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입력 2021. 07. 04. 11:01 수정 2021. 07. 04. 15:48
우리나라가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을 본격화한다는 소식이 최근 들려왔다. 그동안 미국의 위성항법시스템에 의존해 왔는데, 이에 탈피해 자립하겠다는 계획이다. 예비타당성조사에 통과해 내년부터 14년간 시스템을 구축한다.
위성항법시스템, 즉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는 현대인이라면 대부분 아는 이름이다. 내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거의 모든 사람이 GPS를 일상생활에 활용하지만 정작 이름 이상의 정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GPS는 사실 '범지구 위성항법시스템(GNSS: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의 일종이다. 미국의 GNSS를 나타내는 고유명사다. 러시아의 글로나스, 유럽의 갈릴레오, 중국의 베이더우 등도 각국의 GNSS다.
GPS는 본래 폭격을 보다 정밀하게 하기 위한 군사 목적으로 미국이 개발했는데, 우리나라와 관련된 비극을 계기로 민간에 무료 개방됐다.
1983년 대한항공 여객기가 소련 영공을 침범, 격추된 사건이 GPS가 지금처럼 세계에 널리 쓰이게 된 계기다.
이전까지 항공기는 회전을 감지하는 자이로(gyro), 위치 이동을 감지하는 가속도계로 이뤄진 '관성항법시스템(INS)'으로 위치를 가늠했는데, 장거리 이동시 오차가 점차 누적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 때문에 참사를 막을 수 없었고, 이후 GPS가 INS와 함께 쓰이며 서로를 보조하게 됐다.
GPS는 위성을 활용해 이용자(수신기) 위치를 알려준다. 위성은 자신의 실시간 위치, 신호를 내보내는 시간 정보를 '방송'하는데, 이를 사용자가 이용하는 GPS 수신기가 받아 활용한다.
위성이 방송한 시간과 수신기가 신호를 받은 시간 차이를 따지면 위성과 수신기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여기에 위성 위치까지 대입하면 수신기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위성이 3개 모이면 수신기의 지구상 위도·경도·고도 3개 값을 알 수 있는데, 실제로는 위성 3기가 아닌 4기가 쓰인다. 수신기의 시계가 위성 것보다 성능이 좋지 않은 것을 고려, 이를 보정하기 위해서다.
KPS도 GPS와 같은 원리를 이용하지만 다른 부분도 있다. 일단 지구 전체가 아닌 한정된 지역을 다루는 시스템(RNSS:Region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이라는 것이다. 일본이나 인도에서 RNSS를 구축한 선례가 있다.
RNSS는 해당 지역만 바라보는 고고도 위성을 활용한다. 이는 전체 위성수가 적더라도 가용성을 높일 수 있는 요인이다. GPS는 31개 위성으로 전 지구를 담당하는 반면에 KPS는 8개 위성이 우리나라, 넓게는 동북아시아 지역만 맡을 전망이다. 당연히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다.
KPS는 이런 RNSS 특성에 다른 요소들을 더해 서비스 질을 더욱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기존 GPS 신호를 겸용하는데, 이를 통해 기존 GPS 이용자의 혼란을 막으면서 정확도 상승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일본의 RNSS(QZSS) 역시 GPS를 함께 쓴다.
KPS에는 또 별도로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될 전망이다. 이들을 기반으로 적게는 센티미터(㎝) 수준으로 오차를 줄이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GPS는 미터(m) 수준 오차가 있다.
향후 KPS는 새로운 시대의 첨단 기술을 보조하게 된다. 드론과 자율자동차,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는 높은 위성항법 정확도와 안정성을 요구한다. KPS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다.
허문범 항우연 위성항법사업부장은 “KPS 개발은 국민이 더욱 편안하게 높은 품질의 항법 위치 정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정보통신기술(ICT)이 KPS와 융합하면 4차 산업혁명을 잘 이끌어나갈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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