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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과 손잡은 MB 꼼수의 필연, '승자의 저주'

언론과 민주주의

by 석천선생 2020. 12. 2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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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과 손잡은 MB 꼼수의 필연, '승자의 저주'

 

 

김시연 입력 2020.12.21. 15:09

 

[종편 10년, 탈종편을 위해 ①] 보수정권의 정치적 계산이 깊숙히 개입된 종편의 시작

 

2010년 12월 31일을 기억하십니까? 이날 이명박 정부는 이른바 ‘조중동매’를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로 선정했습니다.

 

10년이 흐른 지금 일부 종편은 존폐 위기에 처했습니다. ‘미디어계 4대강 사업’이라 불렸던 종편이 망가뜨린 미디어 생태계를 되살릴 수 있을까요? 3회에 걸쳐 미디어 분야 전문가들과 종편 선정 이후 10년을 짚어봅니다. <편집자말>

[김시연 기자]

 
최시중 당시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2010년 12월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방송통신위원회 기자실에서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 승인 대상법인 선정에 관한 심사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이자 '방통대군'으로 불렸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010년 12월 31일 '종합편성채널(종편)' 승인 대상 사업자를 발표했다. 그의 입에서 <중앙일보> <조선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가 차례차례 호명되자 언론사들 희비가 엇갈렸다.

 

탈락자들의 탄식 못지않게 승자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KBS, MBC, SBS 등 3곳뿐이던 기존 '지상파 종편' 시장에 신규 종편 4곳이 한꺼번에 들어갈 만한 공간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괴물 종편'의 탄생이었다.

 

MBN만 문제였을까? "자본금 불법·편법 모금 안 한 데 없었다"

 

10년이 가까워오면서 무리한 종편 사업자 선정의 부작용이 차츰 드러나고 있다. MBN은 종편 최초 승인 당시 600억 원대 자본금 편법 충당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6개월 업무 정지' 처분을 받은 데 이어, 재승인 기준 점수에도 미달해 지난 11월 17가지 조건을 걸고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JTBC만 재승인을 무사히 통과했을 뿐 다른 종편 사정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지난 4월 심사 점수 과락으로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던 TV조선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법정제재 건수 연간 5건 이하'라는 재승인 조건을 지키지 못해 재승인 취소 위기에 몰렸고, 채널A도 이동재 전 기자의 '검언유착'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재승인이 취소될 수도 있다.

 

종편들이 퇴출 위기에 몰린 상황을 미디어계에선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종편 당사자들은 말을 아끼는 가운데,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지난 11월 23일 <조선일보>에 기고한 칼럼('방송통신위원회의 존립 이유를 묻는다')이 눈길을 끌었다.

 

윤 교수는 당시 MBN 방송 중단 조치에 대해 "결국 이 사태의 뿌리에는 방송 사업 진입을 일종의 '머니 게임'으로 만들어 무리한 투자 유치 약속과 편법 납입을 유도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책 과실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0년 종편 선정 당시 방송통신위원회(아래 방통위)가 최소 납입자본금을 3천억 원 이상으로 높게 정하고 중요한 선정 기준으로 삼은 게 문제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야당(더불어민주당) 추천 방통위 상임위원이었던 양문석 전 위원은 "윤 교수 주장은 종편 사업자가 1~2개였다면 설득력 있었을 것"이라면서 "종편 4개가 한꺼번에 나가면서 자본금 부족 문제를 일찍 해결할 수 없었고 10년이 지나서 터진 것"이라고 밝혔다. 최소 자본금 액수가 너무 높아서가 아니라, 사업자를 너무 많이 선정한 게 더 문제였다는 얘기다.

 

양 전 위원은 "처음에 나는 최소 자본금을 1조 원 정도로 올려 1군데만 주자고 했고 최시중 전 위원장은 (여러 곳에 주자며) 1천억 원을 얘기했다"면서 "결국 6천억 원으로 밀렸다가 3천억 원에 합의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당시 후보가 6곳이었는데 3천억 원씩 하면 자본금 1조 8천억 원으로 세계에 유례가 없는 규모였다"면서 "MBN만 내부 고발과 증거가 나왔을 뿐 당시 불법, 편법 모금 안 한 데가 없었다"고 말했다.

 

 

 

6년 전 종편 자본금 의혹 제기에 손놓은 방통위

 
240여 개 언론·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시민행동 회원들이 10월 30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MBN 승인 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오후 자본금 편법 충당 등 불법 행위를 저지른 MBN 행정처분을 결정한다.
ⓒ 김시연


MBN 사태를 계기로 지난 2014년 10월 언론개혁시민연대(아래 언론연대)에서 발표한 종편 사업자 승인심사 보고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 언론연대는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한 방통위 심사자료 등을 바탕으로 종편·보도전문채널 승인 심사 과정과 주주 구성의 문제점을 고발했다.

 

당시 정보공개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MBN은 2013년 7월 발표한 1차 보고서에 빠졌다가 이듬해 10월 최종보고서에 뒤늦게 포함됐다.

 

신규법인을 설립한 다른 종편들과 달리 기존 매일경제TV 법인을 전환한 MBN은 최대주주인 매일경제 지분율 30%를 넘기지 않으려고 매경공제회나 매일경제 사우회 명의를 이용해 MBN 지분을 매각하는 차명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당시 방통위가 이 같은 의혹을 근거로 제대로 조사했다면, 임직원 개인 명의를 이용한 자본금 편법 충당 사실도 좀 더 일찍 드러났을 수 있다.

 

김동찬 언론연대 사무처장은 10일 "당시 MBN이 차명으로 자본금을 조성했으면 최대주주 소유지분 제한 30% 위반이라고 지적했는데 방통위 조사에서 사실로 확인됐다"면서 "종편 사업자로 선정된 뒤 자본금 약정을 철회한 곳이 있으면 채워야 하는데, 매일경제 자신은 소유제한에 걸려 차명 거래를 했고 자본시장법 위반 사실을 감출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MBN뿐 아니라 당시 방통위 책임론도 함께 제기된다. 김 사무처장은 "그 당시(2014년) 이 문제를 발견했다면 최초 승인 취소도 가능했을 것"이라면서 "방통위는 조사권이 없는 한계 때문이라고 하지만, 최선을 다해 밝히려고 노력했다면 MBN도 계속 감추진 못했을 것"이라면서 방통위의 반성과 사과를 촉구했다.

 

당시 MBN뿐 아니라 TV조선이나 채널A도 주주 구성과 관련해 비슷한 의혹이 나왔지만, 방통위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김 사무처장은 "TV조선과 채널A도 유사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방통위는 재승인 조건에 이같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재승인을 취소한다는 확약서를 넣는 데 그쳤다"면서 "방통위 조사권이 이렇게까지 한계가 있는지, 다른 경로로 확인할 방법이 없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초 승인할 때 사회적 논란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고 승인한 나쁜 결과가 지금까지 남아있다"면서 "당시 정책결정자들의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종편 등에 업고 보수언론과 공생"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인 지난 2008년 1월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당시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의 회고록 <나는 아침이 두려웠다> 출판기념회에서 방 회장과 악수를 하며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이처럼 허술한 종편 승인 심사 배경에 당시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계산이 깔렸다는 데는 언론학자들 사이에 큰 이견이 없다

 

지난 2014년 3월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종편은 당시 이명박 정부가 자신의 당선에 공을 세운 조중동 언론사에 특혜를 베푼 것"이라면서 "예전에 미국 공화당 보수 정권이 <폭스뉴스>를 키워가며 악어와 악어새 관계로 발전된 모델을 그대로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초법적 방법으로 종편을 승인한 뒤 종편을 등에 업고 보수언론과 공생하면서 여론을 주도하고 보수 정권 10년을 유지했다"면서 "신문 시장은 원래 보수화됐고 방송 시장은 그나마 공영방송이 균형을 잡았는데 보수 종편 4개가 한꺼번에 들어오면서 방송 시장도 힘의 균형이 무너져 급격히 보수화됐다"고 밝혔다.

 

김동찬 사무처장도 "보수 정권 장기 집권에 우호적인 언론 환경 조성을 위해 종편을 도입하다 보니 (조중동 가운데)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4개 사업자를 선정한 것도 문제지만, 10년 동안 공영방송 중심의 공적 영역은 경쟁력을 키우지 않고 방치해 결국 양쪽 모두 망가뜨렸다"고 지적했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종편이 지난 10년 동안 미디어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짚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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