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바닥까지 떨어진 '사법 신뢰'..내리막길 어디까지

판사,검사, 사법개혁절실하다

by 석천선생 2018. 9. 24. 17:35

본문

 

문제원 입력 2018.09.24. 14:36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지 4개월 만에 사법 불신이 극에 달했다. 처음 문제가 됐던 법관 사찰이나 재판 거래 의혹 외에도 비자금 조성과 증거인멸, '방탄 사법부' 논란까지 일면서 대법원은 물론 일선 법원 재판까지도 신뢰에 타격을 받는 모양새다.

검찰은 '국정농단' 특별수사본부에 달하는 규모로 팀을 꾸려 '사법농단' 진상규명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30여명이 넘는 전·현직 판사들을 소환조사한 검찰은 잇따라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며 수사 속도를 높였다. 특히 검찰은 연휴 직후 본격적인 '윗선' 조사에도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전·현직 대법관들의 구체적인 연루 정황이 드러날 경우 사법 신뢰 하락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김명수 대법원장 '수사협조' 공언에도…잇따른 압수수색 영장 기각에 잡음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6월18일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시민단체 등의 고발사건을 3차장 산하 특수1부에 배당하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대법원 수뇌부가 연루된 민감한 사건이었던 만큼 당초 검찰은 쉽게 수사를 개시하지 못했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6월15일 수사협조를 공언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당시 김 대법원장은 법원전산망에 올린 입장문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이뤄지는 수사에 대해 사법부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법원 구성원에 대한 수사라고 해서 거부하거나 회피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곧바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출국금지 조치하고 전직 대법관들이 사용했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제출하라고 대법원에 요청하는 등 '광폭행보'를 벌였다.

그러나 이후 사법부의 모습은 김 대법원장의 공언을 무색하게 했다. 대법원은 "의혹과 관련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대법관 하드디스크와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사법지원실 등의 자료를 제출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압수수색 영장도 법원에서 줄줄이 기각됐다. 검찰은 수사 개시 후 두 달 동안 임종헌 전 차장과 전직 판사 등 일부에 대해서만 압수수색을 성공시켰을 뿐 핵심 '윗선'에 대한 강제수사는 번번이 실패했다.

검찰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등 '재판거래' 관련 압수수색 영장도 기각되자 "법원이 수사를 사실상 가로 막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강하게 법원을 비판했다. 반면 법원 내부에서도 "검찰이 능숙한 언론플레이를 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특히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이 세 차례나 기각하는 사이 '재판거래' 등 혐의 피의자인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관련 증거물들을 모두 인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검찰과 법원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 검찰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명의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증거인멸 행위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며 강력한 유감을 표시했다. 검찰은 이후 유 전 수석연구관에 대해 '사법농단' 첫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지난 20일 법원이 기각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청와대-양승태 대법원' 재판거래 있었나…검찰 수사확대 전망

압수수색 영장을 놓고 법원과 검찰의 마찰이 심해지는 사이 검찰의 '저인망식 수사'로 보다 구체적인 '사법농단' 정황이 드러나면서 사법 불신은 더욱 확산됐다.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해선 박근혜 정부 시절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2013~2014년 당시 차한성·박병대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을 공관에서 만나 강제징용 재판을 두고 회동한 사실도 드러났다.

법원행정처가 헌법재판소 파견 판사를 통해 헌재 평의 등 내부 정보를 유출하고, 서울중앙지법과 서울서부지법 등에선 '법관비위' 관련 검찰 수사기밀을 빼돌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명목으로 배정된 3억5000만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담긴 내부 문건도 확보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이렇게 조성한 돈 중 2억7200만원을 2015년 3월 전라남도 여수 엠블호텔에서 열린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서 주요 법원장들에게 현금으로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사법부 독립이라는 가치를 사법부가 스스로 걷어찬 상황"이라며 "국민으로선 그런 사법부를 계속 신뢰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철저한 진상규명은 물론 확실한 내부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추석 연휴가 끝난 이후 임종헌 전 차장과 전직 대법관 소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앞서 "임 전 차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은 피의자니까 당연히 소환된다"며 "임 전 차장 등은 지금까지 나온 정황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검찰은 수사팀에 기존 특수1부 외에도 특수2·3·4부와 방위사업수사부 소속 검사들까지 추가로 투입했다. 한 사건에 검사가 30명 이상 투입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규모로 따지면 과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나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한 특별수사본부급이다. ?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