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체지방 0%…적을수록 좋다는 거짓말
맥주 한 잔이 기막히게 어울리는 계절입니다. 햇볕 내리쬐는 야구장에서 마셔도 좋고, 더워서 잠이 좀처럼 오지 않는 밤 집 앞에서 한 잔 해도 좋고. 어쩌면 맥주는 여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친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렇지만, 무작정 마시기엔 고민이 되는 게 있습니다. 바로 다이어트와의 관계죠. 사실, 군살하나 없이 쭉 빠진 일명 '극세사 다리'에 대한 미적 기준은 저마다 다를 겁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옷이 짧아지면서 살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보니 그동안 감춰져 있던 통통한 살들이 걱정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질 거예요.
다이어트는 어떤 것을 줄이기 위한 것일까요? 십중팔구 체지방을 생각할 겁니다. 청바지 옆으로 울룩불룩 튀어나오거나 팔에 달라붙은 살을 노려보며 '이 지방덩어리가 도대체 어떻게 하면 없어질까' 궁리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기까지 하니까요. 그렇다면 도대체 체지방은 얼마나 없어야 좋은 것일까요? 취재는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먼저, 한 눈에 보기에도 마른 20대 남녀를 섭외했습니다. 우리가 말랐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과연 체지방이 얼마나 있을지 궁금했거든요. 여성은 키 158센티미터에 몸무게 41킬로그램이었습니다. 처음 봤을 때 '저 다리로 어떻게 걷나'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어요. 체지방 검사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체지방 양은 9.5킬로그램, 체지방 비율은 22.5%가 나왔습니다. 체지방의 양은 표준 이하였는데 전체 체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생각보다 높았던 겁니다. 특히 지방의 대부분이 복부에 있어서 마른 비만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 말라서 체지방이 있긴 한 건지 의심이 들 정도였는데 참 의외의 결과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178센티미터 키에 체중 62킬로그램으로 역시 마른 체형의 남성은 체지방량과 비율은 적당했지만, 복부 지방을 관리해야한다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매일매일 운동을 하고, 평소 몸 관리에 신경 쓰는 선수들은 어떨까요? 유산소 운동은 물론 근력 운동도 항상 하는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검사 결과를 받아봤습니다. 역시 제 예측이 빗나갑니다. 체지방률이 가장 적은 선수가 7%, 대부분 10% 후반을 기록하더라고요. 하이원 스포츠단에서 선수 트레이닝을 맡고 계신 선생님에게 물어봤더니 일반 선수들을 기준으로 봤을 때 체지방률은 보통 6~10% 정도라고 합니다. 아이스하키 선수 중에서는 14%에서 20%까지 나오는 경우도 있대요.
그런데, '체지방 0%'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다이어트 광고에도 등장하고 하는 그 문구 말입니다. 마른 사람도, 꾸준히 관리하는 사람도 체지방이 이런데 0%가 가능한 이야기인지 궁금해져서 다시 물었습니다. 답은 0%는 불가능하다는 거였어요. 보디빌더나 마라토너 선수들이 시합 직전 체지방률을 재도 3%는 나온다는 거죠. 0%라는 것은 몸에 지방이 하나도 없다는 건데, 말이 안 될 뿐더러 사람이 쓰러지는 수치라고 하더라고요.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오상우 교수님도 의학적인 측면에서 마찬가지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실제로 체지방은 몸 안에 아주 많은 에너지를 저장해둬서 언제든지 우리가 굶을 때 살아남을 수 있는 중요한 에너지 저장소역할을 합니다. 또 몸 안의 여러 가지 대사반응도 조절할 뿐만 아니라 체온을 36.5℃로 유지해 주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하는데요, 이렇게 중요한 체지방이 0%라면 사람의 생존이 어렵다는 거죠.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체지방을 측정하는 기계가 극한값은 잘 잡아내지 못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아마 측정이 잘못됐거나, 아니면 불필요한 지방이 0%라는 말이 와전된 것 같다는 견해를 내셨습니다.
덕지덕지 붙은 살을 줄이고, 또 건강도 챙기려면 체지방을 줄이긴 해야 하는데, 어떻게 줄이는 게 좋은 걸까요? 교수님은 체지방에 대한 흥미 있으면서도 잘 알려진 연구 결과를 이야기하셨습니다. 인위적으로 지방을 제거한 쥐에게 사료를 먹였더니 지방간이 되면서 배가 불룩해졌는데 비해, 지방을 피하조직에 이식해 둔 쥐는 오히려 문제가 없었다는 겁니다. 쥐가 섭취한 사료 속에는 지방이 들어있는데, 이 지방이 몸 속에 들어와도 붙을 곳이 없다보니까 간에 가서 쌓이게 됐다는 건데, 적당량의 지방을 갖고 있는 게 건강에 유리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을 구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권혁태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피하지방에 비해 내장지방의 비율이 높은 사람들이 대사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더 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만큼 내장지방이 우리 몸에 별로 좋은 존재가 아니라는 의미죠. 체지방을 줄이는 데 있어 복부지방은 많이 빼면 뺄수록, 피하지방은 어느 정도 있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입니다. 키나 체중, 나이 등에 따라 차이가 조금씩 있지만 남성은 10~12kg, 여성은 12~13kg 안팎의 체지방을 유지하는 게 좋다고 해요. 물론 이 체지방이 영화에 나오는 ET처럼 복부에만 집중돼 있으면 곤란하겠죠.
그러므로 다이어트 방법을 잘 고르는 게 중요합니다. 토마토 다이어트다, 바나나 다이어트다 뭐다 하는 일명 '원푸드' 다이어트 등은 체지방을 빼기 보다는 근육 손실을 초래해서 나중에는 오히려 체지방이 더욱 불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더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잘못하면 골밀도가 줄어서 골다공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거든요.
건강하면서도 좋은 다이어트 방법은 역시 기본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기본이란 운동과 식사요법이 병행하면서도 스트레스 관리까지 잘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일단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균형을 맞춰 음식을 섭취해야 합니다. 운동도 유산소 운동만 하지 말고 근력운동, 유연성 운동을 복합적으로 해야 효과적입니다. 체지방이 너무 적은 사람들은 오히려 지금보다 더 적절하게 먹어서 체지방을 불린 뒤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게 건강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최고운 기자gowoon@sbs.co.kr
다이어트는 어떤 것을 줄이기 위한 것일까요? 십중팔구 체지방을 생각할 겁니다. 청바지 옆으로 울룩불룩 튀어나오거나 팔에 달라붙은 살을 노려보며 '이 지방덩어리가 도대체 어떻게 하면 없어질까' 궁리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기까지 하니까요. 그렇다면 도대체 체지방은 얼마나 없어야 좋은 것일까요? 취재는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먼저, 한 눈에 보기에도 마른 20대 남녀를 섭외했습니다. 우리가 말랐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과연 체지방이 얼마나 있을지 궁금했거든요. 여성은 키 158센티미터에 몸무게 41킬로그램이었습니다. 처음 봤을 때 '저 다리로 어떻게 걷나'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어요. 체지방 검사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체지방 양은 9.5킬로그램, 체지방 비율은 22.5%가 나왔습니다. 체지방의 양은 표준 이하였는데 전체 체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생각보다 높았던 겁니다. 특히 지방의 대부분이 복부에 있어서 마른 비만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 말라서 체지방이 있긴 한 건지 의심이 들 정도였는데 참 의외의 결과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178센티미터 키에 체중 62킬로그램으로 역시 마른 체형의 남성은 체지방량과 비율은 적당했지만, 복부 지방을 관리해야한다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매일매일 운동을 하고, 평소 몸 관리에 신경 쓰는 선수들은 어떨까요? 유산소 운동은 물론 근력 운동도 항상 하는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검사 결과를 받아봤습니다. 역시 제 예측이 빗나갑니다. 체지방률이 가장 적은 선수가 7%, 대부분 10% 후반을 기록하더라고요. 하이원 스포츠단에서 선수 트레이닝을 맡고 계신 선생님에게 물어봤더니 일반 선수들을 기준으로 봤을 때 체지방률은 보통 6~10% 정도라고 합니다. 아이스하키 선수 중에서는 14%에서 20%까지 나오는 경우도 있대요.
그런데, '체지방 0%'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다이어트 광고에도 등장하고 하는 그 문구 말입니다. 마른 사람도, 꾸준히 관리하는 사람도 체지방이 이런데 0%가 가능한 이야기인지 궁금해져서 다시 물었습니다. 답은 0%는 불가능하다는 거였어요. 보디빌더나 마라토너 선수들이 시합 직전 체지방률을 재도 3%는 나온다는 거죠. 0%라는 것은 몸에 지방이 하나도 없다는 건데, 말이 안 될 뿐더러 사람이 쓰러지는 수치라고 하더라고요.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오상우 교수님도 의학적인 측면에서 마찬가지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실제로 체지방은 몸 안에 아주 많은 에너지를 저장해둬서 언제든지 우리가 굶을 때 살아남을 수 있는 중요한 에너지 저장소역할을 합니다. 또 몸 안의 여러 가지 대사반응도 조절할 뿐만 아니라 체온을 36.5℃로 유지해 주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하는데요, 이렇게 중요한 체지방이 0%라면 사람의 생존이 어렵다는 거죠.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체지방을 측정하는 기계가 극한값은 잘 잡아내지 못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아마 측정이 잘못됐거나, 아니면 불필요한 지방이 0%라는 말이 와전된 것 같다는 견해를 내셨습니다.
덕지덕지 붙은 살을 줄이고, 또 건강도 챙기려면 체지방을 줄이긴 해야 하는데, 어떻게 줄이는 게 좋은 걸까요? 교수님은 체지방에 대한 흥미 있으면서도 잘 알려진 연구 결과를 이야기하셨습니다. 인위적으로 지방을 제거한 쥐에게 사료를 먹였더니 지방간이 되면서 배가 불룩해졌는데 비해, 지방을 피하조직에 이식해 둔 쥐는 오히려 문제가 없었다는 겁니다. 쥐가 섭취한 사료 속에는 지방이 들어있는데, 이 지방이 몸 속에 들어와도 붙을 곳이 없다보니까 간에 가서 쌓이게 됐다는 건데, 적당량의 지방을 갖고 있는 게 건강에 유리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을 구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권혁태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피하지방에 비해 내장지방의 비율이 높은 사람들이 대사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더 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만큼 내장지방이 우리 몸에 별로 좋은 존재가 아니라는 의미죠. 체지방을 줄이는 데 있어 복부지방은 많이 빼면 뺄수록, 피하지방은 어느 정도 있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입니다. 키나 체중, 나이 등에 따라 차이가 조금씩 있지만 남성은 10~12kg, 여성은 12~13kg 안팎의 체지방을 유지하는 게 좋다고 해요. 물론 이 체지방이 영화에 나오는 ET처럼 복부에만 집중돼 있으면 곤란하겠죠.
그러므로 다이어트 방법을 잘 고르는 게 중요합니다. 토마토 다이어트다, 바나나 다이어트다 뭐다 하는 일명 '원푸드' 다이어트 등은 체지방을 빼기 보다는 근육 손실을 초래해서 나중에는 오히려 체지방이 더욱 불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더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잘못하면 골밀도가 줄어서 골다공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거든요.
건강하면서도 좋은 다이어트 방법은 역시 기본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기본이란 운동과 식사요법이 병행하면서도 스트레스 관리까지 잘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일단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균형을 맞춰 음식을 섭취해야 합니다. 운동도 유산소 운동만 하지 말고 근력운동, 유연성 운동을 복합적으로 해야 효과적입니다. 체지방이 너무 적은 사람들은 오히려 지금보다 더 적절하게 먹어서 체지방을 불린 뒤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게 건강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최고운 기자gowoo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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