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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 공화국①] "김앤장은 또 하나의 정부

사회생활속 화제들

by 석천선생 2018. 11. 12.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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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의 기자 입력 2018.11.12. 16:13       

1조 매출 '김앤장'의 막강 파워 "행정부·국회·청와대 출신 세트로 움직이는 '스핀 닥터'"

“김앤장 손잡고 진다면, 어차피 질 소송이었던 거다.”(대기업 법무팀 실장)

“김앤장은 어떻게 하면 덜 다치고 더 얻을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안다.”(전 차장검사)

“김앤장은 돈과 힘을 믿지 정의를 모른다.”(시민단체 간사)

대한민국에서 법률사무소 ‘김앤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누군가에겐 영웅이지만, 누군가에겐 악당이다. 지난해 1조원 매출을 올리며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 최고의 로펌 반열에 올랐지만, 최근에는 일본 전범기업의 재판을 돕고 피해자를 양산한 ‘불공정 기업’의 변호를 맡았다는 이유로 비난의 한복판에 서기도 했다. 검사들이 상대하기 꺼려 하는 로펌이지만, 그런 검사들이 관복을 벗고 가장 많이 향한 로펌도 김앤장이다.

과연 ‘두 얼굴의 김앤장’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시사저널은 김앤장의 전·현직 변호사들과 그들을 상대해 본 관료들, 김앤장의 고객이었던 대기업 법무팀 관계자들, 김앤장을 감시해 온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인터뷰했다. 그들이 들려준 김앤장의 민낯은 마치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작은 행정부’에 가까웠다. 시사저널과 만난 김앤장의 한 변호사는 “행정부·국회·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하나의 세트(set)가 돼 움직이는 ‘스핀 닥터’(고위직의 위기대처 전문가)가 바로 김앤장”이라며 “한국에서 재판까지 가기 전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는 유일한 로펌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앤장 본사가 위치한 서울 내자동 세양빌딩 1층 간판 앞을 방문객이 지나고 있다. ⓒ 뉴스뱅크이미지



‘1조’ 쥔 공룡 로펌…인재 영입에 혈안

김앤장에는 경기 불황도 남 얘기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대기업들이 줄줄이 역신장하고 있는 가운데, 김앤장은 어느새 1조원 매출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 법률전문지 아메리칸 로이어(The American Lawyer)가 발표한 ‘2018 세계 100대 로펌(2018 The Global 100)’ 자료에 따르면, 김앤장은 지난해 8억7000만 달러(약 977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이는 2017년 매출인 7억4100만 달러(약 8322억원) 대비 17%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전 세계 로펌 가운데 5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우리나라에서 매출 기준 100대 로펌에 이름을 올린 곳은 김앤장이 유일하다.

소속된 변호사 개인이 가져가는 수익도 적지 않다. 지난해 기준 김앤장의 ‘PEP(Profits per Equity Partner·지분파트너 1인당 순이익)’는 133만1000달러(약 15억원)로 세계 55위에 해당한다. 지분파트너(EP·Equity Partner)란 대기업 임원에 해당하는 직위로, 소속 로펌의 지분을 갖고 사건 수임·총괄 업무를 진두지휘하는 ‘로펌의 간판 변호사’를 뜻한다. 즉, 지분파트너가 많은 몫을 챙겨가는 로펌일수록 고급인재 영입에서 유리한 위치에 올라설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현재의 김앤장을 나타내는 수많은 지표들은 김앤장이 국내뿐만이 아닌 전 세계 변호사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인’ 회사인지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김앤장은 그렇게 끌어들인 인재들로 압도적인 ‘맨 파워(Man power)’를 과시하고 있다. 실제 김앤장의 인재 구성은 ‘소수정예 부대’보다는 ‘다국적 연합군’에 가깝다. 지난달 기준 김앤장의 소속 변호사는 총 933명(외국변호사 포함)으로 나타났다. 내부 관계자 전언에 따르면 이 중 70% 정도가 한국 변호사이며, 나머지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외국인 변호사들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로펌에 소속된 변리사·회계사가 100명을 넘어섰으며, 위원·고문도 100명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즉, 관리자가 아닌 실제 업무에 투입돼 ‘법(法) 전쟁’을 벌일 수 있는 병력이 1000명을 넘어선 셈이다.

김앤장 소속 A변호사는 “5년 전만 해도 김앤장에 소속된 ‘프로(변호사·회계사·변리사 등 실무진)’들이 200~300명 수준이었다. 당시에는 프로 1000명 시대라는 건 생각하지도 못했다”며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양적 확대 정책이 시행되기 시작했다. 경쟁 로펌이나 다른 업계에서 넘어오는 이들이 점점 늘더니, 이제는 내부 인원들도 소속팀이 다르면 서로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인재 영입 폭이 넓어지면서, 김앤장의 ‘서울대 순혈주의’에도 금이 가고 있다. 과거 김앤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서울대 법대나 경제학과 등 최고의 대학과 학과를 나와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었다. 다만 2012년 로스쿨의 첫 졸업생이 배출된 이후부터 비(非)서울대 출신 신입 변호사들이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게 관계자 전언이다. ‘김앤장 변호사=서울대’라는 공식은 옛말이 됐다는 얘기다.

최근까지 김앤장에서 일했다는 B변호사는 “10년 전만 해도 어느 학교를 배제하는 학벌주의 탓이 아니라, 들어오는 문 자체가 좁다 보니 대부분이 S(서울대)였다. 그래서 김앤장에 고대 출신, 성대 출신 변호사들이 들어오는 게 떠들썩한 뉴스가 되던 시절도 분명 있었다”며 “로스쿨 도입 이후에는 출신 학교들이 다양해졌다. 별게 아닐 수 있지만, 김앤장에 오래 몸담아 온 프로들에게는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고 전했다.

다만 ‘인재 영입’만으로 김앤장의 장기 독주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세계화 추세와 맞물려 전체 법률시장의 파이(pie)는 커지고 있고, 이 덕에 각 로펌에 공급되는 인재풀(pool)의 양과 질은 모두 늘었다. 변호사 수를 늘리는 게 비단 김앤장만의 전략은 아니란 얘기다. 또 이 틈바구니에서 김앤장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펌도 생겨났다. 그럼에도 유독 재벌가를 비롯한 권력층의 소송 의뢰가 김앤장으로 쏠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2016년 5월17일 서울 종로구 김앤장 본사 앞에서 열린 ‘김앤장 가습기 살균제 사건 진상규명’ 기자회견 모습(위 사진). 2017년 8월12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강제징용 노동자상 제막식’ ⓒ 시사저널 고성준·최준필



김앤장의 전·현직 변호사들은 김앤장의 힘이 한국판 ‘관시(關系·관계나 인맥을 뜻하는 중국어)’에서 나온다고 입을 모았다. 김앤장에서 국내 대기업 소송을 대리했던 C변호사는 “김앤장은 가성비가 떨어지는 로펌이다. 비싸다. 그럼에도 김앤장을 쓰는 이유는 그것이 대한민국에서 문제를 풀어내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김앤장의 대정부 릴레이션십(relationship·관계)은 따라올 경쟁자가 없다. 김앤장의 힘은 변호사가 아닌 행정부·국회·청와대 출신들에게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예컨대 공정거래팀에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출신 고문과 위원이 적어도 50명 넘게 있다. 작은 공정위다. 10~20년 일한 OB(Old Boy·업계 선배)들이 몇십 명 있다. 만약 공정위가 어떤 사건을 맡더라도 이 50명 중 한 명은 해당 사건의 담당자와 막역하다. 로비라고 할 것도 없다. 이미 친했던 사이라 불법적인 청탁마저 무의미해지는 것”이라며 “공정위 담당 사무관이 특정 사건을 A로 인지하는지 B로 인지하는지에 따라 죄의 중함이 달라진다. 여기에 추가 조사 여부 및 외부 공개 여부 등도 달라진다. 이 모든 게 관계만으로도 해결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김앤장은 각 분야별로 실무능력과 화려한 커리어를 모두 갖춘 전직 관료들을 포진시켰다. 일례로 준법경영팀에는 법무부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외사부에 근무할 당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반부패협약 체결 과정에서 한국 실무단 대표로 참여한 최명석 변호사를 영입했고, 공정거래팀에는 공정위 카르텔자문위원과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위원 등을 지낸 정영진 변호사를 영입했다. 반대로 김앤장 변호사가 정부 핵심 인사로 들어가는 일도 잦다. 박근혜 정권의 외교부 수장이었던 윤병세 장관도 김앤장의 고문이었으며, 당시 신임 법무비서관으로 임명된 최철환 변호사도 김앤장 소속이었다. 이외 외교부·금융감독원·방송통신위원회 등에 있다가 퇴직한 고위공무원 상당수도 김앤장 고문으로 재취업했다.

C변호사는 김앤장이 고위 전관뿐 아니라 각 직급별, 직무별 전직 공무원들을 세트(set)처럼 꾸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금융팀에는 규제를 담당하는 팀이 따로 있다. 여기에는 금융위원회·금감원 출신이 거의 100명 가까이 있다. 어느 팀이든 장차관급뿐만 아니라 과장이나 국장급, 주무관(7급)에서 시작해 사무관으로 끝난 실무형 공무원 출신이 최소 3명의 세트를 이뤄 포진해 있다. 중앙부처가 아니더라도 처나 청 단위 조직, 국회 사무처 출신 인재도 있다. 사실상 김앤장이라는 울타리 안에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 등 대한민국의 작은 정부가 또 하나 존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자료: 아메리칸 로이어



‘성공 신화’의 이면에는…“우린 이블(evil)한 존재”
 
김앤장이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지만, 일각에선 김앤장의 성장 방식이 매우 부적절하다는 쓴소리도 제기된다. 김앤장이 ‘자본과 힘의 논리’만을 추종할 뿐, 우리 사회의 정의나 국민 정서에는 전혀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김앤장은 근로정신대 피해자 할머니들이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을 대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현재 국내에서 진행되는 강제징용 소송 15건 가운데 김앤장이 대리하고 있는 것은 총 10건. 김앤장은 대법원에 낸 상고이유서에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줄 경우 대외 신인도 추락과, 외교정책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앤장은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터진 이후 2011년부터 옥시 측의 법률 대리를 맡기도 했다. 공판이 진행되는 도중 증인으로 나왔던 서울대 조아무개 교수 등은 옥시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옥시 제품이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 모임 등은 김앤장이 증거 조작에 관여했다며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징계를 요구했지만 증거 부족을 이유로 기각됐다.

과연 김앤장 내부에서는 이 같은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증거 조작과 불법 청탁 등은 의혹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시사저널과 만난 전·현직 김앤장 변호사들은 부정한 대가나 ‘검은 거래’ 등은 김앤장에서 가장 금기시되는 전략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최근 김앤장 내 젊은 변호사들 사이에선 사건 수임에 대한 의사소통 과정이 지나치게 비(非)윤리적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흘러나온다고 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김앤장 변호사는 “사건에 따라 우리가 이블(evil·악마)한 사람이 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시니어들이 사회의 평판은 고려하지 않고, 이런 고집이 때론 파쇼적으로 느껴져 힘들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김앤장이 우리나라 법률 시장 선진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철저히 의뢰인 중심으로 돌아가는 그들의 비즈니스 시스템이 과연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부합하느냐는 되새겨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에서 활동 중인 김제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앤장 덕에 우리나라 로펌의 전반적이 수준이 올라갔다. 이 점은 분명 존중받아야 할 지점”이라고 밝힌 후, “그러나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교도소 담장을 걷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즉, 불법과 편법 사이를 교묘히 넘나드는 행태를 보이곤 하는데, 이 같은 모습이 과연 우리나라 공공의 이익에 혹여 해를 끼치지는 않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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