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전투기(F-X) 사업 재입찰에서 미 보잉사의 ‘F-15SE’와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의 ‘유로파이터’가 우리 정부가 제시한 총사업비(8조3000억원) 이내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의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입찰에 참여한 록히드마틴의 F-35A는 이를 충족하는 가격을 제시하지 못해 사실상 탈락 위기에 직면했다.
정부 소식통은 16일 “오늘 마지막 가격입찰에서 보잉과 EADS가 F-X 사업의 총사업비 이내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면서 “예상을 뒤집는 응찰로 예산 증액 등을 통한 사업 재검토 등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위사업청도 이날 오후 공식브리핑에서 정확한 업체 수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총사업비 이내 가격을 써낸 업체가 있으며, 사업 재검토는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방사청은 기종선정 종합평가를 거쳐 내달 중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기종선정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종합평가에서 최종 기종선정 때까지 2개월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다.
8조3000억원에 달하는 F-X 총사업비는 60대 분의 전투기 동체 및 67대의 엔진(예비엔진 7대 포함) 도입 가격 7조5000억∼7조6000억원에다 무장 4000억∼5000억원, 격납고 등 비행장시설 건설 비용 3000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입찰은 전투기 동체와 엔진에 한해 이뤄져 총사업비를 충족하려면 전투기와 엔진 가격을 7조6000억원 이내로 제시해야 했다.
F-15SE와 유로파이터가 쓴 가격은 이를 충족한 반면, 미 공군성이 제시한 F-35A의 가격은 총사업비를 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이 미 의회에 통보한 F-35A 60대의 한국 판매 가격은 108억달러(약 12조636억원)였다. F-35A의 경우 록히드마틴이 미 공군에 공급하는 가격에 맞춰 매년 국내 공급가격이 결정되는 방식이라 처음부터 실질적인 가격협상이 불가능한 구조였다.
방사청 한 관계자는 “사업비를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기종선정 종합평가 대상에는 포함되나 최종 기종선정 대상은 아니다”면서 “이는 (사업비 초과로 인해) 자격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F-35 탈락을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이로써 향후 F-X 사업은 F-15SE와 유로파이터의 2파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파전 구도에서 누가 유리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F-15SE의 경우 미국산인 데다 이미 F-X 1, 2차 사업을 통해 한국 공군에 61대의 F-15K를 납품한 경험이 강점이다. 하지만 F-15 전투기 최초 개발이 1960년대에 이뤄진 데다 시제기 한 대 없이 유로파이터와 경합해야 하는 상황이 부담이다. 유로파이터는 최신 기종으로 성능과 기술이전 등이 유리하지만 유럽산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여하히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앞서 방사청은 6월18일부터 7월5일까지 3주간 총 55회의 가격입찰을 진행했으나 사업비를 충족하는 기종이 나타나지 않아 입찰을 잠정 중단한 뒤 지난 13일부터 이날까지 재입찰을 실시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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