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올 들어 수익이 급감한 은행들에게 영업비용 감축을 위한 지점 통폐합과 축소를 권고하고 나섰다. 은행의 지점 통폐합 등 구조조정 계획을 직접 챙기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금감원이 지점 통폐합 등 비용 절감 문제를 금융기관 자율에 맡겨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권고사항은 사실상 지시에 가까운 셈이다.
올 들어 은행권 수익이 지난해보다 30~40%씩 감소하자 이 같은 수익성 악화가 은행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특히 하반기에 지점을 감축할 계획이 없던 은행들까지 일부 지점을 구조조정해야 하고, 신규 출점 계획을 접어야 하는 등 대규모의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 금감원 "경비 절감·경영 합리화하라"
금감원은 시중은행 18곳에 6월 말 기준으로 적자 점포 수와 적자 규모 등 현황을 보고하고, 하반기 지점 운영계획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몇 년 째 적자상태인 지점은 경비만 들고, 한 지역에 점포 수가 많으면 은행간·지점간 과잉 경쟁 문제도 있다"며 "수익이 계속 줄어들면 은행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경비를 줄이고 경영 합리화를 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최수현 금감원장이 수익이 급감한 은행권을 겨냥해 "적자 점포를 줄여 경비를 절감하거나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25일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최 원장은 실적에 연계한 성과보상(성과급)체계 확립, 적자점포 정리, 중복 비용 절감 등 경영혁신을 강조했다.
금감원 집계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 18곳이 전국에서 운영하는 점포는 약 7700여개로, 이중 약 900곳은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방은행 지점은 문을 닫으면 당장 예금자들이 불편해지고 최근 신설된 지점은 실적이 부진한 경우가 많아, 이런 부분을 감안해 구조조정을 유도할 것"이라며 "예정대로라면 지난 26일까지 하반기 지점 통·폐합 계획을 내야 했지만 상반기 결산 등으로 일부 은행이 아직 제출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금감원은 지점 통폐합을 강제로 지시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적자 점포지만 은행이 전략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면 그 부분에 대해 설명하면 된다"고 말했다. 지방 점포나 신설 점포의 경우엔 수익이 적거나 손실을 보더라도 예금자의 편의 등을 고려해 문제삼지 않겠다는 것이다.
◆ 실적 '반토막'난 은행들…구조조정 '안간힘'
올 상반기 주요 은행들의 실적은 '어닝쇼크' 그 자체였다. KB금융(105560)지주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575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0.3%(5816억원) 감소했다. 2분기 순이익은 1635억원에 그쳤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70.1% 급감한 것이다.
하나금융지주(086790)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55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3.6%나 줄었다. 2분기 순이익도 2669억원에 그쳤다. 신한금융지주는 발표된 지주사 가운데 유일하게 상반기 순익이 1조원을 넘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전년동기대비 29% 감소한 수치였다. 2분기 순이익도 작년보다 12.1% 감소한 5553억원에 그쳤다.
은행들은 점포 폐쇄와 통합에 따른 영업현장 직원들의 사기저하 등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지만 최근 발표한 상반기 실적을 감안하면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은행들은 금감원의 요구에 따라 지점 통·폐합과 축소 등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올 상반기 14개 지점을 축소한 신한은행은 향후 지점 통·폐합 계획을 금감원에 제출했다. 하나은행은 지점 25곳을 줄이고 3곳을 신설해 하반기에 총 22개 지점을 줄여나가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상반기에 6개 지점을 통·폐합했고 11개를 신설해 5개가 순증했다. 하반기에는 4개를 추가로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상반기 지점을 15곳 정리한 우리은행은 하반기엔 신규 지점 수와 폐쇄 지점 수를 5~6개로 비슷하게 맞추기로 했다. 외환은행은 오는 1일 8개 점포를 통·폐합하고, 연말까지 중소기업이 밀집한 공단 지역에 지점 3곳을 추가로 개설할 예정이다.
NH농협은행은 올해 상반기 PB센터 7곳을 폐쇄해 관련 업무를 영업본부의 WM지원단으로 이전하는 등 총 9개 지점을 축소한 바 있다. 그러나 일부 은행은 반기 결산과 인력 재배치 계획 등을 고려해 제출기한을 연장해달라고 금감원에 요청했다.
지점 통·폐합 이외에도 은행들은 본점조직을 축소, 영업점에 재배치해 수익성 악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본점 인력을 줄이는 대신 영업현장으로 재배치해 지점 구조조정으로 인한 영업력 저하를 줄이려고 한다"며 "금감원의 권고가 아니더라도 영업환경이 크게 악화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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