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지는 추분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지는 추분

 205 19.09.25 07:54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어느새 만연한 가을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해진 요즘, 해가 뜨고 지는 시간도 점점 짧아지고 있는데요. 1년 중 해가 가장 길었던 여름을 지나 가장 짧은 겨울로 향하는 중간 지점을 가리키는 절기가 있습니다.         ​     추분(秋分)은 가을을 이루는 여섯 절기 중 4번째이며, 24절기 중에는 16번째 절기입니다. 밤의 길이가 점점 길어지다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시기를 바로 추분이라고 하는데요. 천문학적으로는 태양의 황경이 180도 지점인 추분점(秋分點)을 통과할 때를 말합니다. 추분은 양력 9월 23일 전후로 들며, 음력으로는 대개 8월 무렵입니다. 추분은 이슬이 내리기 시작하는 백로(白露)와 차가운 이슬이 내리는 한로(寒露)의 사이에 드는 가을의 중간 지점에 속합니다. ​ 지난번에 소개해드린 것처럼 24절기는 중국 베이징의 기후와 시간대에 맞게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실제 현대의 대한민국에서 적용할 때에는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추분은 밤과 낮의 시간이 같아지는 날을 의미합니다. 즉, 추분을 지나면서부터는 밤의 길이가 더 길어지는 셈인데요. 본격적으로 만연한 가을로 들어섰다고 볼 수 있는 절기랍니다.         ​     낮과 밤의 길이를 나타내는 절기는 계절별로 하나씩 포함되어 있습니다. 추분을 기점으로 밤이 더욱 길어지다가 1년 중 밤의 길이가 가장 길어지는 시기는 동지(冬至) 무렵이며, 동지로부터 다시 밤이 짧아지면서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지는 시기가 봄에도 찾아옵니다. 이때를 춘분(春分)이라 하는데요. 추분과는 대척점에 있는 절기로 볼 수 있습니다. 춘분을 지나고 낮의 길이가 가장 길어지는 시기인 여름의 하지(夏至)를 지나 다시 추분으로 돌아오면 1년이 완성됩니다.   여름과 겨울 사이에 있는 절기인 추분에는 벼락이 사라지고 벌레는 땅속으로 숨고 물이 마르기 시작한다 해요. 한여름이 지나가고 점차 건조한 날씨가 다가오기 때문인데요. 그래서인지 추분에 얽힌 속담도 계절과 관련된 속담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속담으로는 ‘추분이 지나면 우렛소리가 멈추고 벌레가 숨는다’, ‘덥고 추운 것도 추분과 춘분까지이다’ 등이 있습니다.         ​     추분에는 가을걷이와 노인성제 같은 풍속이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가을걷이는 추분을 즈음하여 논밭의 곡식을 거두어들이고 그 밖에도 잡다한 농작물을 거두어들인다는 것인데요. 이 무렵 추수하는 대표적인 곡물은 벼를 비롯해 콩, 팥, 조조, 기장, 옥수수, 메밀 등입니다. 또한, 겨울을 나기 위한 목화도 따고, 고추도 따서 말리며, 호박고지, 박고지, 깻잎, 고구마순도 이맘때 거두고 말려 겨울을 준비했다고 해요. 노인성제는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시대 때부터 시행되었으며, 조선 시대에는 소사로 사전에 등재되었다고 해요. 옛날에는 노인성이 인간의 장수를 담당하는 별이라고 생각했는데요. 노인성제는 수명장수를 기원하기 위하여 숭례문 밖에 설치한 노인성단에서 노인성을 향해 국가적으로 지내던 제사랍니다. ​       ​     또 다른 추분의 풍속으로는 추분에 부는 바람을 보고 이듬해 농사를 점치는 풍속이 있어요. 이날 바람이 건조하면 다음 해 대풍이 든다고 생각했습니다. 추분이 앞에 있으면, 쌀이 귀하고, 뒤에 있으면 풍년이 들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바람이 북서쪽이나 동남쪽에서 불어오면 다음 해에 큰바람이 있고, 북쪽에서 불어오면 겨울이 몹시 추울 거라 예상했답니다.         ​     추분은 풍성한 계절, 가을의 한가운데에 위치하여 가을걷이를 통해 본격적인 수확이 시작되는 시기입니다. 따라서 한 해 중 먹을 것이 가장 풍족한 시기이기도 한데요. 햅쌀로 지은 밥과 싱싱한 나물, 각종 과일을 비롯한 신선한 식재료로 배부르고 건강한 추분을 보내길 바랍니다. 추분이 지나면 더욱 선선한 날씨가 지속하니 가족, 연인들과 함께 나들이를 나서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