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식 입력 2021. 06. 04. 17:42 수정 2021. 06. 04. 19:21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지만 실용화 전망이 서지 않는다. 왜 이렇게 늦나.'
최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서 이런 탄식이 등장했다. 제약정보 사이트 등이 분석한 글로벌 제약사 매출 순위를 볼 때 10위권 안은 주로 미국·유럽 제약사가 꿰차고 있지만, 50대 기업으로 확대하면 일본 업체가 8개 정도 된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숫자이고 다케다약품공업·다이이치산교 등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일본은 백신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의료진을 시작으로 4월부터 고령자(약 3600만명) 접종이 진행되고 있지만 지금까지 사용된 건 화이자·모더나 제품이다.
일본에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주요 기업은 시오노기제약·안제스·다이이치산교·KM바이오로직스 등이다.
대체로 1·2차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데 시오노기는 연내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지만, 나머지 업체는 언제 3차 임상시험을 거쳐 실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 백신 개발이 뒤처진 데는 △코로나19 초기 정부의 개발 지원 부족 △백신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사회 분위기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승인심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작년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코로나19 백신을 신속하게 개발하고자 '워프 스피드 작전'을 실시해 100억달러(약 11조1700억원)가 넘는 자금을 투입했다.
이를 통해 제약사들이 많은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일본이 초기에 백신 개발을 위해 편성한 예산은 미국의 100분의 1도 되지 않는 100억엔(약 1010억원) 정도였다. 한 기타사토대 교수는 "이 같은 금액 차이가 개발 지연의 결정타가 됐다"고 지적했다.
백신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은 일본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에서는 1980년대에 홍역·볼거리 등 백신 접종 후 건강 피해가 사회적 문제가 돼 소송이 이어졌다.
이런 문제와 관련된 소송에서 1992년 국가의 배상책임을 폭넓게 인정하는 쪽으로 '정부 패소' 판결이 나왔고, 이후 새로운 백신 개발에 소극적으로 임했다는 분석이다.
승인 절차도 문제로 거론된다. 미국은 긴급상황에서 잠정적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긴급사용승인(EUA)이 있어 화이자·모더나 백신이 신속하게 실용화되는 데 도움이 됐다.
일본에도 해외 유통 실적이 있는 의약품에 대해 심사를 간소화하는 '특례승인'이 있으나 해외 실적이 필요한 만큼 일본산 의약품은 사실상 적용 대상이 아니다.
[도쿄 = 김규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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