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MBC 노조위원장 "윤석열, 무지와 편견에 무책임"

조현호 기자 입력 2021. 12. 16. 07:29 

관훈토론 주장에 "민영화하면 공정해지나, 본질호도"
"공영방송 비판하더라도 불필요 운운은 감정적"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공영방송을 독립시켜줘도 공정성과 진실성을 확보할 수 없다면 국민세금으로 공영방송을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고 비판하자 KBS MBC 내부에서 “무지와 편견해 사로잡힌 주장”이라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성혁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장은 15일 오후 미디어오늘에 보낸 SNS메신저 답변을 통해 '공정성과 중립성이 인정된 공영방송이 있었다면 한국정치가 이렇게 됐겠느냐'는 윤석열 후보의 관훈클럽 토론회 발언을 두고 “우리 공영방송이 편향됐다는 전제하에 민영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로 받아들인다”며 “이는 무지와 편견에 사로잡힌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최 본부장은 “BBC와 NHK가 공정성과 중립성이 인정된 이유는 정치권이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간섭하지 않았고 정치적 독립성을 보호했기 때문”이라며 이런 사정을 누락한채 '우리 공영방송이 공정하지 않으니 민영화한다'는 건 본질을 호도하는 주장이라고 썼다. 최 본부장은 “민영화를 하면 공정성과 중립성이 확보된다고 생각하는지 되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최 본부장은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세월호 관련 KBS 보도국장에 전화해 압력을 행사한 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건'을 들어 “독립이 안됐으니 청와대 권력이 공영방송의 보도를 좌지우지 했던 겄 아니냐”며 “진실성과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막연하게 주장하지 말고 진실성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급선무”라고 촉구했다.

 

공영방송을 국민세금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윤 후보의 주장에 최 본부장은 “공영방송으로서 제대로 역할 할 수 있도록 해야지 아예 존재와 존립의 근거를 없애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5일 오후 한국국제물류협회 포럼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선대위

 

 

KBS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유재우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이날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공영방송의 공정성 중립성이 부족하다'는 윤 후보 주장에 “공정성과 중립성이 더 있어야 한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정치권과 KBS(공영방송) 구성원들이 제각각 몫을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유 본부장은 현재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정치 후견주의를 두고 “사실상 연줄과 친분이 작용되는 시스템”이라며 “정치권은 이를 벗어나려는 입법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구성원 역시 활발한 내적토론을 통해 직업적 전문성을 키우고,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영방송의 독립성보다 진실성과 객관성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에 유재우 본부장은 “표면적으로는 맞는 말이나 방송의 진실성과 객관성 따지는 잣대가 모두의 공감대를 얻고 완성도를 갖춘 잣대인지는 생각해보라고 하고 싶다”며 “뉴스배치, 인터뷰 하나하나 정치권에서는 정파적 관점에 어긋나면 진실성 객관성 떨어진다고 평가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 본부장은 “방송 독립이 약화되고 현행 제도와 같은 후견주의가 강화되면 투철하지 못한 구성원들은 진실성보다 자기이익과 보신 치중한다”며 “방송독립의 가치는 진실성 객관성의 토대가 된다”고 지적했다.

 

'정권마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공영방송을 국민세금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는 윤 후보 주장에 유재우 본부장은 “공적재원이 있어야 정치와 자본으로부터 독립이 이뤄지는데, KBS의 경우 공적재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신료가 오히려 정치적 종속의 요인이 되는 경향이 있다”며 “정치권은 수신료를 올려줄 듯 말 듯 하면서 수신료로 압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신료를 주는 이유는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으로부터 독립을 위해서”라며 “민영화를 하겠다고 하기 보다 공적재원 조달하는 시스템을 같이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5일 오전 한국노총에 방문해 정책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선대위

 

유 본부장은 “공영방송에 대한 반감과 실망감을 윤 후보가 대변하고 각성을 촉구하는 것은 좋지만, 대선 유력후보라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아야지 '공영방송 폐지'와 같은 감정적인 주장을 하는건 책임있는 답변이 아니다”라며 “민영화가 공영방송의 대안일 수도 없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 14일 관훈클럽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공영방송 독립이냐 중립이냐 문제보다 얼마나 진실한 내용 방송하며 얼마나 양쪽 입장을 공정하게 취재해서 방송해나가느냐가 독립성 보다 훨신 중요하다”며 “독립시켜줬는데, 방송의 진실성 객관성 떨어지면 독립이 뭐 그리 중요하겠느냐”고 말했다.

 

윤 후보는 “중요한 것은 진실과 공정인데, 이걸 확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 정권마다 이리갔다 저리갔다 하는 공영방송을 국민 세금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많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