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08.
아제르바이잔 전투드론이 아르메니아군의 인원, 전투장비, 시설 등을 폭격하는 영상 <출처: 아제르바이잔 국방부>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사이에서 벌어진 전쟁은 미래 전쟁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아제르바이잔의 드론 운용사례는 미래전쟁이 어떻게 벌어질 것인지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소련의 붕괴 이후 지금까지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사이에는 여러 차례의 분쟁이 있었다. 이들이 지난 30년 동안 여러 차례 격돌한 이유는 나고르노-카라바흐(Nagorno-Karabakh) 지역 때문이다. 이 지역은 국제법상 아제르바이잔 영토이지만 주로 아르메니아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아르메니아와의 합병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어 양국 간의 영토분쟁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와 같은 원인은 19세기 러시아제국의 남방정책 때문이다. 당시 러시아제국은 남방으로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이란과 격돌했다.
전쟁에서 승리한 러시아제국은 투르크만차이(Turkmanchai) 조약(1828년)으로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조지아가 위치한 코카서스(Caucasus) 지역을 이란으로부터 할양받았다. 이후 러시아제국은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같은 동방정교회를 믿는 아르메니아인을 현재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으로 이주시켰다.
또한, 러시아제국은 터기와 같은 투르크족인 아제르바이잔의 통치를 강화하기 위해 같은 종교 기반의 아르메니아인들이 아제르바이잔으로 이동하는 것을 허용했다. 이로 인해, 아르메니아인들은 카스피해와 접해 있는 바쿠(아제르바이잔 수도)까지 활동 범위가 확장됐다. 결과적으로 아르메니아인들은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포함한 아제르바이잔 전역으로 진출하게 되었다.
볼셰비키 혁명(1917년 10월) 발생 직후인 1918년 아제르바이잔은 민주공화국을 수립했다. 그러자 아제르바이잔 전역에서 활동하던 아르메니아인들의 활동은 위축되었고,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으로 모여들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은 1922년 두 나라 모두 소련연방에 편입됐고,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은 자치구로 지정됐다. 소련의 강력한 통치로 인해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 대한 양국의 갈등은 표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소련 공산당의 통치력이 약화되자 연방국가들의 분리주의 운동이 확산되었다.
이로 인해,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중심으로 한 양국의 뿌리 깊은 갈등은 다시 증폭됐다.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분쟁사
소련연방 붕괴 전후 시기(1988∼1992)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 분쟁은 1988년부터 본격화됐다. 1991년 소련 붕괴 후, 두 국가의 분쟁은 1992년 겨울부터 전면전으로 치닫게 되었고 1994년까지 이어졌다.
당시 소련과 냉전 중이던 미국은 비밀리에 아르메니아를 지원했다. 유대인처럼 전쟁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아르메니아인들의 정재계 로비가 미국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아르메니아의 무기체계는 현대화될 수 있었다. 반면, 아제르바이잔은 아프가니스탄의 무자헤딘에게 지원을 요청하고, 주요 전투에서 인해전술을 구사할 정도로 전투준비태세가 갖춰지지 않았다.
전투준비태세가 제대로 갖춰진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의 분쟁 결과는 명약관화(明若觀火)했다. 아르메니아가 압승을 거둬 아제르바이잔 내 아르메니아의 실효 지배지역은 위와 같이 확장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주민들은 스테파나케르트(Stepanakert)를 수도로 하는 아르차흐 공화국(Republic of Artsakh)으로 독립했다.
두 나라 간 분쟁은 2016년 4월 2일부터 5일까지 또다시 발생했다. 미국은 이전과 다르게 아제르바이잔을 지지했다. 러시아군의 주둔을 허용할 정도로 아르메니아의 친러 정책이 강화됐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동맹국이자 아제르바이잔으로부터 석유의 40%를 수입하고 있는 이스라엘도 아제르바이잔을 지지했다. 터키도 같은 투르크계인 아제르바이잔을 지지했다.
양측은 전차, 포병, 다련장, 전술공군 등이 포함된 제병협동전투를 전개했다. 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은 아제르바이잔군은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서의 두 차례 전투에서 아르메니아군에게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승기를 잡은 아제르바이잔은 전 국경에 걸쳐 전면전을 선포했다.
당시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영공에는 다양한 드론들이 존재했다. 아르메니아군은 X-55 드론과 같은 정찰드론을 운용하면서 아제르바이잔군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중점을 뒀다.
반면, 아제르바이잔군은 다양한 정찰드론을 운용하면서 표적을 식별하고, 곧바로 공격드론에 대전차미사일(Anti-Tank Guided Missile)을 연계한 실시간 타격까지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아르메니아군의 대공무기에 의해 적지 않은 드론들이 무력화되거나 격추됐다.
하지만 시리아에서 IS 격퇴전에 집중하고 있던 미국, EU, 러시아 등의 국제사회는 지정학적으로 민감한 코카서스 지역의 분쟁이 증폭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이들의 중재로 전면전으로는 확대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양측의 충돌은 국경 일대의 국지적인 소규모 전투로 종결됐고,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은 이전과 같이 현상유지(Status quo)되었다.
2020년 9월 27일, 또다시 양국 간의 분쟁이 일어났다. 이날 양측의 충돌은 아제르바이잔군이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마르투니(Martuni)를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양국 모두 동원령과 계엄령을 선포하고 접경 지역의 군사거점을 중심으로 치열한 전투가 연이어 발생했다.
아제르바이잔군은 공격 및 자폭드론을 활용하여 전격적인 드론전투를 수행했다. 또한, 드론전투 영상을 SNS를 통해 공개하여 상대를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는 고도의 정보・심리작전을 전개했다. 반면, 아르메니아군은 지상 위주의 제병협동전투로 아제르바이잔군에 대항했다.
아르메니아군이 취약한 공중공간을 비대칭적으로 이용한 아제르바이잔군의 압승이었다. 아르메니아군은 분쟁 막바지에 러시아군이 지원하는 전자전 장비로 아제르바이잔군의 드론공격에 대항했다. 하지만 전세는 이미 기울어진 뒤였다.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은 분쟁 2주 후인 10월 10일부터 뒤늦게 시작됐다. COVID-19의 팬데믹 상황으로 국제사회 전체가 자국 내 방역 관리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러시아의 중재로 양국은 휴전에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 15일에 열린 양국 간의 휴전회담은 분쟁의 책임소재를 놓고 양측의 격론이 벌어지면서 결렬됐다. 동월 27일 미국의 중재로 재차 휴전회담이 시작됐다. 결국, 수세에 처한 아르메니아가 10월 16일 휴전 의사를 내비쳤고, 11월 10일 양국의 분쟁은 사그라졌다.
휴전 이후 아르메니아군이 점령하고 있던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 및 그 일대에 러시아 평화유지군이 진입했다. 또한, 아르메니아의 실효 지배도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수도인 스테파나케르트(Stepanakert) 인근으로 축소됐다. 하지만 현재 러시아가 아르메니아를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지역은 다시 분쟁 이전의 상태로 환원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두 나라의 분쟁은 향후 언제든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제르바이잔군의 드론전투
「하이-로우 믹스」 개념을 적용한 드론전투체계 구축
아제르바이잔군은 2016년 분쟁 이후 터키 Baykar社의 TB-2 무인기를 도입했다. 하지만 아르메니아군은 2016년 분쟁 당시 상당수의 아제르바이잔군 드론을 격추했던 경험에 사로잡혀 지상군 위주의 제병협동전투를 준비했다.
이로 인해, 아제르바이잔군이 저고도 공중영역을 주요 전투공간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지 못했다. 실제로 아르메니아군은 보전협동전투에 대비하기 위해 사주방어가 가능한 진지, 교통호, 장비호 등을 정밀하게 구축했다. 이것들은 아제르바이잔 TB-2를 포함한 정찰드론에 의해 고스란히 촬영되어 SNS에 공개됐다.
이와 함께, 아제르바이잔군은 2016년 분쟁 이전 이스라엘 항공산업(Israel Aerospace Industries)으로부터 하롭(Harop)을 도입했다. TB-2가 중거리 타격체계라면, 하롭은 정찰드론이 식별한 적의 주요 전투장비 주변을 선회(Loitering)하다 급강하하여 정밀타격하는 자폭형 드론이다.
주・야간 고정 및 이동표적을 정확하게 타격하는 하롭은 아르메니아군에게 전장 공포를 확산시켰다. 특히,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슈투카(Stuka)처럼 급강하 시 발생하는 하롭의 독특한 소음은 전장 공포를 확산시켰다. 아제르바이잔군이 이런 하롭의 모습을 영상에 담아 SNS를 통해 공개하자 아르메니아군 전투원들의 집중력은 분산되었고, 이들의 전장 스트레스도 가중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아제르바이잔군은 보유하고 있던 An-2기를 무인기로 개조하여 정찰용으로 운용했다. An-2기는 소련연방 시기에 도입된 것으로서 현대전에 걸맞지 않은 재래식 무기체계였다. 하지만 아제르바이잔군은 An-2기에 원격조종기술을 덧입혀 새로운 무기체계로 발전시키는 기지를 발휘한 것이다.
무인기로 개조된 An-2기는 주로 아르메니아군 방공체계의 정확한 위치를 식별하기 위해 운용됐다. 이것은 정찰 및 TB-2와 같은 공격드론의 생존성을 보장하기 위한 전술적 조치였다. 즉, An-2기는 적 방공망 제압(SEAD: Suppression of Enemy Air Defense)을 위한 표적 식별용 미끼(Dummy)인 것이다.
실제로, 양국 간의 분쟁 당시 아제르바이잔 예블라흐(Yevlakh) 공항에 정렬된 62대의 An-2기가 식별되었다. 즉, 아제르바이잔군은 TB-2나 하롭과 같은 최첨단 드론의 전투효과를 높이기 위해 기존 무기체계를 무인화한 것이다.
이처럼 아제르바이잔군 2016년 분쟁 이후 TB-2, 하롭, 무인 An-2기 등 고가의 첨단드론부터 기존 무기체계를 개조하여 만든 저가의 급조드론까지 다양한 형태의 드론을 전력화했다. 즉, 아제르바이잔군은 「High-Low Mix」 개념을 적용한 드론전투체계를 구축하여 2020년 분쟁에 돌입한 것이다.
전투드론과 정밀화력체계를 연계한 비대칭 드론전술 구사
아제르바이잔군은 앞서 언급한 드론을 활용하여 드론전투를 수행했다. 이것은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이 아니다. 우선, 아제르바이잔군은 2016년 분쟁 당시 정찰드론과 지상의 정밀화력체계를 연결하여 수행한 전투 사례를 철저히 분석했다.
다음으로, 형제국인 터키가 리비아와 시리아 내전을 수행하면서 터득한 전투드론 운용개념을 발전시켰다. 당시 터키는 드론을 활용한 정찰・감시로 획득한 표적 정보를 전술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 공유한 후, 곧바로 지상 및 공중(TB-2・하롭)의 정밀화력체계로 타격하는 ‘선견-선결-선타’의 전투개념을 정립했다.
마지막으로, 아제르바이잔군은 2016년 전투 경험에 터키의 전투개념을 가미하여 자신들만의 전술을 다음과 같이 발전시켰다.
이처럼 아제르바이잔군은 드론전투를 위해 드론만 사용한 것이 아니다. 정밀도가 높은 야포나 단거리 미사일과 제병협동으로 드론의 전투 효과를 배가시켰다. 기존 재래식 전력과 최첨단 전력을 배합한 하이브리드(Hybrid) 전투와 지상과 공중 전력을 융합한 다영역전투(Multi-Domain Battle)를 전술적 수준에서 위와 같이 수행한 것이다.
아제르바이잔군은 이와 같은 새로운 전술을 적용하여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아래와 같이 TB-2는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 투입되어 24일 동안 아르메니아군 전차 114대, 장갑차 43대, 야포(MLRS) 141대, 지대공미사일과 레이더 탑재 차량 42대 등 총 633대를 무력화했다. 확인되지 않는 하롭의 성과까지 더한다면 아르메니아군의 피해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아제르바이잔군은 드론을 활용한 고도의 전술을 선보였다. 아제르바이잔군은 TB-2를 이용하여 아르메니아군의 선두와 후미를 공격한 후, 정지 및 고립된 차량을 자폭드론과 정밀화력체계로 타격했다. 아제르바이잔군은 전투이탈이 불가능한 산악지역의 협로에서 주간뿐만 아니라 야간에도 이와 같은 전술을 적용했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전술이 이미 아제르바이잔군에 교리로 자리를 잡았다는 의미이다.
전술적 성과를 전략적으로 승화하기 위한 정보・심리작전 전개
아제르바이잔군은 이와 같은 드론전투의 전술적 성과를 SNS를 활용하여 전략적으로 승화시켰다. 아제르바이잔군은 자신들의 전투영상을 전 세계와 실시간 공유한 것이다. 특히, 이들은 드론을 활용하여 아르메니아군의 주요 전력을 파괴하는 전투영상을 집중적으로 방영했다.
아제르바이잔 전투드론이 아르메니아의 인원, 장비, 시설 등을 주야로 파괴하는 영상 <출처: 아제르바이잔 국영방송>
이를 통해, 아제르바이잔 국민은 전투에서 승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결속을 다질 수 있었다. 반면, 아르메니아군은 드론의 효과와 위력으로 공포에 휩싸였고, 국제사회는 쉽사리 수세에 몰린 아르메니아를 지지할 수 없게 되었다. 즉, 아제르바이잔군은 이 세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드론전투의 성과를 정보・심리작전과 연계시킨 것이다. 결과적으로, 아제르바이잔군은 자국민, 적국 및 국제사회의 인식을 드론전투를 통해 사로잡은 것이다.
군사혁신의 교훈
군사혁신(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 RMA)은 새로운 무기체계를 도입하고, 이를 운용할 수 있는 싸우는 방법과 조직편성을 혁신적으로 발전시켜 상호 결합함으로써 전쟁의 성격과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아제르바이잔군은 TB-2나 하롭과 같은 새로운 무기체계를 도입한 후, 이것들을 제병협동자산과 연계하여 싸우는 방법을 발전시켰다. 이를 통해, 아제르바이잔군은 지상전투에 몰입된 아르메니아군을 상대로 압승을 거둘 수 있었다. 이런 측면에서 아제르바이잔군은 앞서 언급한 군사혁신을 달성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아제르바이잔군이 달성한 군사혁신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시사하는 바가 다음과 같이 적지 않다.
첫째, 경제력 및 군사력 규모 측면이다. 아래 표를 보면 아제르바이잔은 국민 1인당 GDP가 5,000달러로 개발도상국 수준이고, 군사력도 세계 64위 수준이다. 이와 같은 지표를 봤을 때 군사혁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제력과 군사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무너질 수 있다. 결국, 군사혁신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절박함과 혁신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군사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국가에서 반드시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둘째, 군사혁신 기간 측면이다. 아제르바이잔군은 2016년 분쟁 이후 약 4년 만에 전투드론 중심의 군사혁신에 성공하였다. 형제국인 터키로부터 TB-2뿐만 아니라 전투드론 운용개념을, 경제적 협력관계가 있는 이스라엘로부터 하롭을 신속하게 도입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는 군사혁신의 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통상적인 관념을 깨고, 아제르바이잔과 같은 지정학적 상황에 직면해 있는 국가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증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셋째, 기술과 개념의 동시 발전 측면이다. 아제르바이잔은 최첨단 드론들을 도입한 것에 멈추지 않고, 이것을 운용할 수 있는 싸우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발전시켰다.
반대로, 아르메니아는 2016년 분쟁 당시 아제르바이잔군의 드론을 격추한 경험을 바탕으로 드론의 전장 활용성을 등한시하였다. 이번에도 정찰・감시 정도의 수준에서 드론을 운용했을 뿐이다.
즉, 군사혁신은 새로운 무기체계를 도입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운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을 반드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드론을 미래 전장의 핵심체계로 발전시키고 있는 국가는 반드시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조직문화 측면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과 개념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혁신적인 조직문화가 조성되지 않는다면 군사혁신은 달성될 수 없다. 2016년 당시 아제르바이잔군이 운용한 드론들은 아르메니아군의 방공체계에 상당수 격추됐다. 하지만 아제르바이잔군은 더욱 공세적으로 드론전투를 준비했다.
이는 전장에서 발생한 실패를 용인하는 조직문화가 아제르바이잔군에 조성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군사혁신은 축적의 결과로 달성된다. 따라서 군사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국가는 실패를 용인하는 조직문화 조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11월 10일,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 분쟁이 종료됐지만, 양국 간의 역사적인 갈등을 볼 때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충돌은 군사혁신에 성공한 아제르바이잔군이 선전했다.
하지만 분쟁 막바지에 아르메니아에 주둔 중인 러시아군의 ‘Krasukha-4’가 48시간 동안 TB-2 9대를 무력화시킨 것을 봤을 때 아르메니아군도 군사혁신의 싹을 이미 틔웠는지 모른다. 향후 아르메니아군이 심기일전(心機一轉)하여 새로운 무기체계와 싸우는 방법으로 아제르바이잔을 압도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와 같은 상황은 전 세계 분쟁 지역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 어느 나라가 이번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분쟁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군사혁신을 단행할지 기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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