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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행성 관절염 _ 연골이 닳아아프다.

의료백과

by 석천선생 2014. 1. 11.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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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관절염으로 말미암은 통증으로 고생해 온 세계랭킹 1위 라파엘 나달이 결국 대회 개막을 사흘 앞둔 19일 대회 참가를 포기하기로 했다.” 페더러를 제치고 2008년에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나달은 육상선수를 방불케 하는 빠른 스피드로 세계 테니스계를 주름잡았다. 치타처럼 빠른 발로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공을 받아내니, 상대선수가 주눅이 들 수밖에…

 

테니스 황제 페더러도 나달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졌다. 하지만 나달 스타일의 테니스는 무릎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무릎 통증은 그의 고질병이 되었고, 부상 탓에 결장하는 경기가 점점 많아졌다. 2008년 윔블던에서 페더러를 무너뜨렸던 나달은 결국 2009년 윔블던에 출전하지 못했고, 1년간 지켜오던 세계랭킹 1위도 빼앗기고 말았다. 그 이유는 젊은 나이에 벌써 퇴행성관절염 초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무릎 골관절염 : 무릎 안쪽의 연골이 손상되거나 퇴행성 변화가 생겨 발생하는 질환


무릎관절은 경골(tibia)과 대퇴골(femur)의 접촉으로 이루어지며, 그 주위에 근육과 힘줄∙인대들이 있어 관절을 안정하게 유지한다. 뼈의 끝에는 2~4mm 두께의 연골이 있어 뼈를 보호해주고, 반달(menisci)이라는 섬유 연골판이 관절 양쪽에 있어서, 관절면을 더 잘 맞춰주고 충격도 흡수해 준다. 골관절염은 연골이 손상되거나 퇴행성 변화가 옴으로써 관절강이 좁아지고, 염증과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나중에는 관절의 변형이 오고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가져오는 무서운 병인데, 이 골관절염(퇴행성관절염)이 가장 흔하게 오는 부위는 무릎 안쪽이다.

 

걷거나 서 있을 때 체중의 75~90%가 무릎 안쪽으로 쏠리기 때문이다. 골관절염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는데, 그 대부분이 55세 이후에 발생하지만, 나이가 많다고 모든 사람이 다 골관절염에 걸리는 건 아니다.


하드코트에서 너무 무리해서 테니스를 치는 경우, 퇴행성 관절염에 걸릴 수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하드코트에서 너무 무리해서 테니스를 치는 경우, 퇴행성 관절염에 걸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앞서 말한 나달처럼 무릎에 외상을 입어서도 생길 수도 있고, 비만이거나 가족력이 있으면 발병 확률이 높다. 미국에선 골관절염이 장애 원인 중 단연 1위라는데, 60대 이상의 33%가 골관절염이다. 우리나라에선 50대 이상인 중장년층에서 37%가 방사선학적으로 무릎 골관절염 소견을 보였고, 관절염 증상을 호소한 사람은 24%였다.

 

골관절염의 증상은 다음과 같다. 무릎이 아프고,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들며,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가 조금 지나면 체중이 실릴 때는 아프고 쉬면 좋아지나, 병이 더 경과하게 되면 쉬어도 통증이 있게 된다. 비가 온다든지 습기가 많은 날에는 통증이 더 심해진다. “곧 비가 내릴 테니 빨래를 걷어라.”는 시어머니의 예지력은  바로 골관절염에서 비롯된 거였는데, 날이 흐려 기압이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관절강 내 압력이 증가해 신경이 자극받기 때문이다.

 

 

골관절염의 치료의 원칙 : PRICE


무릎에 통증이 있는 경우, 얼음찜질을 하루에 15분씩 수 차례 해주면 통증을완화시킬 수 있다.

무릎에 통증이 있는 경우, 얼음찜질을 하루에 15분씩 수 차례 해주면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통증이 있는 환자는 아래의 PRICE 원칙을 따라야 한다.

 

 

  Protection - 지팡이를 사용해 체중부하를 줄임으로써 관절을

   보호(protection)하기
  Rest - 오래 서 있거나 계단 오르는 걸 될 수 있으면 피하고

   휴식(rest)을 취하기
  Ice - 얼음찜질(ice)을 하루 15분씩 수차례 실시하기
  Compression - 붕대로 감아 압박(compression)하기
  Elevation - 무릎이 부었으면 다리를 들어 올리기(elevation)

 

체중을 줄이는 게 특히 중요한데, 성공만 한다면 통증을 상당히 감소시킬 수 있다, 물론 약도 써야 한다. 초기에는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이 좋다. 그래도 통증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NSAID라고, 비스테로이드 소염제를 쓰면 퇴행성 변화를 예방할 수 있지만, 나름의 부작용이 있다. 스테로이드를 관절강 내에 주입하는 것 역시 자주 쓸 건 아니다. 아직 무릎 골관절염에 대한 완벽한 치료법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골관절염 환자의 많은 수가 여러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가벼운 유산소운동과 근력강화 운동은 골관절염의 통증 감소와 관절의 안정성에 도움을 준다

60세 남자가 지난 35년간 매주 30킬로를 달렸다. 그런 그에게 주위 사람들이 “계속 그러면 골관절염 걸린다.”라고 겁을 줬다. 그는 과연 운동을 계속해도 될까?

 

한 정형외과 책에는 ‘일주일에 20마일 이상을 달리는 고도의 스포츠 활동은 골관절염과 관련이 있다.’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연구 결과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골관절염에 더 잘 걸리는 건 아니었고, 심지어 골관절염의 발병이 더 늦어졌다는 보고도 있었다. 마라톤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으니, 위에서 말한 60세 남자는 계속 달려도 될 것 같다.

 

축구나 레슬링처럼 접촉이 많은 스포츠를 하는 건 분명히 골관절염의 위험을 증가시키지만, 이건 상대선수에 의해 직접 관절에 충격이 가해진 탓이며, 조깅 같은 것에 의해서는 골관절염이 오히려 방지된다는 게 대체적인 결론이다. 물론 나달처럼 직업적으로 하드 코트에서 무릎을 혹사한다면 골관절염의 위험성이 증가할 수밖에 없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골관절염이 있는 환자가 운동해도 될까? 된다. 가벼운 유산소운동과 근력강화 훈련이 통증감소와 관절의 안정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단다.


 

축구와 같은 격렬한 운동을 하면, 골관절염의 위험이 증가한다.이는 격렬한 몸싸움으로 말미암은 관절의 충격 때문이지, 운동자체 때문은 아니다.

축구와 같은 격렬한 운동을 하면, 골관절염의 위험이 증가한다.
이는 격렬한 몸싸움으로 말미암은 관절의 충격 때문이지, 운동자체 때문은 아니다.

 

 

글루코사민은 무릎관절염의 특효약이 아닌, 건강보조식품일 뿐

일반인에게 무릎관절염의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게 바로 글루코사민(glucosamine)이다. 바닷게의 껍질에 들어 있는 키토산을 주 원료로 만든 글루코사민은 환자들의 통증을 완화해주고 관절 연골의 손실을 막아줄 뿐 아니라 연골을 재생시키기까지 한다고 선전됐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최근의 연구결과는 부정적이다. 2006년 미국 국립보건원은 ‘글루코사민의 통증완화 능력이 가짜 약(placebo)을 썼을 때와 별 차이가 없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글루코사민이 미국에서 ‘약’이 아닌 ‘건강보조식품’으로 분류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2010년 2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도 ‘글루코사민 제제가 골관절염의 예방 효과는 물론이고 통증감소와 기능향상에 효과가 없다.’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무릎관절 전치환술, 가격은 비싸나 효과가 좋아서 점점 수술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라는 병이 있다. 혈액공급이 안되어 대퇴골 머리 부분이 썩는 건데, 이 경우 대퇴골의 머리를 금속으로 바꿔주는 방법을 쓴다. 그렇다면 무릎연골이 닳았을 때 무릎을 금속으로 바꿔주면 어떨까?

 

실제로 대퇴골과 경골의 관절면을 금속성 보조물로 대체해 주는 수술법(무릎관절 전치환술, Total knee arthroplasty)을 쓰는 때도 있어, 2005년 미국에서만 50만 건의  무릎관절 전치환술이 시행된 바 있다.

 

이 방법이 성공하면 통증 없이 생활을 하는 기간이 증가할 수 있는데, 가격이 비싸고 나이 든 환자에서 결과가 썩 좋지 않은 게 단점일 수 있지만, 비용대비 효과를 따져봤을 때는 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약을 쓰는 건 증상을 완화하는 것일 뿐 근본적인 치료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 점점 이 수술을 하는 사람이 늘어날 전망이다.


골관절염 환자가 무릎관절 전치환술을 하면, 통증을 줄일 수 있다.

골관절염 환자가 무릎관절 전치환술을 하면, 통증을 줄일 수 있다.


 

 

무릎 안쪽에 실리는 하중을 분산하기 위해 신발을 잘 선택하면, 치료에 도움이 된다

안창이나 신발을 잘 선택하는 것도 골관절염 치료에 도움이 된다. 맨발로 걷는 것보다 신발을 신으면 골관절염의 위험성이 증대된다는 결과가 있지만, 사회생활을 하려면 신발을 안 신을 수는 없다. 이럴 때 외측쐐기 깔창(lateral wedge insole)을 사용하면 도움이 되는데, 원리는 이렇다. 경골이 수직으로 서 있는 데 반해 대퇴골은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이게 무릎관절 안쪽에 하중이 실리는 원인이다. 일어서서 신발 바깥쪽에 쐐기가 있다고 생각하고 발 바깥쪽을 들어 보자. 무릎 안쪽에 걸리던 하중이 분산되는 느낌이 들 거다. 이 때문에 골관절염의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건 당연한 얘기지만, 같은 이유 때문에 굽이 높은 힐은 골관절염 환자는 신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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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다. 저서로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 [대통령과 기생충]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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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멀티비츠, TOPIC / corb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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