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21. 05. 11. 07:17 수정 2021. 05. 11. 07:20
태양계 형성의 비밀을 밝혀줄 타임 캡슐이 지구로 돌아오는 2년 반의 여정에 돌입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는 11일 “무인 탐사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가 10일 오후 4시 23분(미국 동부시간, 한국 시각 11일 오전 6시 23분)부터 7분간 엔진을 점화해 소행성(小行星) 베누로부터 이탈해 지구로 귀환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오시리스-렉스는 지난해 10월 베누의 지면에 로봇팔을 대고 토양 시료를 채취했다. 2년 반 걸려 지구로 돌아와 2023년 9월 24일 미국 유타주 사막에 베누의 토양 60g이 담긴 캡슐을 떨어뜨릴 예정이다.
8억 달러(8900억원)를 들여 개발한 오시리스-렉스는 미국의 아폴로 달탐사 이후 최대 규모의 우주 시료 채취 임무를 수행했다. 탐사선의 이름은 ‘기원과 스펙트럼 해석, 자원 확인, 안전, 암석 탐사자’를 의미하는 영문 첫 글자를 땄다. 말 그대로 소행성의 암석을 분석해 기원을 추적하고 지구 충돌에 대비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오시리스-렉스는 베누가 지구와 달 사이 거리만큼 근접했을 때인 2016년 9월 발사돼 2018년 12월 베누 궤도에 도착했다.지난해 10월 오시리스-렉스는 16m 폭의 충돌구인 나이팅게일에 로봇팔을 지면에 대고 질소가스를 분사했다.
가스 힘으로 공중에 떠오른 동전 크기의 자갈들을 빨아들이고 바로 이륙했다. 로봇팔이 지면에 접촉한 시간은 5초 정도로 추정됐다.
1999년 처음 발견된 베누는 폭이 500m 정도인 다이아몬드 모양의 소행성이다. 미국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비슷한 크기다. 6년마다 지구에 근접한다.
소행성은 혜성(彗星)과 마찬가지로 태양 주변을 긴 타원 궤도를 따라 도는 작은 천체이지만, 혜성과 달리 꼬리가 없다. 과학자들은 태양계가 형성되던 약 45억년 전 목성의 소행성대에 있던 천체가 베누의 모체이고, 나중에 10억 년 전쯤 다른 소행성과 충돌해 지금의 베누가 떨어져 나왔다고 본다.
베누를 분석하면 결국 태양계 초기의 모습을 알 수 있다는 말이다. 베누의 토양을 담은 오시리스-렉스가 태양계의 타임캡슐로 불리는 이유이다.
오시리스-렉스가 베누 시료를 채취하면서 미국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소행성 표본 채집에 성공한 국가가 됐다.
일본의 하야부사 1호는 2003년 발사 후 규소질 소행성인 이토카와에서 토양 시료를 채취하고 10년 만인 2013년 지구로 귀환했다. 이어 2014년 발사된 하야부사 2호도 지난해 12월 소행성 류구의 토양 시료를 담고 지구에 도착했다.
오시리스-렉스는 앞으로 2년 반 동안 태양을 두 번 돌아 시속 1000㎞ 속도로 비행하면서 지구를 따라잡을 예정이다. 그 동안 비행 거리는 23억㎞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나사는 이날 “지구로 돌아오는 직진 경로는 없다”며 “미식축구의 쿼터백이 리시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에 긴 패스를 하듯 오시리스-릭스도 지구가 있을 곳을 향해 여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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