확대를 강조한 뒤 올해 세금 및 비용 감면 목표치를 총 1조1000억 위안(약 182조9400억원) 규모로 설정한 게 대표적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산업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동차 소비세율을 현행(10%)의 절반인 5%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수출 둔화를 각오하고 무역전쟁 장기화에 대비했던 중국 정부는 이제 미국과 대화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내수 전망이 밝지 않아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노무라증권 중국 전문가인 팅 루를 인용해 “중국 소매판매는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나타내는 선행지표”라면서 “내년 상반기에는 (소매판매) 증가율이 더 급격히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리커창 총리는 13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연례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해 “경제가 하방압력을 받고 있지만, 대규모 부양책에 의지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과의) 협상이 이뤄져 양측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해법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소비를 제외한 나머지 중국 경제지표는 혼조세다. 중국의 10월 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증가하며 전달차(5.8%)와 시장전망치(5.7%)를 다소 웃돌았다. 올해 들어 10월까지의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5.7%로 9월 집계치(5.4%)보다 약간 올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중국, 미국에 맞서 남중국해 해군력 강화 박차 (0) | 2018.11.20 |
---|---|
中 달러빚 3조 달러, 경제 붕괴의 시간폭탄 될 수도 (0) | 2018.11.16 |
日, 동중국해 EEZ서 대형 측량선 투입 첫 조사활동 (0) | 2018.11.14 |
"내년엔 중국 불확실 더 심화..외환위기 수준 외화부족 가능성" (0) | 2018.11.14 |
흔들리는 중국 경제, 시진핑도 위험하다 (0) | 2018.11.14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