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김수한 기자]앞으로 군은 북한이
연평도 포격 사태와 같은 기습도발을 감행해올 경우 한미연합사 승인 없이 즉시 도발 원점을 초토화시키기로 했다. 다만, 군은 한미연합사 측과 연합방위 개념의 협정을 맺어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해간다는 방침이다.
14일 군 내부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7~9일 우리 군은 사단급 이상 전 부대에서 위기관리연습(CMX) 훈련을 실시했다. 이 훈련은 북한의 기습적인 도발 상황을 상정해 매년
을지연습(UFG)을 앞두고 관ㆍ군 합동으로 실시된다. UFG는 북한의 전면전 도발을 상정해 실시된다는 점에서 CMX와 구분된다.
이번 CMX 훈련은 북한이 우리 군의 전방 대북심리전 방송시설을 기습 공격하는 상황을 상정해 진행됐다. 가상으로 상정된 상황하에서 우리 군은 즉시 반격해 도발한 적 부대를 초토화시켰다.
지난 10일 한미연합사 측은 이 훈련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확전 방지에 우선을 두고 있는 한미연합사로서는 적을 초토화시킨다는 우리 군의 훈련 내용이 부담스러웠으며, 반격하기 전 연합사와 의사소통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우려를 느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 군은 평시작전권이 우리 군에 있으며, 평시 북한의 기습적 도발이 일어난 상황이므로 우리 측 대응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2015년 전시작전권 전환을 앞두고 우리 군이 독자적으로 작전을 전개할 필요성도 강조됐다.
그동안 우리 군은 전시상황이 아닌 평시 북한의 기습도발에도 한미연합사 승인을 얻느라 대응이 늦어져 피해 규모를 키운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현재 군 평시작전권은 우리 군(
합동참모본부)이, 전시작전권은 한미연합사가 갖고 있으며, 오는 2015년에는 전시작전권도 우리 쪽으로 넘어오게 된다.
한반도의 방어준비태세는 데프콘4 단계로 평시에 해당되며, 한미연합사가 작전권을 갖는 전시는 데프콘3 단계가 발령돼야 한다. 데프콘3 단계가 발령되려면 한미연합사-국방부-
국가안전보장회의-
대통령 승인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해 최근 북한이 기습도발 시 이런 한ㆍ미 간 시스템상의 허점을 이용한다는 지적도 있어왔다.
▶전과 비교해 뭐가 달라졌나=
연평해전에 이어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등을 겪으며 우리 군은 북한이 도발할 경우 이전보다 한층 신속히 대처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사건에서 우리 군은 즉각 응사해 북한 측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군은 북한의 기습도발 상황에서 한ㆍ미연합사와 의사소통 중 시간이 지체되거나 반격 수위가 하향 조정돼 좌절감을 맛보는 경우가 많다. 북의 연평도 포격 대응을 앞두고서도 한ㆍ미 간 의견조율 과정을 거치느라
전투기 출격 등을 통한 적의 공격 원점 초토화 작전 등은 우리 군만의 구상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최근 개봉한 영화 '
리턴투베이스'는 이런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화에서 우리 공군은 귀순하겠다며 휴전선을 넘어오다가 기습 공격을 감행한 북한 전투기에 의해 서울 도심의 빌딩 일부를 파괴당하고 우리 전투기가 추락하는 참사를 겪는다. 그러나 확전을 우려하는 상부의 우려로 공격명령이 떨어지지 않아 적 전투기는 서울 상공을 유린한 뒤 유유히 북녘으로 사라진다.
지난 7~9일 실시된 우리 군의 위기관리연습(CMX) 훈련은 이런 상황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북한의 기습 도발 시 우리 군의 방어준비태세는 여전히 '평시' 수준인 데프콘 4단계에 머물러 있다. 데프콘 3단계로 격상되려면 한ㆍ미연합사-국방부-국가안전보장회의-대통령 승인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기습 도발 시 신속한 대응이 관건이므로 데프콘 4단계가 3단계로 격상되지 않은 시점에서 평시작전권을 운용하기로 한 것이다.
기존에는 데프콘 4단계에서도 한ㆍ미연합사와 의사소통을 하며 작전을 전개했지만, 앞으로는 독자적으로 움직이겠다는 것이다.
다만, 지난 10일 한ㆍ미연합사의 문제 제기로 인해 우리 군과 한ㆍ미연합사 측은 적의 기습도발 시 연합방위를 수행한다는 협정문을 체결해 데프콘 4단계와 3단계의 간격을 메우기로 했다.
그러나 데프콘 4단계에서 상황 발생 시에도 한ㆍ미연합사 명령을 절대시하던 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질 거라는 게 군 내부의 전언이다.
군 관계자는 "그동안 북한의 기습도발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갚아주지 못해 북한이 확전을 우려하는 한ㆍ미연합사의 심리를 이용한다는 얘기마저 나올 정도였다"며 "앞으로는 북한이 그런 한ㆍ미 간의 시스템상의 허점을 노리지 못하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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