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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과식을 억제하는 원리

SCIENCE

by 석천선생 2021. 6. 15.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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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과식을 억제하는 원리

 

 

최상국 입력 2021. 06. 15. 14:58 

 

 

동물에는 과식 감지해 억제 신호 전달하는 시스템이 있다

서성배 KAIST 생명과학과 교수(왼쪽)와 뉴욕대학교 오양균 박사 [사진=KAIST]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 배가 부르면 '배터져 죽겠다'는 말을 하지만, 실제로 배가 터져 죽는 일은 거의 없다. 우리 몸에는 배가 부르면 음식섭취를 자제하는 메커니즘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과식을 방지하는 원리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에서는 특정 수준 이상으로 음식을 섭취하면 섭식 행동을 억제하는 신경전달체계가 작동한다.

 

◆과식을 감지하는 두 가지 센서

 

KAIST 생명과학과 서성배 교수와 뉴욕대학교 오양균 박사 연구팀이 최근 국제 신경과학 학술지인 '뉴런 (Neuron)'에 발표한 논문(Periphery signals generated by Piezo-mediated stomach stretch and Neuromedin-mediated glucose load regulate the Drosophila brain nutrient sensor)에 따르면 동물의 몸에는 배가 부른 상태를 물리적으로 감지하는 센서와, 영양분의 농도를 화학적으로 감지하는 센서가 각각 존재한다.

 

이들 센서는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하면서 과식 억제 메커니즘의 말단 기능을 수행한다.

 

연구팀은 초파리 실험을 통해 배부른 상태를 감지→뇌에 전달→과식 방지로 이어지는 신경전달체계를 확인했다.

 

먼저 물리적 감지는 초파리의 위에 해당하는 내장 부위에 뻗어 있는 신경가지에서 이루어진다.

 

이 신경가지는 음식물 섭취로 인한 위의 물리적 팽창 신호를, 압력을 감지하는 '피에조(Piezo)' 채널을 통해 인지한다. 피에조 채널은 특정 세포나 조직에 가해지는 물리적 팽창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 역할을 한다.

 

화학적 감지는 초파리의 척수에 해당하는 복부 신경중추에 있는 '후긴(Hugin)' 신경세포가 맡는다. 후긴 신경세포는 체내에 순환되고 있는 영양분의 농도가 높을 때 이를 감지해 뇌에 전달한다.

 

이렇게 감지된 '배부른 상태'가 전달되는 곳은 DH44 신경세포다. DH44(Diuretic Hormone 44) 는 뇌에서 영양분을 감지하고 섭식 행동을 유발하는 신경세포다. 초파리가 체내 당분의 농도를 감지함으로써 영양가 있는 음식을 선택하도록 행동 변화를 일으킨다.

초파리의 DH44 신경세포의 두 가지 억제신호에 대한 모식도. 음식물 섭취로 인한 초파리 내장기관의 팽창으로 활성화된 Piezo 채널과, 체내 영양분 증가를 감지하고 활성화되는 Hugin 신경세포는 서로 상호보완적으로 DH44 신경세포의 활성을 억제한다. 이로써 충분히 음식을 먹은 초파리에서는 DH44 신경세포의 활성화에 의해 발생 될 수 있는 과잉 섭식 행동이 효율적으로 억제된다. [사진=KAIST]

 

◆신경세포 조절로 비만 치료 가능할까?

 

 

연구팀에 따르면 DH44 신경세포는 단지 초파리의 음식 선택 행동을 조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영양분이 필요한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영양적 가치가 있는 탄수화물류에 대한 섭식 행동을 증가시킨다. 즉 DH44 신경세포의 활성화는 초파리의 식사량을 증가시키며, DH44 활성을 억제하면 과잉 섭식 행동이 방지되는 것이다.

 

연구팀이 이번에 확인한 두 가지 센서는 모두 DH44 세포와 연결돼 과식 억제 기능을 한다. 배가 불러 물리적으로 위가 팽창한 상황이거나, 체내에 영양분이 많은 상황일 경우 DH44를 억제하는 상위 조절 신호로 작동하는 것이다.

 

서성배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동물의 뇌 속에 존재하는 영양분 감지 신경세포의 섭식 유도기능이 상위 신호전달 체계에 의해서 특이적으로 억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모델 동물에서의 과식 억제 시스템을 과학적으로 발견한 것을 넘어서 실제 인간의 식이장애 및 비만을 연구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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