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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보다 강도 10배. 무게 20%...세계는 '탄소 섬유 전쟁'

新소재,新 과학

by 석천선생 2014. 4. 2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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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보다 강도 10배·무게 20%… 세계는 ‘탄소섬유 전쟁’



산업계에서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탄소섬유 시장을 둘러싼 업체들의 총성 없는 전쟁이 점점 더 격해지고 있다. 산업 각 분야로 관련 수요가 확대되면서 세계시장 대부분을 장악한 일본 업체들에 맞선 국내 기업들이 잇달아 사업진출을 선언하며 도전장을 내고 있다.

◇철보다 가볍고 단단한 꿈의 신소재=탄소섬유는 석유, 석탄 등을 원료로 생산하며 탄소함유율이 90% 이상인 섬유다. 강도는 강철의 10배 정도로 세지만 무게는 강철의 20%에 불과하다. 또 탄성(외부 힘에 의해 변형되었다가 복원되는 성질) 수치는 강철의 7배 정도로 스테인리스나 알루미늄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 가볍고 강도가 높다 보니 제품 경량화에 따른 연비 개선이나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효과도 크다.

문제는 가격이다. 28일 현재 탄소섬유 가격은 알루미늄보다 약 4배, 철강보다는 9배나 비싸기 때문에 산업 전반에 폭넓게 사용하기 어려웠다. 1970년대 초 일본에서 개발된 이후 1980년 중반까지 도입기에는 주로 낚싯대, 항공우주 등에 사용됐다. 이후 2000년 중반에 IT, 조선 등으로 용도가 확대된 뒤 최근에는 항공기, 풍력, 자동차 분야까지 활용 범위가 훨씬 다양해지고 있다.

◇항공기·자동차·스마트폰 진화 이끌 차세대 소재로 주목=특히 항공업계에서 경량화의 핵심 신소재로 탄소섬유를 적극 채용하고 있다. 에어버스는 주력기종인 A350의 연비 향상을 위해 기체 중량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주(主) 날개와 동체 대부분을 탄소섬유로 제작하고 있다. 보잉사도 최신 기종인 787기에 A350과 같은 수준의 탄소섬유를 사용한다.

최근에는 자동차와 모바일 기기 분야까지 탄소섬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2014 제네바모터쇼’에서 선보인 미래형 콘셉트카 ‘인트라도’(Intrado)의 카프레임, 루프, 사이드패널 등에 탄소섬유를 적용했다. 차체 강성을 높이고 무게를 줄여 연비를 올리기 위해서다. 기아자동차가 출시 예정인 신형 쏘렌토에도 탄소섬유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내 출시된 BMW의 순수 전기차 i3의 차체도 탄소섬유로 만들어져 강철에 비해 약 50% 무게를 감량했다.

스마트폰 업계에서도 탄소섬유를 적극 활용할 시점이 왔다. 가벼우면서도 높은 강도를 획득할 수 있어 제품 내구성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애플이 최근 탄소섬유를 활용한 금형 디자인 관련 특허를 취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탄소섬유 업계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애플은 아이패드 백커버와 맥북프로 하우징을 탄소섬유로 제작하는 것과 관련된 특허도 취득해 놓은 상태다. 또 탄소섬유 관련 전문가를 영입하고 일본의 탄소섬유 전문 업체와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등 신소재를 제품에 적용하기 위한 준비를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 배터리, 풍력발전 에너지, 의류, 스포츠 장비업체 등에서 탄소섬유를 소재로 한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업체 뛰어넘기 위해 국내 업체 고군분투=산업계의 탄소섬유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관련 업계도 생산능력 증설에 나서는 등 적극 대처하고 있다. 현재 탄소섬유 시장은 토레이와 미쓰비시레이온 등 일본 3사가 전 세계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고 국내 업체들은 이에 도전하는 형국이다.

태광산업은 2009년 PAN계 탄소섬유 생산 기술을 독자 개발한 이후 2011년 상업설비를 구축했고, 2012년 3월에 국내 최초로 탄소섬유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태광산업은 탄소섬유 원료부터 제품까지 수직계열화를 갖춘 국내 유일의 업체다.

효성은 2012년 전북 전주에 연산 2000t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 건설을 시작해, 지난해 3월 ‘강력한 불길에서 태어난 경이로운 탄소섬유’라는 의미를 담은 ‘탠섬’ 브랜드를 발표했다. 효성은 또 향후 탄소시장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오는 2020년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1만7000t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을 갖출 계획이다.

GS칼텍스는 지난해 4월 여수산업단지에 피치계 활성탄소섬유 생산공정 개발을 완료하고, 2015년까지 상업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삼성그룹 화학계열사인 삼성석유화학도 지난해 9월 독일 에스지엘(SGL)사와 합작으로 탄소섬유 사업에 진출했다. SK케미칼은 2012년 12월 일본 미쓰비시와 탄소섬유 개발 및 생산과 관련된 MOU를 채결했고, 현재 미쓰비시레이온에서 탄소섬유를 수입해 와 가공한 뒤 제조사에 공급하고 있다.

기존 탄소섬유는 높은 가격과 대량생산의 한계로 다양한 산업분야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탄소섬유 양산 기술력의 발전으로 가격이 낮아지는 추세에 있다. 현재 탄소섬유의 가격은 철강의 약 9배 정도로 비싸지만 2030년에는 약 2배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탄소섬유 시장은 연평균 10% 이상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2025년에는 자동차 시장에서 1000조원에 가까운 탄소섬유 신시장이 창출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점진적으로 탄소섬유 대중화가 이뤄지고 있고, 업계에서도 이에 발맞춰 시장선점을 위한 시설투자와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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