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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역사인식 출발점은 아버지의 입

백년지대계 敎育

by 석천선생 2017. 1. 31.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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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세론’이 사라졌다. 박 후보의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자 새누리당이 해법 모색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박 후보의 ‘역사 발언’이라고 판단했는지, 추석 연휴 직전 박 후보가 과거사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을 거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죽 한번 과거문제 정리하려고 한다”

 

박 후보 캠프는 최근의 위기에 대해 세 가지로 그 요인을 분석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의 출마로 인한 쏠림현상, 홍사덕 전 공동선대위원장과 송영전 전 의원 등 친박 측근들의 잇따른 비리 의혹, 그리고 박 후보의 5.16ㆍ유신ㆍ인혁당사건 등과 관련한 역사 발언이 대권 가도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조만간 박 후보 측과 새누리당이 ‘박정희 정권의 과를 객관적으로 인정하고 반성하는 식으로 과거사 문제를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론들이 전했다. 상황이 다급한 만큼 할 수 있는 것부터 먼저 하겠다는 거다.

 

 

5.16과 유신 관련 발언의 후폭풍을 대수롭지 않게 봐왔던 박 후보도 인혁당 관련 발언의 파고를 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나 보다. 오는 24일 부산 방문에서 과거사에 대한 언급을 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적당한 때에 죽 한번 정리를 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과거사 정리’로 그나마 약발을 보려면 과거처럼 ‘당시에 어려움을 겪은 분들에게 사과한다’는 정도도 아니라, 기조 자체가 달라진 발언을 해야 할 것이다. ‘아버지 시절’의 과오를 인정하고 유감을 표한다 해도 ‘효과’를 보기엔 이미 늦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박근혜 과거사 정리, 어느 수위일까?

 

어느 수위의 ‘정리’일까? ‘약발’을 의식해서 여태껏 해온 그의 발언을 전면 부정하고, 5.16을 혁명이 아닌 군사쿠데타로, 유신을 불가피한 결단이 아닌 정권연장을 위한 폭거로, 인혁당 사건을 유신반대 시위를 잠재우기 위한 날조된 사법살인이라고 말하는 방법이 있다.

 

이렇게 말하면 자신과 아버지 모두를 부정해야 한다. 그래서 측근들은 박 후보가 다소 전향적으로 나오겠지만, 기존의 골격은 유지한 채 ‘아버지 시절’ 당시 잘못된 점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수준일 것이라고 내다본다. ‘기조는 그대로 표현은 전향적’, 이런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박 후보가 기조를 바꿀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아버지를 부정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만이 아니다. 보수지지층의 이탈을 우려해서만도 아니다. 다른 이유가 있다. 과거 자신의 발언이 자신을 옭아매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입과 말’을 통해 과거를 보는 그녀

 

1989년 5월 19일 박 후보가 육영재단 이사장이었을 당시 MBC <박경재의 시사토론>에 출연(‘박근혜씨 아버지를 말한다’)해 발언한 내용을 보면, 왜 그가 자신의 말에 매여 있을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다. 당시 5.16과 유신 등 박정희 정권에 대해 밝힌 입장이다.

 

▼5.16쿠데타 관련 발언

“5.16은 구국의 혁명이었다.”

“5.16이 먼저 났느냐, 공산당이 먼저 쳐들어 왔겠느냐, 그런 시점에서 5.16이 다행히 먼저 나서 파멸직전의 국가가 구출됐다.

“5.16을 비판하고 매도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가족들을 데리고 사는 이 땅이, 이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

“나라가 없어지는 판인데 민주주의를 중단시켰다는 이야기가 어떻게 나올 수 있나.”

“5.16은 무혈혁명...아버지는 인명을 가볍게 보고 할 분 절대 아니다.”

 

 

유신 관련 발언

“아버지는 자주국방과 자립경제를 이루기 위해 유신을 하셨다”

“가난을 몰아낸다는 것은 노력만으로 안 되고.....그렇게 어려운 일인데, 물론 국민전체가 이룬 성과지만 지도력 없이 민족이 자각하고 저력이 나올 수는 없는 것이다.”

유신에 대해서 옳다고 그 불가피성을 주장하고, 또 그것에 대해서 인터뷰를 한 것 많은 호응을 받았어요. 그럼 그분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

“유신이라는 말은 신라시대 때부터 나오지 않느냐...깊이 연구도 안 해보고...근대사에서 듣는 게 명치유신이니까 그렇게 따온 거 아니냐고 갖다 붙인 것이다.”

 

 

역사관 관련 발언

“5.16과 유신은 매도당해 왔다.”

“부모님에 대해 잘못 된 것 하나라도 바로잡는 게 자식의 도리”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했던 사람이라면 얘기해야 하며 어떤 비난을 받더라도 국민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런게 정치다....제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그런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일이다.”

 

 

인혁당 사건도 ‘아버지가 말씀하시기를....’

 

인터뷰에서 인혁당 사건은 거론되지 않았다. 하지만 박 후보가 인혁당 사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지,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의 의문사와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사건에 대한 그의 인식을 보면 얼마든지 추론이 가능하다.

 

“김형욱 사건은 아버지가 파리에서 납치해 죽인 게 아니라 북한이 죽였을 거라고 아버지가 말했다....아버지를 몰라도 너무 모르고 하는 말....아버지가 인명을 가볍게 볼 사람 아니다.”

 

“김대중 납치사건은 아버지가 한 일이 아니라, 북한에서 조작해 현정부를 궁지에 몰기 위해 그런 것이라며 (아버지가) 자세한 것 알아봐야 겠다고 말했다.”

 

그 당시 인혁당 사건 관련 질문을 받았다면 이렇게 대답하지 않았을 까?

“아버지가 그 사건은 조작된 게 아니라 북한의 사주를 받아 정부를 전복시키려 했던 간첩들의 소행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런 식으로 말한 적이 있다.

 

아버지를 통해 과거를 보는 셈이다. 아버지 시절’에 있었던 사건들을 ‘아버지의 말’을 통해 이해하고 있다. 아버지의 말과 판단이 박 후보의 역사관이 돼 버린 것으로 보인다. 자신만의 철학과 신념으로 과거를 보지 못하는 게 화근이다.

 

그녀가 먼저 해야 할 일, 눈을 씻는 일

 

진실의 편린들이 퍼즐처럼 맞춰져 온전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도 그녀의 눈에는 보이지 않나 보다. 구속된 남편을 구명하기 위해 눈물로 하소연하는 부인을 잡아와 “내 남편은 간첩이다”라는 진술서를 쓸 것을 강요했던 그 시절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그에게서 연민이 느껴질 정도다.

 

한 유족은 이렇게 증언한다. “(집에 들이닥친 요원들이 다락방에서) 내려오더니 그 라디오, 본인(남편)은 사온 사람은 보지도 못했어. 내가 아침에 FM 틀어 놓고 있는데 그걸 가져가서 그게 (간첩의) 증거야.”

 

 

‘아버지의 말이 곧 진실’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과거를 보면 완전히 다르 게 보일 텐데 안타깝다. 박 후보가 이번 ‘과거사 정리’를 하기 전에 먼저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먼저 눈을 씻어야 한다. 억울해서 아우성치는 저 진실을 볼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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