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화성에 헬기 뜨자 나사에선 '실패 서류' 찢었다

우주의 신비

by 석천선생 2021. 4. 20. 08:19

본문

화성에 헬기 뜨자 나사에선 '실패 서류' 찢었다

 

 

천금주 입력 2021. 04. 20. 06:02 수정 2021. 04. 20. 07:47 

유튜브 영상 캡처

인류가 만든 비행체가 지구가 아닌 행성에서 처음으로 날았다. 이는 라이트 형제의 최초 비행 순간에 버금가는 역사적 순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역사적 순간을 확인한 프로젝트 담당 매니저는 실패 대응 자료를 그자리에서 찢었다.

유튜브 영상 캡처

유튜브 영상 캡처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제트추진연구소(JPL)은 미국 동부시각으로 19일 오전 6시46분 로버 ‘퍼서비어런스’를 통해 ‘인저뉴어티’가 비행에 성공했다는 데이터를 받았다고 밝혔다. 나사는 “라이트 형제가 지구상에서 첫 비행에 성공한 지 117년이 지났다”며 “한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목표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독창성‧솜씨’라는 뜻이 인저뉴어티는 회전날개 2개의 무게 1.8㎏에 불과한 아주 작은 헬리콥터다. 비행 시간과 상승거리가 매우 짧지만 지구 아닌 다른 행성에서 회전익 비행체가 땅을 벗어나 공중으로 떠올랐다가 다시 내려오는 데 성공한 것은 역사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다. 한국시각으로 이날 오후4시30분 이륙해 고도 3m에서 40초간 회전날개 두 개를 돌려 제자리 비행한 뒤 착륙했다.

인저뉴어티는 이날 비행 성공 자료를 3시간 뒤인 오후 7시50분쯤 전송했고 나사는 유튜브를 통해 이를 생중계했다. 퍼서비어런스는 약 64㎞ 떨어진 거리에서 인저뉴어티를 지켜봤다. 드론을 안고 화성으로 간 퍼서비어런스는 지구 간 통신을 중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인저뉴어티는 지난 2월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의 배 부위에 실려 ‘예제로 크레이터’에 도착했다. 이달 초 퍼서비어런스에 분리돼 이륙을 준비해왔고 지난 12일 첫 비행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회전날개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되면서 일정을 미뤘다.

인저뉴어티는 ‘자율형’ 드론으로 지구와 화성 간 거리로 인해 실시간 조정이 어렵다. 나사는 사전에 명령을 보내 인저뉴어티를 띄웠다. 드론은 스스로 이륙과 비행, 착륙을 했다. 여기에 소요된 시간은 총 39.1초였다.

유튜브 영상 캡처

화성으로부터 인저뉴어티의 비행 사진이 전송되자 나사의 JPL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비행 성공은 화성 땅에 생기는 그림자 등의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미미 아웅 인저뉴어티 프로젝트 매니저는 비행 실패를 대비해 준비한 서류를 찢어버렸다. 그는 “우리는 화성을 날았다”며 “라이트 형제의 순간을 느꼈다”고 기뻐했다.

인저뉴어티는 중력은 지구의 3분의1, 대기 밀도는 지구의 100분의1에 불과한 화성에서 비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개발에는 8000만 달러(약 894억원)가 투입됐다. 화성에서의 무게는 0.68㎏으로, 공기 힘으로 양력(물체를 띄우는 힘)을 만들어 내기 어려운 대기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탄소섬유로 만든 날개 4개가 보통 헬기보다 8배 정도 빠른 분당 2500회가량 돌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뉴욕타임스는 “화성 표면에서 이륙하는 것은 지구에서 고도 10만 피트, 약 30㎞로 비행하는 것과 비교할만 하다고 평가했다. 인저뉴어티의 비행은 ‘고위험-고보상’ 기술을 실증하기 위함이다. 인저뉴어티에는 과학자료를 수집하는 기능이나 과학기구는 실려있지 않고 휴대전화 등에 사용되는 부품들로만 채워진 이유도 이 때문이다.

비용이 많이 들고 실패 확률도 상당한 도전에 나선 이유는 성공 시 화성 탐사영역을 크게 확장할 수 있어서다. 지난 1997년 화성을 돌아다니며 ‘탐험’하는 시대를 연 첫 탐사 로버 ‘소저너’와 같은 역할을 하늘에서 해줄 비행 로봇을 만들 수 있는 길을 인저뉴어티가 열어준다는 셈이다.

NASA는 “인저뉴어티는 화성에서 비행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실증하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졌다”라면서 “해당 기술들은 더 진보된 로봇 비행체가 나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래의 화성 헬기는 기존 착륙선과 로버, 궤도선이 제공하지 못했던 독특한 시점을 제공할 수 있다”라면서 “로버가 닿을 수 없는 지역에 가거나 가벼운 화물을 옮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저뉴어티는 향후 최대 4번의 비행을 더 시도할 예정이다. 다음 시험 비행은 오는 22일 이후가 될 전망이다. 인저뉴어티가 수행하는 모든 단계는 ‘인류 최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