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 기자 입력 2021. 06. 23. 05:13
윤석열 전 검찰총장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내에 있는 이회영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전시물을 관람한 뒤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윤석열 X파일'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윤석열 전 검찰총장 처가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아내 김건희씨 뿐만 아니라 장모 최모씨의 관여 정황을 포착했다는 보도가 나와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 언론은 전날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최씨가 깊이 관여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최씨는 곧바로 "허위사실"이라며 법적조치를 예고했다. 윤 전 총장 역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보도된 것은 정치공작의 연장선상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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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작성된 경찰 내사보고서에 김건희씨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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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2010~2011년 시세조종을 통해 주가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윤 전 총장 아내 김씨가 이른바 '전주'로 참여해 주식과 자금을 제공하고 차익을 봤다는 의혹이 골자다.
이 사건은 지난해 2월 뉴스타파가 2013년 작성된 경찰 내사보고서 내용을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도이치모터스 주가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던 권 회장은 당시 주식시장에서 '선수'로 활동하던 이모씨를 만나 자신의 주식을 맡겼고 이씨는 이를 가지고 주가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권 회장은 이씨에게 주식과 돈을 빌려줄 다른 주주들을 소개해줬는데 여기에 김씨가 포함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씨는 2010년 2월 김씨를 소개받았고 김씨는 당시 보유하고 있던 도이치모터스 주식과 10억원이 들어있는 증권계좌를 이씨에게 맡겼다.
의혹이 제기되자 경찰은 "김씨는 공식 내사 대상자가 아니었다"고 해명했으나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와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 등은 지난해 4월 김씨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런데 지난해 9월 뉴스타파가 윤 전 총장 장모 최씨의 녹취를 공개했다. 녹취에는 최씨가 "도이치모터스는 내가 했다"고 밝힌 내용이 담겼다. 이를 근거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실제로 매수한 사람은 최씨이며 두 사람이 함께 주가조작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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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 "공소시효 완성" vs 검찰 "현재 수사 중인 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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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당시 부장검사 정진웅)를 거쳐 형사6부(부장검사 박순배)로 재배당됐으나 검찰은 한국거래소 분석 결과를 토대로 사건을 지난해 11월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정용환)에 배당했다. 재배당이 아닌 '별도 등록'으로 다시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당시 검찰은 한국거래소 분석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해당 의혹과 관련해 확인이 필요한 지점들이 있다고 판단해 별도 수사사건으로 등록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현재까지 별다른 처분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이날 수사팀이 최씨의 주가조작 관여 정황을 포착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보도에는 검찰이 최근 최씨와 도이치모터스 등기이사였던 A씨가 2010년~2011년 수십 차례 동일한 IP에서 주식계좌에 접속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최씨가 자신의 거래계좌와 보유 주식을 제공하고 실제 주식 거래는 A씨가 도맡는 식의 시세조종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A씨는 도이치모터스에서 이사와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지낸 인물로 알려졌다.
보도가 나오자 최씨 측은 법적조치를 예고하면서 "본건은 작년 3월부터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가 1년 4개월이나 수사를 하고도 주가조작 자체가 인정되지 않아 수사팀이 주가조작으로 누구도 기소를 못 하고 공소시효를 넘긴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주가조작으로 이득을 본 금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경우 공소시효는 10년이다. 경찰 내사보고서에 따르면 김씨가 이씨를 만나 증권계좌를 건넨 것은 2010년 2월로 이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공소시효는 지난해 만료됐다.
다만 주가조작 사건의 공소시효는 주식을 매도한 시점 또는 주가가 최고점을 찍은 시점을 기준으로 따진다는 것이 법조계 견해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가가 최고점을 찍은 것은 2011년 3월인데 이 시점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김씨에 대한 공소시효는 완성된 상태다.
반면 서울중앙지검 측은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공소시효 등 수사 상황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답변드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윤 전 총장도 이날 자신과 가족 등의 의혹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X파일' 논란과 관련한 입장문을 내고 "공기관과 집권당에서 개입해 작성한 것이라면 명백한 불법 사찰"이라고 밝혔다.
최씨 관련 보도에 대해서도 "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누구나 동등한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고 가족이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검찰 재직 시에도 가족 사건에 일절 관여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다만 최근 출처 불명의 괴문서에 연이어 검찰발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보도된 것은 정치공작의 연장선상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김효정 기자 hyojh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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