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윤 기자 입력 2018.09.07. 06:30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정부와 대립각이 연출되는 모양새다. 서울시장에 취임하면서 밝힌 시정 철학은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일각에선 서울시가 협조하지 않을 경우 정부가 직권으로 그린벨트를 해지할 것이란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5일 "그린벨트는 미래 세대를 위한 최후의 보루로서 마지막까지 고민해야 할 영역"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마지막 보루라는 의미는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사실상 정부와 정치권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박원순 기존 입장 고수…정부, 직접 해제 카드 꺼낼까
서울시내 그린벨트는 25개 자치구 가운데 19개 구에 149.13㎢ 규모로 지정돼 있다.
그린벨트는 면적이 30만㎡ 이상일 경우 중앙 정부가 직접 해제할 수 있다. 다만 그 이하는 서울시장이 직접 안건을 상정해야 해제가 가능하다. 즉 소규모 그린벨트는 박원순 서울시장 결정에 해제 여부가 달렸다는 얘기다.
현재 유력지로 거론되는 강남구와 서초구 그린벨트는 각각 2388만㎡와 690만㎡ 규모여서 박 시장에게 해제 권한이 없다.
이 때문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해제 불가 입장을 고수하더라도 정부가 직권 해제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남았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는 집값 안정화와 주택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8·27방안에서 30여개 공공택지를 개발하기로 했다. 여기에 추가로 서울 등 수도권에 공공택지 14곳을 개발해 36만여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서울에 그린벨트를 풀어 택지지구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서울시가 거부하면 정부가 직권으로 해제를 택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업계 안팎에선 서울시 내 그린벨트가 이번 정부 발표에 포함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를테면 현재 분양 중인 구로구 항동지구는 66만2525㎡ 면적에 5221가구가 들어선다. 정부가 아파트 공급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30만㎡이상 그린벨트를 풀어야 한다는 얘기다.
서울 집값 잡기에 다급한 쪽은 정부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는 정부가 시간을 축내면서까지 박 시장 의견을 구하는걸까. 이에대해 국토부는 직접 권한 행사가 가능하지만 지자체와 협의는 필수라고 설명했다. 30만㎡ 이상 그린벨트라도 지자체와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중앙정부 권한으로 그린벨트 해제는 원칙으로 가능하다"면서도 "지역개발을 위해선 지자체와 협의는 당연히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생각은 다르다. 이 또한 일이 틀어졌을 때 박 시장이 모든 책임을 덮어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상당수 서울시 관료들은 서울 집값 상승 원인이 박 시장의 '용산·여의도 개발' 발언 때문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와전된 오해"라며 억울해하는 측면이 강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규모에 관계없이 그린벨트를 정부가 해제했더라도 시민들은 박 시장이 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린벨트 해제로 집값 안정 효과? '의견분분'
서울시는 그린벨트만큼은 후손에게 남겨줘야 하는 마지막 자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무엇보다 집값 안정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강하다. 시장에 공급 시그널이 등장하면 단기간 안정효과는 있지만 집값이 오르는 반복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비가역성으로 인해 그린벨트를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점도 서울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단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수백억원의 토지보상금이 풀려 시중에 유동자금이 풍부해진다. 보상금이 다시 인근 부동산으로 유입되면 또 다시 집값이 들썩일 수 있다. 지난해 정부가 그린벨트를 해제한 성남시 금토동의 경우 1년 새 땅값이 2∼3배 급등했다.
또 당초 목표보다 지을 수 있는 가구 수가 상당수 줄어 실효성이 낮다는 견해도 있다. 환경영향평가 등 지자체 심의 과정을 거치면서 건립 가구는 당초 계획에 한참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그린벨트 해제 소문이 나면 해당 지역에 투기수요가 증가해 시장이 흐려진다"며 "공급은 늘어나겠지만 집값을 잡는 수단은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그린벨트 해제가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탄력적이면서 유연한 운영이 필요하다는 반론이다. 현재 재건축·재개발에 규제가 강화되고 도시재생에 힘이 실리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공급에 너무 무관심하다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그린벨트 해제로 아파트 공급을 늘리면서 녹지공간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동시에 재건축 층고를 높여 공급을 늘리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효용성이 떨어진 지역을 중심으로 해제 논의의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농지 활용가치가 없다거나 불법 건물이 들어서는 등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 보전가치가 낮은 지역을 선별해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른바 '로또청약'을 방지하지 위해 일반분양 대신 임대주택 활용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권대중 명지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무분별한 해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활용가치가 떨어진 지역에 영구임대를 공급해 서민주거안정성을 높일 필요는 있다"고 주장했다.
passionkjy@news1.kr
전체의 1% 다주택자 정조준한 '핀셋증세'..서민 타격은 (0) | 2018.09.16 |
---|---|
2018 , '9·13 대책' 이후, 1주택자 10년 된 보유 주택 팔면 양도세는? (0) | 2018.09.14 |
'부동산의 덫'에 빠진 중산층.. 노후까지 집값만 바라본다 (0) | 2018.07.15 |
종부세 '공시가액비율+세율' 동시 인상 유력..김동연 금주 중 입장 밝힐 듯 (0) | 2018.07.02 |
"올 것이 왔다" 역전세난에 떠는 '갭 투자 성지' (0) | 2018.06.15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