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국제선구도보는 중국군이 미국과 일본을 겨냥해 백두산 일대에 중거리 탄도미사일 ‘둥펑(DF·東風)-21’을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매체는 중국 관영TV CCTV가 공개한 제2포병(핵·미사일 부대)의 동북지방 혹한기 훈련 장면을 분석해 이같이 보도했습니다.
▲ 백두산 일대에서 훈련 중인 중국군 DF-21A 탄도 미사일
중국 관영 CCTV 영상 캡쳐
DF-21은 1988년 이후 실전배치된 미사일로, 사거리는 1700㎞이며 백두산에 배치되면 한국은 물론 오키나와를 포함한 일본 전역을 사정권에 넣을 수 있으며 유사시 일본 자위대는 물론 주일미군 기지도 타격할 수 있습니다. 보통 500㏏(킬로톤·TNT폭약 50만t의 위력) 핵탄두를 장착하며, 길이 10.7m로 최대 속도는 마하 10(음속의 10배)입니다. 중국은 DF-21을 기본형으로 DF-21A·C 등 몇 가지 개량형을 개발해 배치했습니다.
중국 언론 보도 사진을 본 전문가들은 백두산 일대 배치 미사일은 DF-21A형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 DF-21A는 사거리가 2100~2700㎞까지 늘어나고 정확도도 크게 높아졌습니다. 구형 미사일의 정확도는 300~400m에 달했지만 DF-21A의 정확도는 100~300m로 향상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외 DF-21C형은 2006년 처음 공개됐으며 사거리는 1700㎞로 초기형과 같지만 핵탄두 외에 재래식 탄두를 장착할 수 있고 정확도가 30~40m로 크게 높아졌으며 탄두 탑재량도 2t에 달합니다.
이같은 DF-21은 중국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핵심 전력으로 2016년까지 200~300기가 실전배치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DF-21이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핵심 전력인 항공모함을 공격하거나 위성을 요격할 수 있는 개량형이 만들어졌다는 점인데 최신형인 DF-21D는 최대 사거리가 3000㎞에 달하는 대함 탄도미사일(ASBM)입니다. DF-21D형은 특히 ‘항모 킬러’로 불릴 정도로 미국 항공모함 전단에 위협적이어서 미국이 신경을 쓰는 중국의 신형무기로지난 2010년 로버트 윌러드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은 중국이 미 항모 전단을 위협할 수 있는 대함 탄도미사일 DF-21D를 배치하기 시작했다고 발표, DF-21D에 대한 관심을 촉발했습니다.
지금까지 항공모함 등 수상 함정을 공격하는 미사일은 포물선형 궤도로 비행하는 탄도미사일이 아니라 정밀한 유도장치를 갖추고 수평 궤도를 비행하는 순항(크루즈)미사일이었고,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보다 속도가 느려 요격이 쉽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탄도미사일로는 움직이는 함정을 정확히 타격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순항미사일이 이용되는데 탄도미사일의 경우, 목표물까지 비행하는 10여분 동안 항공모함은 9㎞ 이상이나 이동할 수 있지만 발사 후에는 항모의 새로운 위치로 궤도를 바꾸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개발한 DF-21D는 움직이는 항모의 위치를 확인, 포물선형 궤도를 수정해가며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항모의 위치를 밤낮으로 실시간 추적하는 전자광학 위성 등 정찰위성과 위성이 파악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탄도미사일에 전해줄 수 있는 데이터링크 기술, 그리고 미사일의 궤도를 비행 도중에 바꿀 수 있는 첨단기술과 방대한 시스템이 필요했습니다. 이런 난제 때문에 대함 탄도미사일이 만들어지기 힘들었는데 중국이 그런 난관을 극복하고 DF-21D를 개발했습니다. 중국은 또 DF-21을 개조해 KT 시리즈 대탄도탄 요격미사일과 위성 요격미사일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은 2007년 1월 KT 시리즈 중 하나인 SC-19 모델로 궤도를 돌고 있는 자국의 기상위성을 요격하는 실험에 성공해 세계를 놀라게 했으며 당시 위성이 파괴되면서 발생한 수천 개의 파편은 지금도 우주 궤도를 떠돌며 여러 나라의 인공위성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DF-15 탄도미사일
이 밖에 한국에 직접 위협이 되는 중국의 탄도미사일은 DF-15 단거리 탄도미사일인데 최대 사거리 600㎞로 한국의 영남 지역을 제외한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갑니다. DF-15는 1995년 이후 실전배치됐고 500㎏의 핵탄두(50~350㏏ 위력)나 재래식 탄두를 장착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DF-15를 비롯, DF-11(사거리 300㎞) 등 단거리 탄도미사일 1000~1200발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DF-21이나 DF-15는 모두 이동식 발사차량에 탑재된 이동식 미사일이어서 기동성도 뛰어납니다.
중국은 미국·러시아·인도 등 5대 핵강국 중 유일하게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 지대지 탄도미사일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모두 실전배치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미국이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중국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에는 DF-31과 DF-31A도 있는데, DF-31은 최대 사거리가 7200~8000㎞이지만 기술적인 문제로 20~30기 정도만 실전배치됐다고 합니다. DF-31A는 최대 사거리를 1만1200㎞로 늘리고 정확도도 향상시킨 모델로 700㎏의 탄두를 운반할 수 있고 정확도는 150~300m 정도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DF-31A가 미 핵탄두 기술을 몰래 빼내 개발한 소형 경량의 강력한 핵탄두를 탑재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중국은 탄도미사일 외에도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과 비슷한 순항미사일 DH-10(CJ-10)도 개발했으며 DH-10은 사거리 2000㎞ 이상이고 GPS, 관성항법장치 등을 사용해 정확도도 매우 높고 외형도 토마호크 미사일과 흡사합니다.
중국이 요동반도와 산동반도 일대에 주로 배치했던 DF-21 미사일을 백두산 중턱까지 끌고 와서 훈련을 벌이고 이를 관영 방송을 통해 공개했다는 것은 한국과 일본, 미국에 대한 무언의 시위로 볼 수 있습니다. 요동과 산동 일대의 DF-21은 해안 평야 지대에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바다로부터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용이했던 것과 대조적으로, 백두산 북사면의 이동식 미사일 차량은 해발 2,000m가 넘는 백두산이라는 자연 방벽의 보호를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접근로 상에 북한의 밀집 방공망이 버티고 있어 항공기나 순항 미사일로의 타격이 대단히 어렵기 때문입니다. 현재 한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는 북한 탄도미사일 대응에 집중돼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의 탄도미사일 대응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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