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세상의 중심에 선 女人 (일부)

세월아 ! 너만가거라

by 석천선생 2012. 4. 14. 08:13

본문

세상의 중심에 선 女人 (일부)

 

 



“ 短 篇 ”

세상의 중심에 선 女人 (일부)

 

   시크..많이 기다렸어?
눈꽃.. 아니. 나도 방금 왔어. 자, 그럼 오늘은 로얄 카페로 모시겠습니다.

시크..웬 로얄 카페?
                                               눈꽃..오늘
원고료 받았거든.

시크..그 까짓 콩트 값이 얼마나 된다고..먹던 대로 로드카페로 가.

시크는 앞장서 걷는다.

눈꽃..오늘은 자길 멋진 대로 모시고 싶은데...

시크..(조용히)또 어디로 훌쩍 떠나고 싶은가보구나? 자긴 어디

떠나려면 꼭 로얄로 가자고 그러더라. 이젠 레퍼토리 좀 바꿔.

눈꽃..(공허한 웃음)....,

두 사람은 시장 통 오뎅 집에 왔다.
 
주인아줌마의 한결같은 무 덤덤. 그 얼굴로 한마디.

주인..어째 두 사람 얼굴이 제 작년 겨울이네. 또 떨어질 셈 같아.

속을 들킨 듯 멋 적게 웃는 두 사람.

시크가 곱게 눈을 흘기며 눈꽃에게 한마디.

시크..거봐? 자기 어디 간다고 얼굴에 써있으시대지?

주인..눈꽃이 아니고 시크 얼굴에 써있구먼. 눈꽃 없이

또 어떻게 지내나 하고.

시크..아주머니도 참. 이젠 속까지 다 드려다 보시니.

주인..자네들 우리카페 들락거린 게 벌써 십팔 년여. 숨길게 따로 있지.

근데도 두 사람 사이는 맨 날 헷갈려

                                                                   시크..뭐가요?

주인..어떤 날은 애인 어떤 날은 친구들 같고 도무지 분간이 안 돼.

눈꽃..부부로는 안 보이고요?

주인..부부? 두 사람은 전생부터 부부 연은 노 굿야

주인 말에 서로 마주보며 웃는 눈꽃과 시크. 시크가 주인에게 한마디.

시크..은밀한 사이로는 안 보이셨어요?
 
주인..(톡)은밀한 사인 이런 노상카페는 안 와. 은밀한데 가지.

두 사람은 늘 가는 시크 집 근처 공원으로 왔다.

하늘엔 별이 빛나고. 눈꽃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의자에 깔고

시크를 앉혔다. 본인은 나무에 기대서고. 시크가 눈꽃을 빤히

올려다보며 말했다. 뭔가 안타까운 얼굴.

시크..이제 떠날 때마다 들려주는 레파토리 꺼내 봐?

눈꽃..레파토리?
 
시크..초원의 빛있잖아. 처음 만났을 때 이름을 물어보고 들려준..

눈꽃은 대학시절 구제사랑 동아리에서 시크를 처음 만났다. 주로 동대문

구제품 시장을 애용하는 친구들 모임이다. 그리고 초원의 들녘으로 캠핑

같다가 서로 통성명을 했다. 그때 눈꽃은 시크에게 워즈워드의 초원의 빛

첫 구절로 첫 만남의 감정을 말했다.

*여기 적인 먹빛이 희미해질수록

그대를 향한 마음 희미해진다면 이 먹빛이 하얗게 마르는 날

나는 그대를 잊을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시크는 하늘에 대고 힘차게 외쳤다.

“나는 세상의 중심에 설 거다!!”

자기를 향한 눈꽃의 감정을 거두라는 뜻이다.

20년 전 얘기다.
 
 
그리고 눈꽃은 지금도 어디든 훌쩍 떠날 때는 여전히 그 구절로

잠시의 작별을 고한다. 시크는 그걸 두고 하는 말이다.

시크가 일어서며 말했다.

시크..오늘은 그 시 안 들을 래. 늘 그렇지만..맨 날 보이던 사람이

안 보이니까 쫌 그래. 이번엔 너무 오래 있지 마. 나 갈께

눈꽃과 시크의 만남은 처음 만남이나 지금 만남이나 한결 같다.

나와! 갈게! 당분간 못 볼 거야! 알았어! 20여년을 이어준 두 사람

어록이다.
 
그리고 십여 년 전 시크는 일상의 변화에도 통상적 인사 없이 

불쑥 한마디 했었다.

“나 남자 생겼어.” 눈꽃은 멀어져 가는 시크를 물끄러미 내려다 봤다
. 하늘에 떠있는
 
초롱한 별빛이 시크 어깨를 감싸고 있다. 어딘가 공허함이...

여자는 남자의 꿈과 미래에 일생을 건다고 한다. 여자 자신의

꿈을 접는 이유다.
 
젊은 날 세상의 중심에 서겠다던 시크가 지금 꿈을 접었는지는 모른다.

또 만일 꿈을 접었다면 그것은 인생동반자의 꿈을 가꾸어 주기 위해서

일 것이다. 그러나 어딘가 힘들어 보인다. 왜 일까?

눈꽃은 멀어져 가는 시크의 뒷모습에서 그걸 느낀다. 어제 오늘 일이아니다.

발길을 돌리는 눈꽃은 마음속으로 초원의 빛 마지막 구절을 떠올렸다.

떠나는 길에 시크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구절이었지만 어딘가 빗나간

웃음을 보이던 시크에게 섣불리 들려줄 수가 없었다.
 
* 한때 그처럼 찬란했던 광채가

  이제 눈앞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한들 어떠랴
그 어떤 것도 되불러올 수 없다 한들 어떠랴
우리는 슬퍼하지 않으리, 오히려

                                                      뒤에 남은 것에서 힘을 찾으리라

지금까지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있을 본원 적인 공감에서

인간의 고통으로부터 솟아나 마음을 달래주는 생각에서

죽음 너머를 보는 신앙에서

그리고 지혜로운 정신을 가져다주는 세월에서*  - 월리엄 워즈워드-

발길을 돌리던 눈꽃은 다시 한 번 뒤돌아 봤다. 어느새 어둠이

그녀를 안고 갔는지..시크는 보이지 않는다.
 
세상에 중심에 서겠다던 여자에서 어느새 여인으로, 그저 살아

가면서 후세사람들이 대물림으로 읽을 소설하나를 써보겠다던

젊은이에서 어느새 잡문이나 쓰는 아저씨로 변한 눈꽃!!

돌아보면 어쩌면 두 사람의 인생은 마음속에서 살아진 초원의 빛

가운데 토막인지도 모른다.

초원 빛이여

꽃의 광이여

눈꽃은 시크가 사라진 그 어둠속을 다시 한 번 건네다 봤다.

시크는 보이지 않지만 아련한 시크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눈꽃은 분명 들었다. 20년 전 초원에 우뚝 서서 하늘에 대고

외치던 시크의 목소리를...

“나는 세상의 중심에 설 것이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