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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세연' 폭로에 휘둘린 언론들.. "한국 사회 모두가 가해자"

언론과 민주주의

by 석천선생 2021. 12. 7.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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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입력 2021. 12. 07. 18:42 수정 2021. 12. 07. 19:03 
 

조동연 교수 관련 폭로, 검증 없이 그대로 받아 써.. 언론노조 "경마 보도 무책임, 사람 잡는 칼"

 

[손가영 기자]

언론은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의 사생활 폭로가 전 사회적인 파급력을 얻는 데 영향을 준 도구로 작동했다. 무엇을 보도하고 말지를 판단하는 게이트 키핑에 실패하고 자극적인 사실 전달에 매몰되면서, 알 권리 대상으로 보기 어려운 개인 정보를 공적 논란으로 부상시켰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검색 결과,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조동연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에 대한 가세연 폭로를 다룬 제휴 매체 보도는 442개다. 보도량은 18개(1일), 22개(2일), 190개(3일) 등 날짜를 거듭할수록 늘었다.
 
가세연의 폭로를 공신력을 가진 언론사마저 인용하면서 사안은 논란으로 등극했고, 정치인과 평론가들이 SNS에 쓴 '관전평' 하나 하나가 중계하듯 보도되며 파급력 또한 커졌다. 
 
 
  12월 2일 <TV조선> "조동연, 혼외자 의혹 사실상 인정... 李 국민 판단 보겠다" 보도 갈무리
ⓒ TV조선 사이트
  
첫 물꼬는 종편채널 TV조선이 텄다. 1~2일 보도된 리포트 내용은 가세연의 폭로 내용과 거의 같았다. DNA 감정업체가 조 교수 전남편에 보낸 친자 확인서부터 두 사람의 이혼 날짜와 친자 관계 부인 소송 내용, 이들의 자녀 관계 등 내밀한 개인 정보가 그대로 보도됐다. 조 교수가 "집권여당의 '상임 공동선대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만큼 검증 차원에서 그리고 국민들의 알 권리 차원에서 보도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였다.
 

가세연 폭로 받아쓰기 보도 수위는 시간이 흐를수록 자극적으로 변질됐다. 보도 첫 날인 1일, 언론은 '가세연 vs. 민주당' 구도로 양쪽 입장을 대등하게 실었지만 가세연 폭로를 그대로 반복해서 노출시켰다.

 

<에이~ 아닌 것 같은데?… "이재명 영입 조동연이 항공우주 전문가?" 자격논란>(뉴데일리), <'사생활 논란'에 입 연 조동연 "송구스럽고 죄송하다" 거취는?>(일요시사), <박원순 유족 측 변호사, 조동연 사태에 "수습 못 하면 선거 끝났다">(한국경제), <조동연 측 고발에 강용석 "아이들 다 비슷하게 생겨" 반박>(국민일보) 등이다.

 

조선일보는 9개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중 관련 보도를 가장 많이 냈다. 각 매체 사이트에서 '가로세로연구소 조동연'을 검색한 결과 조선일보(20개), 세계일보(15개), 동아일보(11개), 중앙일보(10개) 순으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조선일보 기사 대부분이 중계식 보도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 정철승 변호사, 송영길 민주당 대표, 진중권 전 교수 등의 반응도 매번 보도했다. 심지어 <강용석 "내가 조동연 자녀 공개? 눈 부위 가려 엄마 외엔 몰라">, <조동연 부실검증 사과없이… 與, 언론탓 몰며 "비열 행위">, <"녹취 하나 정도는 괜찮잖아?" 가세연, 조동연 사퇴에도 폭로 예고> 등으로 가세연 측 주장 인용 기사도 꾸준히 냈다.

 

결국 지난 5일 조 교수가 과거 자신의 성폭력 피해를 밝히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중계식 보도는 계속됐다. 다수 매체가 진중권 전 교수가 관련해 SNS에 글을 올렸다가 신속히 삭제한 사실까지 보도했고 "강간범을 찾는 데 인생을 바치겠다"는 가세연의 강용석씨 발언도 받아썼다.
 
 
  가로세로연구소는 조동연 교수의 사생활 정보를 무차별적이고 자극적으로 폭로하는 컨텐츠를 연일 게시하고 있다.
ⓒ 가로세로연구소 썸네일 갈무리

  
사람 잡는 칼 된 언론... "한국 사회 모두가 가해자"

 

폭로된 조 교수의 개인 정보는 대중의 검증 대상일까. 조 교수는 이 같은 대중의 검증을 받아야 할 공인일까. 형사 범죄가 아닌 한 내밀한 사적 관계의 일을 일부 사실이 확인됐다고 경마식으로 보도하는 건 저널리즘 가치에 얼마나 부합할까. 지난 일주일간 쏟아진 보도 상당수가 간과한 점들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3일 보도 모니터링 보고서를 통해 "정당하지 않은 대중의 관심이라면, 그 관심을 배척하는 것 또한 언론이 해야 할 일"이라며 "예외적으로 누군가의 사생활을 침해해서라도 꼭 알아야 할 높은 수준의 공적 가치를 지닌 정보라면, 그 침해 정도는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특히 언론이 2014년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논란 때의 자극적 보도에서 한발도 더 발전하지 못했다며 "내밀한 영역을 보도할 땐 엄밀하게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인지를 따져봐야 하며, 특히 어린 아이의 사생활은 중요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김재형 서울대 교수의 당시 지적을 전했다.

 

언론노조도 7일 "'조동연 2차 가해' 부추기는 정치권과 언론··· 자중자애해야"란 제목의 비판 성명을 내 "이럴 일인가. 경마 같은 보도는 무책임하다"며 "억측에 소문을 덧댄 이야기를 공론처럼 꾸민 건 보도라기보다 사람 잡는 칼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이어 "특히 말장난 낚시를 던져 '돈 쓰는 독자'를 꿰는 데 혈안인 몇몇 개인 매체의 주장에 기댄 보도는 당장 멈춰야 한다"며 "'언론은 '사실'에 근거한 말과 주장을 전달하는 경우로 엄격히 제한되어야 한다(박영흠, 2018년)'는 말뜻을 차분히 새겨 보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언론이 또 게이트키핑을 실패했다"며 "가세연의 폭로가 있었더라도 그 내용이 검증과 알 권리의 대상인지 판단해야 하는 게 언론의 기능인데 오히려 가세연의 폭로를 받아쓰고 확장했다"고 비판했다.

 

 

'공인 검증'을 주장하는 일부 매체 주장과 관련해 권 사무국장은 "가세연을 보라. 조 교수가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상임위원장을 사퇴한 이후에도 사생활 폭로를 지속했다.

 

검증이 목적이 아니라 개인에 대한 괴롭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며 "가세연과 언론,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까지 한국 사회 전체가 조 교수에 대한 가해자가 된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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