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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가 된 변호사들..그들은 왜 이런 길을 택했나

사회생활속 화제들

by 석천선생 2017. 2. 19.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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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기자 입력 2017.02.19 16:15


변호사의 접견권을 악용해 구치소 수용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한 이른바 '집사 변호사'들이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무더기 징계를 받았습니다.

변협은 최근 징계위원회를 열어 '집사 변호사'들과 이들에게 지시를 내린 소속 법무법인 대표변호사 등 10명에 대해 변호사법상 품위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징계조치를 내렸습니다.

변협의 이번 무더기 징계는 변호사 윤리에 반하는 처신을 한 이들에게 경고를 주겠다는 취지인데요, 집사 변호사들에 대한 대규모 징계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 '집사'처럼 심부름하는 일부 변호사들

집사 변호사란 기업인·유명인 등 재력이 있는 일부 수용자들의 말벗이 돼주거나 잔심부름을 하기 위해 구치소를 드나드는 변호사를 말합니다.

일반인 접견과 달리, 시간이나 횟수에 제약 없이 구치소 수감자를 만날 수 있는 변호사 접견권을 악용하는 겁니다.

특히 접견 목적이 의뢰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수감시설보다 쾌적한 접견실에서 의뢰인들이 편의를 누리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 '집사'라는 표현이 사용됐습니다.

어떤 변호사는 접견시간이 1분도 안 될 정도로 짧게 얼굴만 보고, 다음 수용자가 오후 노역을 하지 않게 편의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또 하루에 2명 이상 2,30분씩 만나며 한 달 내내 접견을 신청한 변호사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수용자에게 담배나 볼펜 등을 전달하는 위법 행위에 협조한 변호사들도 있었습니다.

집사 변호사는 이런 대가로 시간당 20만~30만 원이나 수용자 1인당 월 150만 원에서 3백만 원의 돈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2,30대 젊은 변호사들…왜 이런 길을 택했나

그런데 열심히 공부해 변호사가 된 이들이 왜 사건을 수임하지 않고 변호사 윤리까지 어겨가며 수감자들의 '심부름꾼'이 되기를 자처한 걸까요?

변호사 업계에도 불황이 닥쳤기 때문이라는 해석입니다. 서울 지역 변호사들만 따져봐도 월평균 수임 사건 수가 채 2건이 안 되는(1.69건) 상황입니다.

사건 수임이 더욱 어려운 소형 로펌의 경우, 한 달에 300만 원 정도 하는 접견비라도 받으려고 너도나도 나서는 실정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이번에 징계를 받는 변호사들 중에는 2030세대의 변호사가 많았습니다. 징계 받은 10명의 변호사 가운데 6명입니다.

이를 두고 아직 법조계에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청년 변호사'들이 업계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불황으로 인한 청년들의 상황은 법조계도 예외가 아니라는 겁니다. 처음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던 13명 중에서는 8명이 사법연수원 38~43기, 로스쿨 1~4기의 2030 청년 변호사였습니다.

■ 변호사 업계의 취업난…알면서도 해야 하는 '막변'

이런 현상은 변호사업계의 취업난과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입니다.

변호사시험 합격자는 매년 1,500명씩 배출되는 데 반해, 대표적인 10대 로펌의 신규 로스쿨 변호사 채용 규모는 200~250명 수준에 불과합니다.

사법연수원생이 설 자리도 좁아져 올해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46기 209명과 43~45기 25명 등 총 234명 중에서 군 입대 인원을 뺀 연수생의 취업률은 45%(86명)에 그쳤습니다.

이처럼 어렵게 취업하다 보니 자연스레 윗선에서 내려오는 부적절한 지시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실제 이번에 징계를 받은 변호사 10명 가운데 4명은 법무법인 대표의 지시로 접견을 갔던 '막변', 즉 막내 변호사였습니다.

변협의 조사과정에서 '막변'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업계 불황 속에서 접견권 남용의 위법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대표의 지시에 '군말 없이' 따라야 했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변협은 "당시 행위가 접견권 남용이라는 걸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던 이상 징계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변협은 접견권을 남용한 변호사 20명을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며 '엄격하게 사실관계를 살핀 뒤 필요할 경우 징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기획, 구성 : 김도균, 정윤교 / 디자인 : 정혜연)       

김도균 기자getse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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