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圈서 급부상하는 '복지 수정론'
與 "朴대통령이 직접 나서 복지와 세금, 확실히 정리를"
청와대와 여당에서 세제 개편을 통한 중산층 '증세(增稅)'가 여론의 비판에 부딪혀 좌초하면서 복지(福祉) 축소·수정론이 본격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공약한 수준의 복지 확대를 위해서는 증세를 통한 재원 마련이 불가피한데, 지금처럼 증세 거부감이 강한 상황이라면 복지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4선(選)의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13일 의원총회에서 "이번 세제 개편안 파동을 계기로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복지 확대와 증세 문제에 대해 확실하게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며 "국민이 증세에 동의해주지 않는다면 복지를 예산 가능 범위 내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심재철 최고위원도 "세금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며 "복지와 세금 중 어느 것을, 어떻게 선택할지 국민에게 솔직히 말하고, 복지 공약과 증세 문제를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친박(親朴) 핵심인 김재원 당 전략기획본부장은 본지 통화에서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한지에 대해 당·정·청(黨·政·靑)이 제대로 판단할 때가 됐다"며 "증세 없는 복지가 불가능하다면 복지 공약을 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 원내대표를 지낸 이한구 의원은 "지금 국가 재정 상태는 새로운 복지 확대는 고사하고 기존 사업을 진행하기에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대통령과 여당은 국가 재정 상황을 국민 앞에 솔직히 밝히고 복지 확대의 범위와 시기를 조정하는 방안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기획재정부를 포함한 경제 부처에서 몇몇 공약 사안에 대해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집행 시기를 2015년 이후로 늦추거나 규모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공약의 기조를 전반적으로 바꾸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복지 확대 등 공약의 기본 방향은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은 또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국민대타협위원회'를 구성해 증세와 복지 축소 문제를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올 초에는 여권에서 제기된 복지 공약 축소론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일부 수용하려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금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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