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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도 아름다워.. 젊어보인다는 말에 목매지 말길"

세월아 ! 너만가거라

by 석천선생 2017. 2. 9.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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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입력 2017.02.09 03:04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김영옥 공동대표(59)는 눈을 빛내며 물었다.
대학과 인권단체 등에서 문화이론과 이주여성인권을 연구하던 김 대표가 옥희살롱을 본격적으로 구상한 것은 2014년.
그는 노년에 대한 사회적 담론 자체가 없다는 것을 안타까워하다가 자신이 논문 심사를 했던 이화여대 대학원 여성학 전공 제자 전희경 공동대표(43)와 의기투합했다.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의 김영옥 공동대표가 7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김 대표는 “노년의 매력과 아름다움은 그가 품어 온 삶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어려 보인다’는 인사가 왜 칭찬이 되는지 생각해 본 적 있으세요?”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김영옥 공동대표(59)는 눈을 빛내며 물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거리낌 없이 “동안(童顔)이시다”라고 인사를 건네고 오랜만에 보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젊으시다”고 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덕담이 되는 세상에서는 낯선 질문이었다.

“젊어야만 아름답고 빛난다는 공식이 성립되는 곳에서 늙음은 추하다는 의미죠. 노년이 소외되는 사회에서는 늙는 것을 무서워할 수밖에 없어요. 이걸 극복하려고 사람들은 그토록 ‘젊어 보인다’는 말에 목을 매게 되는 거예요.”

옥희살롱은 ‘아프고 늙는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다루는 민간 연구소다. ‘생애문화연구소’는 나이 듦이 노년뿐 아니라 모든 세대의 의제라는 뜻에서 붙였다. 문을 연 지 1년을 넘긴 4일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대학과 인권단체 등에서 문화이론과 이주여성인권을 연구하던 김 대표가 옥희살롱을 본격적으로 구상한 것은 2014년. 그는 노년에 대한 사회적 담론 자체가 없다는 것을 안타까워하다가 자신이 논문 심사를 했던 이화여대 대학원 여성학 전공 제자 전희경 공동대표(43)와 의기투합했다. ‘옥희’라는 이름도 두 사람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서 만들었다.

김 대표는 “처음엔 일종의 노후 준비로 시작했다”며 “나이 드는 과정이 존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달 노년의 인권을 다룬 ‘노년은 아름다워’라는 책도 펴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청년, 중년과 달리 노년이라고 하지 않고 ‘노인’이라고 쓰는 것 자체가 이미 배제적인 언어 습관”이라며 ‘노년’이라는 말을 썼다.

옥희살롱은 노년 문제를 여성, 성소수자, 장애 등 다양한 분야와 엮어 연구한다. 일반인이 쉽게 다가올 수 있는 외부 강좌도 활발하게 열고 있다. 지난해에는 노년 여성의 우정을 다룬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를 주제로 ‘바깥대학원’ 세미나를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충북과 인천에서 한 ‘찾아가는 특강’은 죽음, 노년의 성(性), ‘치매’ 같은 무거운 주제를 주로 다뤘지만 200여 명이나 찾아왔다.

김 대표는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길어지는 노년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려는 의지도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초보적인 노년관(觀)으로는 누구나 인생의 절반을 불행하게 보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노년이 사회적으로 소외되면서 그들의 인생에 귀 기울이는 곳이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헌법재판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치는 노년들도 자신의 목소리를 인정받으려 투쟁하는 것이라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옥희살롱은 나이 든 삶에서도 아름다움과 가치를 발견하는 사회를 추구한다. 김 대표는 “‘잡티투성이 얼굴이어도 괜찮아’, ‘주름살도 아름다워’라는 말들이 진심으로 오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 나이처럼 안 보이시네요”라는 말 대신에 서로를 ‘제 나이’로 보고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는 데서 출발하자고 제안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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