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7.02 10:13 | 수정 : 2013.07.02 13:50
타우러스 크루즈 미사일 내부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사업은 지난 2006년 북한의 핵실험 이후 유사시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 지하 지휘소 등 전략 목표물을 정밀타격하는 전략타격 미사일 170여발을 도입하기 위해 착수됐다. 사업 규모는 3800여억원 수준으로, 2008년 이후 본격 추진돼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재즘(JASSM)과 유럽제인 타우러스 미사일이 경합을 벌여왔다. 군 당국은 당초 한·미 연합작전과 현재 공군의 무기체계가 미국제 중심으로 돼 있는 점 등을 감안해 미국제 재즘의 도입을 적극 추진했다. 그럼에도 전략타격 무기를 미국제가 아닌 유럽제로 결정한 이유는 뭘까?
전폭기에 장착된 타우러스 크루즈 미사일.

우선 미 정부가 재즘의 수출 승인을 내주지 않은 점이 꼽힌다. 방위사업청은 2008년 이후 6년 가까이 미 정부의 재즘의 수출 승인을 기다려 왔다. 미 국방부 등은 그동안 3~4차례 이상이나 “○○년 ○월까지는 답을 주겠다”고 얘기해 놓고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최근에야 “수출 승인이 어렵겠다”는 통보를 해왔다.
◇미국이 약속 지키지 않은 이유는...
군 소식통은 “미국 측은 첨단 미사일을 한국에 수출했다가 그 미사일 기술을 한국이 복제해 제3국에 수출하는 경우를 우려해 끝내 수출 승인을 내주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정 외에도 타우러스의 뛰어난 성능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타우러스의 강점은 우선 500㎞에 달하는 긴 사정거리가 꼽힌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등 강대국의 일부 전략 미사일들을 제외하곤 세계에서 가장 사거리가 긴 공대지 미사일로 평가된다. 우리 공군의 최신예기인 F-15K에 장착하면 우리 영공에서 북한 전역을 정밀타격할 수 있다. 현재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공대지 미사일 중 가장 사거리가 긴 것은 278㎞인 슬램(SLAM)-ER이다. 타우러스의 도입으로 우리 공군의 공대지 미사일 사거리는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우리 군은 타우러스보다 사거리가 긴 사거리 1000~1500㎞에 달하는 지대지 순항 미사일 ‘현무-3’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 현무-3가 한반도 남한 땅 위에서만 움직일 수 있는 반면, 타우러스는 전투기가 우리 영토에서 1000㎞ 이상 떨어진 곳으로 날아가 발사될 수 있기 때문에 현무-3에 비해 융통성이 크다. 높은 정확도와 강력한 파괴력도 타우러스의 강점이다. 타우러스의 정확도는 2~3?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전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평양 주석궁 김정은 집무실의 창문을 맞히면서 뚫고 들어가 폭발할 수 있는 정도다.
타우러스의 높은 정확도는 트리-테크(Tri-Tec)로 불리는 독특한 3중 복합 유도장치 덕택이다. 이 유도장치는 관성항법장치(INS)와 군용위성항법장치(MIL-GPS), 영상기반항법장치(IBN) 및 지형참조항법장치(TRN)를 조합한 것이다. 3중 복합 유도장치는 하나 혹은 두 가지 유도 장치에 고장이 발생하거나 GPS 교란 공격을 받더라도 나머지 장치들을 사용해 미사일이 정확하게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게 해준다. 북한은 수년 전부터 한·미 연합훈련 때 GPS 교란을 지속적으로 하는 등 GPS 교란 전술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GPS 유도장치에 이상이 생겼을 때도 이 3중 복합 유도장치는 계속 작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영상기반항법장치(IBN)와 지형참조항법장치(TRN)는 미사일 비행 경로상에 위치한 특정 지역의 항공 및 위성 이미지를 좌표와 함께 미사일에 사전 입력한 후 미사일이 해당 지점에 도달하면 장착된 열영상 장치를 통해 지형을 촬영, 입력된 이미지와 좌표를 대조하며 미사일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 항법 체계다.
◇타우러스와 현무 2-3 미사일의 결정적 차이
이를 통해 타우러스는 지형을 따라 고도 30~40?에서 초저공 비행을 할 수 있어 적 레이더에 발견될 가능성이 낮다. 목표물을 공격하는 단계에서는 열영상 장치가 미리 입력된 목표물 이미지와 대조하여 미사일을 유도, 정확도를 높여준다.
타우러스가 이동식 탄도미사일을 타격할 수 있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타우러스는 미사일 발사 후에도 Link 16 등 군용 데이터 링크나 군용 및 민간 위성을 활용해 공격 목표의 변경이 가능하다. 지난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이동식 핵탄두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책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됐다. 북한은 스커드·노동 등 200여기의 탄도미사일 이동식 발사대와 1000여발의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현무-2·3 지대지 미사일이나 슬램-ER 공대지 미사일 등은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처럼 이동 중인 목표물을 정밀타격할 능력은 없다. 타우러스의 도입으로 본격적인 ‘북 이동식 미사일 킬러’를 처음으로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타우러스는 철근 콘크리트를 최대 6?가량 관통해 파괴할 수 있는 능력도 갖고 있다. ‘메피스토(MEPHISTO)’라 불리는 특수 탄두 덕택이다. 메피스토는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독일 전설의 악마 이름을 딴 것이다. 메피스토는 관통탄두와 침투탄두로 구성되어 있고 그 무게는 480㎏에 달한다. 지능형 신관을 이용해 목표물의 특성에 맞게 적절한 시점에 탄두가 폭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하 시설물을 공격할 경우 관통탄두가 먼저 폭발해 구멍을 낸 뒤 침투탄두가 그 안으로 들어가 폭발, 파괴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탄두 중량 480㎏의 타우러스는 무게 900㎏의 폭탄이 터진 것과 비슷한 위력을 갖게 된다.
군 당국은 독일 타우러스 시스템스 GmbH사가 적극적인 기술이전을 약속한 것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타우러스 측은 미사일 기술의 핵심인 유도장치 및 탄두 설계 기술 등까지 우리나라에 제공하고 일부 미사일은 한국 내에서 생산하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우리가 독자적인 장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타우러스 미사일의 1발당 가격은 20여억원으로, 길이 5.1?, 직경 1.1?, 날개폭 2?이고 중량은 1.4?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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