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AM이 사드급은 아니지만 앞으로 개발할 만한 기술 기반은 충분히 구축됐다.”
6일 한화시스템 용인연구소에서 만난 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서 개발 중인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L-SAM)’와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성능을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기술적 관점에서 사드에 버금가는 요격체계를 만들 국내 여건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L-SAM 개발에 성공하면 이를 바탕으로 사드급 성능으로 개량한 L-SAMⅡ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요격고도가 40~70㎞인 L-SAM은 교전통제소, 다기능레이더, 발사대 등으로 구성되는데, 한화시스템은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 아래 다기능레이더를 개발 중이다. 유도미사일 및 체계 조립은 LIG 넥스원이 도맡는다.
L-SAM의 핵심 센서인 다기능레이더 시제기는 이날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최대 150도 범위에서 회전 가능하며, 항공기 수백 대와 탄도미사일 수십 발을 동시에 탐지 및 추적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L-SAM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 논의가 꿈틀거렸던 2013년 군 당국이 개발을 결정한 무기체계다. 독자적 상층 방어수단이 없던 한국은 미 본토에서 운용 중인 사드 포대에 대표단을 보냈다. 그러나 △사드 요격 고도(40~150㎞)가 너무 높아 수도권 방어에 부적합하고 △미국 측도 관련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하지 않았으며 △2조 원에 육박하는 고비용 등을 이유로 우리 여건에 맞는 L-SAM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2015년 탐색개발을 마치고 체계개발에 착수해 2024년 개발 완료 및 2026년 전력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L-SAM이 ‘한국형 사드’로 불리는 이유다. 2017년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는 주한미군이 운용하고 있다.
사드는 속도가 마하 14(초속 4.76㎞)에 달하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하지만 ‘인류 최고의 요격무기’로 평가받는 사드의 위력은 속도보다 정확성에 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속도가 빠르다고 해서 탐지를 못하는 건 아니다”며 “오히려 변칙기동으로 날아오는 미사일에 대한 탐지·추적 기술 확보가 도전 과제”라고 설명했다.
실제 사드는 고주파수 정밀 탐색이 가능한 X밴드 레이더를 사용하는 반면, L-SAM은 항공기와 탄도미사일 추적 겸용인 S밴드 레이더를 쓴다. 저출력으로 장거리를 탐지할 수 있지만 정확도는 사드에 비해 떨어진다. 다만 레이더 비용은 절반 이하로 가성비가 높다.
한화시스템은 2020년 ADD와 함께 미국이 기술 이전을 거부한 AESA(능동전자주사식 위상배열) 레이더 개발에 성공하며 기술력을 입증받았다. 최초의 한국형 전투기인 KF-21은 물론 L-SAM에도 이 기술이 적용됐다.
L-SAM 성공은 현재 12위에 머무는 한국이 ‘레이더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 방위사업청은 천궁Ⅱ(지대공미사일 요격체계) 다기능레이더 전력화 등을 완료해 2024년 세계 9위권 진입을, 2030년에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 이스라엘에 이은 6위까지 달성하겠다는 포부다. 회사 관계자는 “레이더 선진국 진입을 위한 씨앗을 심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우리 군의 첫 번째 독자 정찰위성이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로켓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라는 사실도 10일 공개됐다. 일명 ‘4·25 사업’으로 명명된 정찰위성 확보 사업의 군 정찰위성 5기를 내년 말 스페이스의 팰컨9 로켓에 탑재, 우주 궤도에 올리는 내용이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우리 기술로 영공 지킨다", '하늘의 지휘소' 조기경보기 개발 가능할까 (0) | 2022.05.01 |
---|---|
군 "SLBM, 이동 중 연속발사 성공"..본격 실전 배치 (0) | 2022.04.22 |
잠수함 킬러 "한국형 포세이돈" 공개 (0) | 2022.02.19 |
한국형 대함탄도 미사일, 미.중 패권경쟁 "게임 체인저 되나" (0) | 2022.02.05 |
"경이적" 中∙러보다 우수한 눈..국산 전투기 KF-21의 위용 [김민석 배틀그라운드] (0) | 2022.01.23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