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호 입력 2018.11.02. 00:06 수정 2018.11.02. 06:35
세계적인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를 이끄는 케네스 로스 사무총장은 북한 방문을 반대했다. 독재 정권 미화에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또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현 정부도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내 성폭력 실태를 고발하기 위해 방한한 그를 1일 만났다.
Q : 폭로 배경은.
A : “북한에는 관리에 의해 일상적으로 성폭력을 당하는 여성이 많다. 이 문제는 결코 고치기는 어렵지 않다. 우리는 선거, 공론화, 독립 같은 혁명적인 걸 원하는 게 아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원하기만 하면 당장 끝낼 수 있으면서도 통치자로 남을 수 있다.”
Q : 성적 학대에서 북한만의 특별한 점은.
A : “전쟁터나 감옥에선 성폭력이 흔하다. 하지만 북한 희생자들은 시장에서 일하며 경찰과 매일 마주치는 평범한 여성들이다. 이들은 성폭력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 당하고도 강간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잘 나서려 하지 않는다.”
Q : 최선의 해결책은.
A : “김 위원장이 내일부터 강간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면 된다. 북한에도 강간 금지법이 존재하며 상급자가 부하와 성관계를 갖지 못한다. 관련 법을 강력히 집행하고 이를 묵인해선 안 된다는 공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Q : 김 위원장을 움직이려면.
A : “문재인 대통령이 단면적으로 북한에 접근하는 게 문제다. ‘비핵화가 우선이니 다른 건 미루자’는 입장인데, 이는 잘못됐다. 그가 성폭력 이슈를 꺼낸다고 김 위원장이 비핵화 문제에서 역주행하겠는가.”
Q : 핵 문제부터 해결하자는 주장이 있다.
A : “문 정부는 북한과의 전쟁 위협이 임박하자 이런 주장을 폈다. 하지만 지금은 핵 위협이 풀리지 않았나. 북한에 인권이 보장됐다면 지금의 핵 문제도 없었을 것이다. 지금처럼 빈곤한 상황에서 소중한 자원이 핵 개발로 전용되는 걸 보고만 있었겠는가. 북한 인권이 개선되지 않으면 투자하겠다는 기업이 없을 것이다. 회사가 인권 유린에 연루된 게 밝혀지면 무사할 최고경영자(CEO)는 없다.”
Q : 김 위원장에게 초대받은 교황이 방북하는 게 옳은가.
A : “교황은 북한 내 교회와 종교적 자유를 축복할 수 있다면 가는 게 좋다. 하지만 그저 독재정권을 축복하는 데에 그친다면 옳지 않다. 현재 북한에는 종교의 자유가 없으니 가지 말아야 한다.”
Q : 북한 성폭력 다음에 다루고 싶은 이슈는.
A : “잘못된 구금 문제다. 수용소에 갇힌 주민들에 대한 형편없는 대우도 몹시 우려스럽다.”
남정호 논설위원 nam.j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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