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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로봇’, 국제사회 반대 뚫고 탄생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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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천선생 2013. 12. 1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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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로봇’, 국제사회 반대 뚫고 탄생하나



- 속속 개발되는 킬러 로봇류 VS 킬러 로봇 막아선 NGO와 UN -


스스로 적을 탐지하고 추적해 공격하는 터미네이터 같은 가공할 무기인 ‘킬러 로봇’이 세계 유명 비정부기구(NGO)의 척결 목표가 됐습니다. 명실상부한 킬러 로봇은 현재 존재하지도 않는데 아예 싹부터 없애자는 것이 NGO들의 구상입니다. 킬러 로봇이 개발돼 전장에 배치된다면, 즉 인간의 개입 없이 기계가 판단해 적을 공격한다면 비무장 민간인의 피해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일리있는 주장이고 세계 방산업체들이 실제로 드론(drone) 같은 킬러 로봇류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UN도 나섰습니다. 킬러 로봇의 정의부터 시작해 규제 또는 금지 여부까지 다루기 위해 본격적인 논의를 위한 테이블을 펼친 것입니다. 방산업체들은 NGO와 UN의 움직임이 점점 자동화하고 있는 첨단무기 개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방산업체도 킬러 로봇 비슷한 물건을 만들어 놓은 채 킬러 로봇 논란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 세계의 킬러 로봇류들

소박하지만 국산 준(準) 킬러 로봇도 있습니다. 삼성테크윈의 감시경계로봇 SGR-1(사진)이 바로 주인공인데요. 철책 경계병들이 할 수 있는 실수를 최소화하면서 경계를 서도록 설계된 로봇입니다. 반경 4km의 적을 스스로 탐지한 뒤 2km까지 추적해 공격하는 것이 주기능입니다. K2 소총 무장이 기본입니다. 사격 판단은 SGR-1이 직접 하지 않고 경계병들이 합니다. 그래서 준 킬러 로봇입니다. 킬러 로봇 가까이에 사람이 다가오면 ‘암구호’를 확인해 아군 여부를 판단하기도 합니다. 이 로봇은 지난 2010년 7월부터 반년동안 전방 부대에 배치돼 시험 평가를 마쳤고 현재는 삼성테크윈이 거둬들인 상태입니다. 개발이 끝난 제품이지만 국방부가 구입 결정을 하지 않고 있어서 양산되지 않고 있습니다. 영국의 가디언 등 해외 언론들이 킬러 로봇 기사를 내보낼 때마다 빠지지 않고 소개해 국제적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5월엔 UN 인권위 보고서에도 등장했습니다.

UN과 NGO들은 영국 국방부와 BAE 시스템이 지난 2010년 공개하고 지난해 시험비행한 영국 최초의 무인항공기 타라니스(TARANIS 사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켈트 신화에 나오는 천둥의 신 이름을 딴 타라니스는 길이 12m의 스텔스 무인공격기, 즉 드론입니다. 위성통신을 통해 적진 정찰과 목표 확인을 하고 지상 공격을 하는 것이 주요 기능입니다. 영국 국방부는 타라니스의 공격 판단은 인간이 한다고 주장하지만 UN과 NGO들은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있습니다. 현존 드론 가운데 가장 진보된 모델이어서 킬러 로봇의 핵심인 ‘자동화’도 진일보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력화된 무기체계 중에는 미국 레이시온사가 만든 팔랑크스(PHALANX CLOSE 사진)가 있습니다. 팔랑크스는 함정으로 돌진하는 목표물을 빠르게 공격하는 고속 20mm 기관포입니다. 해군 함정으로 돌진하는 대함 미사일이나 항공기 등이 공격 타깃입니다. 발사 속도는 최신 모델의 경우 분당 4500발에 달합니다. 미 해군 함정들은 팔랑크스를 대함 미사일에 대한 최후의 방어 수단이라고 일컫는데 자동화의 정도로 놓고 보면 사실상 완전 자동화된 킬러 로봇이나 다름 없습니다. 함정을 공격하는 미사일이나 전투기의 속도가 빠르다 보니 사격 판단을 로봇이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지상 공격용이 아니어서 오인 발사로 인한 민간인 살상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어 UN과 NGO의 ‘관심’을 덜 받는 편입니다.


● “킬러 로봇 반대” VS "킬러 로봇 없어"

킬러 로봇 개발을 가장 거세게 반대하는 NGO는 Human Rights Watch입니다. 이 단체를 중심으로 인권 NGO들의 모임인 ‘킬러 로봇 금지 운동(Campaign to Stop Killer Robots)’도 발족됐습니다. 기계가 스스로 전장 상황을 판단해 공격한다면 민간인들이 무차별적으로 피해를 본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UN도 거들고 있습니다. UN의 재래식무기 금지협약(CCW)은 지난 달 중순 제네바에서 회의를 열고 킬러 로봇을 내년 논의할 공식 의제로 선정했습니다. 내년 5월에 다시 모여 킬러 로봇의 정의와 개발 규제 여부 등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계획입니다. 킬러 로봇류를 개발한 나라에 대한 규제도 기대하는 측이 많은데 CCW는 무기의 개발 금지보다는 개발된 무기의 사용을 조금씩 제한하는 데 익숙한 단체여서 NGO들이 원하는 대로 킬러 로봇 개발에 철퇴를 가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보다 앞서 UN 인권이사회도 지난 5월에 킬러 로봇 때문에 소집됐습니다. 인권이사회는 킬러 로봇의 생산, 이전, 이용 금지를 촉구했습니다. 또 국제적인 합의가 도출될 때까지만이라도 드론의 시험, 생산, 조립, 배치, 활용 등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방산업체들은 대놓고 킬러 로봇을 만들겠다는 말은 안합니다. 게다가 진정한 킬러 로봇, 즉 기계 스스로 탐지, 추적, 식별, 공격하는 무기체계는 현재 없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공격은 앞으로도 인간이 판단해 감행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미국 국방부도 “킬러 로봇을 만들지 않겠다”는 성명을 작년에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킬러 로봇을 영원히 만들지 않겠다는 약속은 누구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경쟁국가나 업체가 스스로 인간을 공격하는 킬러 로봇을 개발한다면 상대국가나 상대업체도 손 놓고 앉아있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UN 인권이사회가 주장하는 국제적 합의, 즉 킬러 로봇을 만들지 않겠다는 국가간 약속이 필요한 겁니다.

지금 현재의 무기들만으로도 전쟁은 충분히 파괴적입니다. 굳이 가공할 ‘전쟁 머신’을 새로 개발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에 인류 대부분은 동의할 겁니다. 동의하지 않는 세력은? 한 줌도 안되겠지요. 그런데도 ‘킬러 로봇 개발 금지 약속’을 쉽게 맺지 않는 걸 보면 킬러 로봇의 유혹이 강하고, 이 기계를 원하는 세력의 힘도 대단한 모양입니다.    

김태훈 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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