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란 나이가 많거나 늙은 사람을 뜻하지만 세계보건기구와 대한민국 노인복지법에서는 65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2009년
세계보건기구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79세이며, 남성의 평균수명은 76세로 우리나라도 이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으며 노인문제는
노인자신뿐 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노인들의 가족관계나 주거형태도 크게 변하여 노부부만 떨어져 살거나
독거노인, 황혼이혼 및 재혼, 노인들의 우울증과 자살율 증가에 이어 노인들의 성병증가 등이 연일 사회문제로 보도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노인들은 불로장생의 묘약을 찾아 헤매다 40대 중반에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진시황보다도 훨씬 더 오래
살고 있지만,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는 건강하고 인간답게 오래 사는 삶의 질이 중요하다는 데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실제로 세계 32개국의
40~80세 남녀 대상으로‘인생에 있어 성생활이 얼마나 중요한가?’라는 조사에서 우리나라 사람의 87% (남자 96%, 여자 82%)가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하였는데 32개국 중 가장 높았다.
노인도 성생활이 가능한가? ‘남자는 문지방 넘어갈 기운이 있거나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여자를 쳐다본다’는 옛말과 같이 당연히 가능하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성기능은 감소하게 되는데 개인차이가 크고 우리나라의 경우 예전에 비해 자유로운 성생활을 할 수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이다.
남성의 노화에 따른 성 반응의 변화로는 성욕이나 성적관심의 감소, 수면 중 야간발기의 소실, 발기유발시간의 증가 및
발기 시 음경강직도와 발기지속시간의 감소, 다음 발기까지의 시간 증가, 사정액 및 사정력의 감소, 극치감의 감소 등이 나타난다. 이와 같이
노인들의 성기능감소나 성기능장애는 노화과정과 구분하기 어려울 뿐 만 아니라 남성호르몬의 감소로 인한 갱년기 증상이나 고혈압, 고지혈증,
허혈성심질환, 당뇨, 만성질환 등의 동반질환이나 이들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에 의해서도 나타난다. 실제로 필자가 발기부전치료제를 처방하는 환자들의
절반 정도가 동반질환을 가진 60대 이상의 남성이다.
성욕은 인간의 3대 기본욕구로서 성생활은 젊은 사람에게뿐 만 아니라 노인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젊은 남성에서 성기능은 생식을 위한 수단인
동시에 원만한 성생활을 통한 즐거움과 행복추구의 수단이지만, 중년 이후 노년기 남성의 성기능은 남성으로서의 존재감이나 아직도 건재하다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반면에 성기능장애는 남성으로서의 존재에 대한 위기감과 불안을 야기하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는 성기능장애나
발기부전을 심화시킬 뿐 만 아니라 삶의 의욕도 떨어지게 만든다.
노인들에게 성기능장애를 일으키는 가장 흔하면서도 중요한 요인은
다른 사람들이 노인들의 성생활을 무시하거나 노인들 자신의 잘못된 성지식이다. 필자의 65세 환자에서와 같이 도시의 좁은 아파트에서 자식이나 손자
등 동반가족들과 공동생활을 하는 노인들의 경우 상대적인 성생활의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으며, 혼자 사는 노인남성이나 노령의 부인으로 인해
이차적인 발기부전을 호소하기도 한다.
최근 서울시에서 시내 노인복지관을 이용하는 65세 이상 노인 1천명을 상대로 `노인의
성(性)'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성생활을 지속하는 노인의 월평균 성관계 횟수는 1회가 31.3%, 2회가 40.8%이었으며, 복지관이나 경로당
등을 통해 애인을 만든 경우도 20%이상 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젊을 때부터 성생활을 자주한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발기부전의
빈도가 적지만, 규칙적인 성관계를 하던 사람들조차도 나이가 들면서 성기능은 감소한다. 성교의 횟수도 20-30대에는 주 2-3회이던 것이
50-60대에는 주 1회 내지 월 1회로 감소하지만 80대에도 규칙적인 성생활을 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필자가 진료한 방광염과 질염이 자주 재발하는 78세의 여자환자는 하루는 눈물을 흘리며 84세 된 남편분이 주 2-3회 갖가지 체위의
성행위를 요구하여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신 적이 있다. 여성은 폐경이 되면 질이 좁아지고 탄력성이 소실되며 분비물도 바짝 말라 버리기 때문에 심한
성교 시에는 통증과 출혈, 염증 등으로 성생활을 회피하게 된다. 따라서 노부부의 경우 노인남성의 지나친 성욕과 성행위 요구 및 부적절한 성행위의
테크닉 등도 문제가 된다.
흔히 남녀노소 질내 삽입이 가능할 정도로 딱딱한 음경발기가 되지 않으면 신체적 정신적 접촉을 포함한
모든 성 행동을 중단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여성은 딱딱한 음경이 질내에 삽입되지 않아도 성적 극치감을 느낄 수 있으며, 노령의 남녀 모두
손이나 입으로도 만족할 만한 성적쾌감을 얻을 수 있다. 또한, 극치감은 떨어져도 스킨쉽이나 포옹, 애무나 키스를 통해서도 즐거움이나 성적만족을
느끼고 친밀감이 강화될 수도 있다. 실제로 유럽에서 약 4,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서19.2%는 발기부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의
88.3%가 자위행위나 삽입 없는 애무 등 성적 행위를 즐기고 특히 70대 남성도 42%가 1주에 1회 이상 이와 같은 성적인 행위를 즐긴다고
하였다.
노인들에게 만연해 있는 불안, 우울과 함께 배우자의 죽음, 이혼, 직업의 상실, 사회적 지위의 박탈과 건강과 관련된
가족문제와 같은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해서도 쉽게 성기능장애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 혼자 사는 건강한 노인들이나 배우자와의 성생활이 원만하지
않은 경우에는 비정상적인 성관계로 인한 부작용도 발생하게 된다. 최근 배뇨통과 요도분비물을 주소로 내원한 80대 할아버지에게 최근 성관계를
한적이 있냐고 여쭈었더니 “의사양반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사별한지가 10년이 넘었어. 그런데 만나는 사람은 있어. 과부라 그래서 믿고 했더니
나 원. 이거 성병이야?”하고 겸연쩍어 하셨다.
2007년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성병의 발생현황에서 50세 이상 중,
노년층의 성병이 증가하고 있는데 노래방이나 공원 등에서의 음성적 성관계가 증가하고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가 발매된 이후 노인들의 성관계 빈도가
증가하였을 뿐 만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면역력이 약해져서 성병감염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수년 전 우리나라에서 크게 화제가 되었던 “죽어도 좋아”라는 영화가 있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노인들의 성을 솔직하게 풀어낸 영화인데,
노인이라고 해서 더 이상 성생활을 하지 않는 것은 남녀 모두의 책임이다.
젊었을 때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이루어지는 성생활이
있었다면 노년에는 은근하게 사랑하는 잿불이나 반딧불 같은 사랑이 있다. 노인에게 젊을 때와 같은 지나친 성행위나 부적절한 성관계는 건강을
해치지만 나이와 체력에 맞는 규칙적이고 꾸준한 성생활은 건강에 더 좋다.
이를 통해 발기부전도 예방하고 남성호르몬 분비를 촉진시켜
더 건강해 질 뿐 만 아니라 남녀 모두에게 뇌를 자극해 노화, 치매 등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섹스를 많이 할수록 오래 산다는 것은 이미
현대의학에서 정설로 굳어졌으며 이 밖에도 노년기의 성생활로 인해 생기는 긍정적인 효과들은 헤아리기 어렵다.
생리적인 노화현상은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성생활을 잘 하기 위해서는 전신건강을 유지하고 꾸준하고 규칙적인 성생활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스트레스, 불안, 과로를 피하고 흡연, 음주 등의 생활습관을 개선하여야 하며 균형 잡힌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이 필수적이다.
또한, 주기적인 건강진단을 통해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성인병을 예방하고 잘 관리하여야 한다. 발기가
잘 안 된다고 해서 성생활을 중단하기보다는 부끄러워하지 말고 전문가와 상의하면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을 수 있다. 이를 통해 남아있는
성기능을 잘 보전하고 유지하여야 한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문두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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