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현행 초·중·고교 교과서 다수가 시민 학살의 책임자인 전두환·노태우씨의 구속 사실을 싣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시교육청은 18일 5·18 민주화운동을 수록한 초등 5학년 <사회> 1종, 중학 <역사2> 9종, 고등 <한국사> 6종 등 16종의 국정·검정 교과서 내용을 분석해 이렇게 밝혔다. 교육청은 지난 5월부터 주요 출판사의 교과서들을 수집해 광주역사교사모임과 민주인권교육센터를 통해 내용 분석을 해왔다.
현재 사용중인 교과서로 5·18을 다룬 16종 가운데 75%인 12종은 1994년 전두환·노태우씨가 구속된 사실을 적시하지 않았다. 이들의 구속은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 역사적 교훈을 전달한다는 관점에서 반드시 알려야 하는 사항이라고 교사들은 강조했다.
국정 교과서인 초등 <사회> 5학년 교과서 114~115쪽에는 5·18 민주화운동과 6·10 민주항쟁이 동시에 수록되는 바람에 각각의 역사적 의의와 사건 전개의 기술이 빈약해졌다. 또 전두환·노태우씨 구속, 5·18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사실 등도 빠졌다.
검정 교과서인 중학 <역사2>와 고교 <한국사>는 5·18을 서술한 분량이 한 쪽에 불과했고, 역사적 의의나 세계사적 가치를 설명하는 내용은 다수 누락됐다. 5·18 정신의 정수를 보여주는 자치공동체의 실현 등도 중등 교과서 15종 가운데 10종에서 기술되지 않았다. 정종재 광주시교육청 장학사는 “이는 우리 사회의 권력구도가 투영된 것이고, 집필자나 출판사의 역사관, 인식차 등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19일 교육부·국사편찬위원회·출판사 등지에 공문을 보내 ‘오는 8월 교과서 검증 절차를 끝내기 이전에 개정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교육청은 지난 5월 뉴라이트 계열 교과서가 검정을 1차로 통과하고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를 비롯한 보수 성향 사이트와 <채널에이> <티브이조선> 등 일부 종합편성채널에서 5·18을 왜곡하는 시도가 잇따르자 교과서 분석에 나섰다.
송선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5·18 역사 왜곡이 사회문제로 떠오른 만큼 교과서에 계엄군 발포, 사망자 발생, 시민군 등장, 언론 통제 등도 반영될 수 있게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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