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식 입력 2017.07.23. 17:19 수정 2017.07.23. 18:41
부양의무자와 기초수급자 양쪽 모두 노인·중증장애인인 4만1000가구가 해당한다. 이 중 2만 가구는 생계비·의료비·주거비를, 이들을 포함한 3만 5000가구는 생계비·의료비만 받는다. 나머지 6000가구는 주거비만 지원된다. 이번 완화 조치에 11~12월 두 달 간 490억원이 들어간다. 내년에는 2940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번 조치의 특징은 노인·중증장애인의 부양 부담 완화다. 지금은 노인의 소득인정액이 일정 기준(4인가구 월 513만원)을 넘으면 부모 노인이나 중증장애인 자녀가 극빈 생활을 해도 기초수급자가 될 수 없다. 또 소득인정액이 447만~512만원이면 기초수급자가 될 수 있긴 하지만 부모에게 가는 생계비가 깎인다.
그러나 11월부터는 이런 걸 따지지 않고 부모 노인이나 중증장애인 자녀의 소득인정액만 따져 기준(1인 가구 49만5879원 미만)에 해당하면 기초수급자가 된다. 양동교 보건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장은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서민의 민생 안정을 기하기 위해 이번 예산을 편성했다"며 "부양의무를 진 노인·중증장장애인 같은 가장 시급한 저소득층부터 반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의 혜택을 보는 4만1000가구는 부양의무자 제도 때문에 빈곤 생활을 하는 '비수급빈곤층' 117만명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기초수급자가 받는 대표적 혜택이 생계비·의료비·주거비·교육비이다. 2015년 7월부터 교육비만 부양의무자의 능력을 따지지 않는다. 정부는 비수급빈곤층의 부담을 덜기 위해 내년 말께 주거비 지원 대상자를 정할 때 부양의무자 제도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57만가구가 해당한다. 주거비 대상자가 되면 집 소유자는 3~7년 주기로 집 수리를 해준다. 세입자는 월 최고 20만~31만5000원(4인가구)의 임차료를 지원한다.
2019년부터 부양의무자 가구에 중증장애인이나 노인이 있을 경우 부양의무를 면제한다(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증장애인이 있는 집은 1만4000가구로 추정된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조치가 빈곤층 구제의 급한 불을 끄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이보다는 노인 가구 재산의 소득 환산 기준을 대폭 낮추는 식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태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추경을 통해서 급한 불을 끈 게 다행"이라며 "내년에 주거급여를 결정할 때 부양의무자 제도를 적용하지 않으면 더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백수진 기자ssshin@joongang.co.kr
◇부양의무자 제도=기초수급자를 정할 때 자녀나 부모의 소득· 재산을 따지는 제도. 독거노인 부모의 소득인정액이 중위소득의 30% 이하(49만5879원)가 안 되더라도 자녀가구의 소득인정액이 513만원(4인가구 기준)을 넘으면 기초수급자가 될 수 없다. 이 제도 때문에 117만명이 최저선 이하의 생활을 한다. 선진국에서는 거의 볼 수 없다. 이 제도를 완전히 폐지하는 데 연간 10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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