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섭 입력 2021. 02. 26. 15:46 수정 2021. 02. 26. 16:06
[애니멀피플]
티라노사우루스는 알에서 깨어날 땐 고양이만 하지만 다 자라면 대형 버스 크기가 된다. 육식공룡의 이런 ‘빨리 자라 일찍 죽는’ 삶의 방식이 중형 포식자가 없는 매우 독특한 공룡생태계를 낳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캐틀린 슈뢰더 미국 뉴멕시코대 박사과정생 등은 26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전 세계 43개 공룡 서식지에 살던 550종 이상의 공룡 화석을 분석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로써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같은 대형 육식공룡은 매우 다양하지만 소형 육식공룡은 왜 빈약한지 의문이 풀렸다”고 ‘사이언스’는 밝혔다.
공룡은 매우 다양한 것 같지만 1억5000만년 이상 지구를 지배한 것치고는 종이 빈약한 편이다. 현생 포유류가 7000여 종인데 견줘 이제까지 발견된 공룡은 1500종에 그친다.
연구자들은 그 이유의 하나를 대형 육식공룡의 빠른 성장에서 찾았다. 공룡은 난생이기 때문에 거대공룡도 태어날 때는 15㎏을 넘지 못한다.
다 자란 티라노사우루스는 길이 12m, 키 4m, 무게 9t에 이른다. 가냘픈 두 다리로 선 어린 티라노는 매우 빠른 속도로 자라 아직도 어색한 청년기를 거쳐 16년쯤 뒤에는 다른 공룡을 뼈째 씹는 거대한 성체가 된다.
자라는 과정마다 먹이와 사는 곳이 달라진다. 갓 알에서 깨어난 악어 새끼가 메뚜기를 사냥하다 성체가 된 뒤 대형 누를 잡아먹는 것과 비슷하다.
연구자들은 중생대 백악기의 공룡 서식지에서 거대 티라노사우루스를 흔히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빠른 성장과 성체의 낮은 생존율 때문에 청년 티라노가 넘쳐났을 것이다.
슈뢰더는 당시의 공룡 서식지를 “10대 아이들이 들어찬 토요일 오후 쇼핑몰 같았을 것”이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당시 공룡생태계에서 청년 공룡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을 것으로 보았다.
개체수도 많고 식욕도 왕성하지만 아직 어른 티라노만큼 사냥할 능력이 없는 청년 공룡들은 나름의 장소에서 만만한 먹이를 사냥했을 것이다. 그는 “공룡이 자라면서 생태계에서 공존하는 다른 종이 줄어드는지 알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룡 화석 기록을 광범하게 분석한 결과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다. 슈뢰더는 “거대 육식공룡이 사는 곳에는 체중 100∼1000㎏의 육식공룡이 거의 없는 구멍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연구가 많이 이뤄진 대표적인 공룡 화석 산지인 헬 크리크 층에서 몸무게 300㎏의 육식공룡인 드로마에오사우루스 다음으로 큰 육식공룡은 몸무게 7t의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이다.
두 공룡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다. 연구자들은 이런 ‘구멍’을 현재의 아프리카 크루거 국립공원에서 체중 190㎏인 사자와 체중 4㎏인 큰귀여우 사이의 중형 포식자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유했다.
티라노 같은 거대 육식공룡이 없는 화석 산지에서는 중형 포식 공룡이 발견됐다. 슈뢰더는 “거대 육식공룡의 청년들이 바로 중형 육식공룡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빨리 자라 일찍 죽는’ 거대 육식공룡의 삶의 방식은 청년 공룡이 우세한 공룡생태계를 낳았고 이들이 중형 육식공룡의 자리를 채웠다”며 “그 결과 중형 포식자의 화석이 드물고 공룡 전체의 종 다양성을 떨어뜨리게 됐다”고 논문에 적었다.
인용 논문: Science, DOI: 10.1126/science.abd922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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