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을 컴컴한 흙 속에 묻혀 있다가 언 땅을 뚫고 나오는 여린 순의 봄나물은 기세 등등하게 자란 여름 채소나 묵직한 가을 열매에는 없는 에너지를 갖고 있다. 움츠렸던 몸에 뭉근한 근기를 불어넣어주는 힘이다. 가장 흔한 봄나물인 냉이. |
머위, 제일 먼저 싹 터… 원기에 으뜸
씀바귀, 오장의 독소와 한기 풀어줘
달래, 비타민C 보고… 위 따뜻하게
두릅, 사포닌 함유돼 면역 강화시켜
아스파라거스, 시력 증진·다이어트에 도움
식물 세포 속 엽록체의 탄력을 혀의 미각으로 느낄 수 있는 계절, 봄이 코앞에 왔다. 하우스에서 자란 냉이와 달래가 시작이다. 뒤따라 쑥, 두릅, 머위, 참나물, 도라지, 씀바귀, 아스파라거스 등등이 시장 소쿠리 위에 윤택한 녹색을 퍼뜨릴 것이다. 입춘오신반(立春五辛槃). 우리에게 피를 물려준 조상들은 이 계절 매운맛이 나는 다섯 가지 나물을 무쳐서 겨우내 꼬여 있던 오장육부가 기지개를 켤 수 있도록 했다. 오신반의 종류는 고장에 따라 다르고 어떤 곳은 일고여덟 가지인 곳도 있다. 하여튼 몸의 기운을 북돋는 대지의 연둣빛들이다. 봄나물의 효능과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요리법을 알아보자.
머위
딴딴한 흙을 제일 먼저 뚫고 나오는 풀빛이 머위의 싹이다. 그래서 원기에 으뜸으로 여겨진다. 머구, 머우, 멍우 등 이름이 많다. 한방에서 약으로 쓰는 관동화와 흔히 혼동되는데 다른 풀이다. 관동화는 꽃을 말려 쓰고 머위는 줄기와 잎을 먹는다. 쓴맛이 강해 쌈으로 먹으면 오곡에 깃든 본래의 단맛을 도드라지게 만든다. 비타민A, 칼슘, 세균의 증식을 막는 헥산알이 많이 들어 있다.
<머위 쌈밥>
봄나물을 이용한 여러 가지 음식들. |
▦머위 1줌, 밥 1공기, 된장, 표고버섯, 멸치, 청양고추, 고추장, 참기름 약간씩.
1. 머위를 식초물에 담가 이물질을 제거하고 찜통에 5분 정도 쪄서 물기를 뺀다.
2. 뚝배기에 버섯을 깔고 멸치, 된장, 고추장, 참기름을 섞어 얹어 쪄서 강된장을 만든다.
3. 쪄낸 머위잎에 밥과 강된장을 올려 연잎밥처럼 한입 크기로 만다.
씀바귀
동의보감에 오장의 독소와 미열로 인한 한기를 풀어주고 부스럼, 피부병, 배뇨장애에 좋다고 기록돼 있다. 외상에도 효과가 있어 상처가 나면 찧어 붙이기도 했다. 만병에 두루 효험이 있다 하겠다. 봄에 심으면 꼬박 1년 동안 땅의 기운을 뿌리에 축적하는 나물이다. 역시 쓴맛이 강한데 의외로 단맛과 어울린다. 요리하는 게 귀찮다면 흙을 털고 깨끗이 씻어 요구르트와 섞어 먹는 것도 괜찮은 방법.
<유자 씀바귀 튀김>
▦씀바귀 미나리 각 1줌, 튀김반죽, 유자소스, 홍고추, 식용유, 소금 약간씩.
1. 씀바귀를 소금물에 담가 쓴맛을 조금 뺀 다음 먹기 좋은 길이로 자른다. 홍고추도 같은 길이로 썬다.
2. 미나리를 데쳐서 씀바귀와 홍고추를 묶은 다음 반죽을 입혀 170℃의 기름에 튀긴다.
봄나물을 이용한 여러 가지 음식들. |
3. 튀김을 건져서 새콤달콤한 유자소스에 버무려 낸다.
달래
위를 따뜻하게 하고 소화를 돕는다. 예부터 배앓이를 할 때 약처럼 먹었다. 비타민C의 보고인데 그래서 열을 가하는 것보다 날로 먹을 수 있는 조리법이 권장된다. 톡 쏘는 특유의 맛을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서도 그게 좋다. 식초를 곁들어 요리하면 비타민C의 파괴속도가 더 느려지므로 새콤하게 무쳐 먹는 게 정답인 셈. 하지만 된장국에 넣으면 개운한 맛을 내는 부재료가 되기도 한다.
<해물 달래 냉채>
▦조개관자, 해파리 각 150g, 달래 1줌, 양파, 식초, 소금, 설탕, 레몬소스, 꿀 약간씩.
1. 조개관자는 테두리의 막을 제거한 뒤 편으로 썬다. 해파리는 하루쯤 찬물에 담갔다가 살짝 데친다.
2. 팬에 조개관자를 살짝 굽고 물기를 제거한 해파리와 함께 양념에 버무린다.
3. 그릇에 달래와 함께 담고 레몬소스와 꿀로 맛을 낸다.
두릅
비타민A와 비타민C, 칼슘, 섬유질이 풍부할 뿐 아니라 사포닌 성분이 함유돼 있어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춘곤증이 절정에 달할 무렵 두릅도 제철을 맞는데, 괜히 들뜨고 불안정해지기 쉬운 봄철에 두루 약이 된다. 두릅은 향과 씹는 식감으로 먹는 음식이다. 따라서 복잡하게 뒤섞는 것보다 단순하게 만드는 요리일수록 어울린다. 굳이 다른 요리를 원한다면 가볍게 양념을 발라 구워내는 정도가 좋다.
왼쪽부터 머위, 씀바귀, 두릅 |
<두릅회>
▦두릅 300g, 소금, 생강, 마늘, 참기름, 고추장, 간장, 식초, 설탕 약간씩.
1. 두릅은 잎이 벌어진 큰 것보다 짤따랗고 통통한 것을 고른다. 밑동에 칼집을 넣어 소금물에 데친다.
2. 파릇하게 색이 오르면 건져내 찬물에 헹궈둔다.
3. 생강과 마늘의 향을 중심으로 초고추장을 만든다. 두릅과 초고추장은 따로 그릇에 담아낸다.
아스파라거스
입춘절식이니 오신반이니 하는 말이 만들어질 때는 없던 음식. 하지만 이제 나물의 반열에 넣어도 될 만큼 익숙한 식재료가 됐다. 지금부터 가을까지 나는데 봄의 새순이 부드럽다. 흰색과 녹색 두 가지 중 녹색 아스파라거스에 단백질과 카로틴, 비타민 성분이 더 풍부하다. 시력 증진, 항산화 작용뿐 아니라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질긴 편이라 흔히 익혀서 먹는데 가는 줄기는 날것으로 먹어도 좋다.
<베이컨 아스파라거스 스파게티>
▦아스파라거스 3줄기, 베이컨 4장, 스파게티 1인분, 올리브유, 소금, 후추 약간씩.
1. 기름기 적은 베이컨을 노릇하게 구워 잘게 썬다.
2.아스파라거스의 밑동을 떼어 내고 껍질의 질긴 섬유질을 제거?뒤 베이컨을 구운 팬에다 살짝 볶는다.
3.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스파게티 국수를 삶는다. 체에 밭쳐 물기를 빼고 베어컨, 아스파라거스와 함께 담아낸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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