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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으로 '대멸종' 패턴 발견

SCIENCE

by 석천선생 2020. 12. 21.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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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으로 ‘대멸종’ 패턴 발견

 

 

2020.12.15. 13:55

 

 

기존 학설에 반기…새로운 설명 필요

찰스 다윈은 기념비적 저작인 ‘종의 기원’에서 자신의 진화 이론을 다음과 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행성이 고정된 중력 법칙에 따라 순환하는 동안 아주 단순한 시작에서부터 가장 아름답고 멋진 무수한 형태들이 나타났고, 지금도 형성되고 있으며, 진화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에 존재했던 대부분의 종이 멸종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 같은 종의 멸종은 대량 멸종 사건이라고 불리는 몇몇 중요하면서도 일시적인 불균형적 충격에도 불구하고 지구 전체 역사를 볼 때 새로운 종의 출현에 의해 대략적인 균형으로 이어진다.

과학자들은 대량 멸종이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의 한 모델인 종의 진화 혹은 ‘방산(radiations)’의 창조적 시기를 창출한다고 오랫동안 믿어 왔다.

그러나 일본 도쿄공대(TIT) 지구-생명과학연구소(ELSI) 과학자들이 주도한 새로운 연구에서는 이와는 다른 견해가 제시돼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은 기계 학습을 사용해 화석 종들의 동시 발생을 조사한 결과 방산과 멸종은 거의 연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따라서 대량 멸종이 비슷한 규모의 방산을 일으키는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 9일 자에 발표됐다.

주요 멸종과 종 분화 사건의 장기적인 진화 및 생태학적 영향을 보여주는 그림. 색상은 지질학적 시기를 나타낸다. 10억 년 전에 시작된 토니안기를 노란색으로, 현재의 신생대 제4기는 녹색으로 표시했다. 빨간색에서 파란색으로의 전환은 화석 기록에서 가장 파괴적인 사건 중 하나인 페름기 말의 대량 멸종을 표시한다. © J. Hoyal Cuthill and N. Guttenberg

5억 5000만년 동안의 화석 기록 분석

창조적 파괴는 고전적인 진화 개념의 중심을 이룬다. 갑자기 많은 종들이 사라졌다 새로운 종들이 갑자기 나타나는 기간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대량 멸종에 필적하는 규모의 방산, 즉 이번 연구에서 ‘대량 방산’이라고 부르는 것은 학계에서 그동안 멸종 사건보다 훨씬 적게 분석됐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화석을 이용해 연구할 수 있는 고생대 이후 시기의 현생 누대(Phanerozoic Eon)에서 일어났던 멸종과 방산의 영향을 비교했다. 현생 누대는 지구의 45억 년 역사 가운데 가장 최근부터 5억 5000만 년 전까지의 기간으로, 고생물학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 전에 존재했던 대부분의 유기체는 화석 형성이 용이하지 않은 미생물들이어서 진화 기록을 관찰하기가 어렵다.

이번 새로운 연구에서 저자들은 창조적 파괴가 현생 누대 기간에 종이 어떻게 기원했고 멸종됐는지에 대한 좋은 설명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진화적 방산의 수많은 주목할 만한 시기는 생명이 새로운 진화적, 생태적 영역에 진입한 캄브리아기의 동물 다양성 폭발 시기와 석탄기의 삼림 생물군 팽창 시기 같은 때였다고 제시했다.

이전 미생물이 지배했던 30억 년 전에도 진화적 방산이 있었는지의 여부는 알 수가 없는데, 그 이유는 고대의 생물 다양성에 대해 화석 같은 기록된 정보가 부족해 유사한 분석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멸종된 다양한 공룡들의 뼈대. 몇몇 공룡들은 새의 형태로 진화해 오늘날에도 번성하고 있다. © WikiCommons

 

 

‘창조적 파괴’에 대한 의문

고생물학자들은 현생 누대 화석 기록에서 가장 심각했던 대량 멸종 사건 몇 가지를 확인한 바 있다. 여기에는 종의 70% 이상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는 페름기 말기의 대량 멸종 사건 같은 5대 멸종 사건이 주로 포함돼 있다.

생물학자들은 이제 우리가 ‘6차 대멸종(Sixth Mass Extinction)’에 접어들고 있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이들은 사냥과 농업의 팽창에 따른 토지 이용 변화 같은 인간 활동이 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통상적으로 언급되는 이전의 5대 멸종 사건 중 하나는 백악기 제3기(K-T) 6600만 년 전 소행성이 지구를 강타해 날개 없는 공룡들을 휩쓸어버린 사건이다. 과학자들은 화석 기록을 관찰하면서 대량 멸종 사건이 특히 ‘생산적인 방산’을 창출한다고 믿게 됐다.

예를 들면, ‘K-T 공룡 멸종’ 사건에서 황무지가 만들어져 포유류 같은 유기체가 다시 나타나 ‘방산되었고(radiate)’, 모든 종류의 새로운 포유류 종이 진화하면서 궁극적으로 인간이 출현하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판에 박은 듯한 가정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6600만 년 전 멕시코 유카탄반도 근처에 떨어지는 소행성을 묘사한 그림. 지름 수 km 짜리 소행성이 충돌해 핵무기 수백만 개의 위력으로 지구를 강타함으로써, 충돌 당시는 물론 이후 오랫동안 충돌에 따른 먼지와 재가 햇빛을 가려 생물 대멸종을 가져온 것으로 보고 있다. © WikiCommons / Fredrik

전통적인 해석과 다른 패턴 나와

논문 제1저자인 진화생물학자 제니퍼 호열 컷힐(Jennifer Hoyal Cuthill, 현재 영국 에섹스대 박사후 연구원) 박사와 기계 학습 전문가인 물리학자 니콜라스 구텐베르크(Nicholas Guttenberg) 박사는 둘 다 도쿄공대 ELSI 박사후 연구원으로 있을 때 이번 연구를 시작했다.

이들은 먼저 기계 학습을 사용해 화석 기록을 시각화해서 이해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멸종과 방산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분석을 확장했다. 이들은 토론을 통해 새로운 데이터를 기존의 대량 멸종과 방산에 대한 개념과 연결했다.

그 결과, 기계 학습의 도움으로 확인한 진화 패턴이 주요 측면들에서 전통적인 해석과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 팀은 기계 학습의 새로운 응용 프로그램을 사용해 현생 누대 화석 기록에서 종들의 시간적 동시 발생을 조사했다. 이를 위해 거의 20만 종이 포함된 대규모 공개 데이터베이스에서 100만 개가 넘는 항목을 살펴봤다.

호열 컷힐 박사는 “생명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가장 어려운 것 중 일부는 엄청난 시간 척도와 거기에 포함된 종의 숫자”라며, “새로운 기계 학습 응용프로그램으로 정보를 읽을 수 있는 형태로 시각화해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은 말하자면 5억 년이라는 진화의 시간을 우리 손안에 쥐고 살피면서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페름기와 트라이아스기의 멸종 연대표. © WikiCommons

 

 

“대량 멸종과 방산, 인과관계없어”

연구팀은 객관적인 방법을 사용해, 이전에 고생물학자들이 확인한 5대 멸종 사건이 기계 학습에 의해 중요한 파괴 사건의 상위 5%에 꼽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기계 학습이 포착한 것 중에는 멸종이 방산을 앞지르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있고, 7개의 추가적인 대량 멸종과 두 개의 복합적인 대량 멸종-방산 사건 그리고 15개의 대량 방산이 있었다.

놀랍게도, 멸종 후 방산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전 학자들의 견해와는 달리 이번 연구에서는 가장 잘 비교해 볼 수 있는 대량 방산과 대량 멸종 사건이 시간적으로 거의 결합되지 않았고, 이들 사이의 인과관계 개념도 부인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구텐베르크 박사는 “생태계는 역동적이며, 어떤 새로운 것이 나타나도록 하기 위해 기존 조각을 쪼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한 방산이 실제로 기존 생태계에 중대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저자들은 이 개념을 ‘파괴적 창조(destructive creation)’라고 명명했다.

이들은 또 현생 누대 시기 어느 한때에 생태계를 구성했던 종들은 1900만 년 뒤에는 모두 사라졌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그러나 대량 멸종이나 대량 방산이 일어나면 이 회전 속도는 매우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처’ 12월 9일 자에 발표된 논문. © Springer Nature

 

 

‘6차 대멸종’, 파괴된 생물다양성 침식하는 중

그러면 현재 일어나고 있다는 ‘6차 대멸종’에 대해서는 어떤 예측이 가능할까? 250만 년 전 시작된 신생대 제4기에는 고위도 지방이 얼음으로 뒤덮이고, 극적인 결빙의 변화가 일어나는 등 반복적인 기후 격변이 있었다.

이는 현재의 ‘6차 대멸종’이 이미 파괴된 생물다양성을 침식시키고 있음을 의미하며, 저자들은 1900만 년의 장기 평균으로 되돌아가는 데는 적어도 800만 년이 걸릴 것이라고 시사했다.

호열 컷힐 박사는 “우리 시대에서 발생하는 각각의 멸종은 지금까지 수백만 년 동안 존속해 왔던 종을 없애버림으로써, 정상적인 ‘새로운 종의 기원(new species origination)’ 과정이 사라지고 있는 종을 대체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밝혔다.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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