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찬 입력 2020.11.15. 08:01
한반도를 둘러싼 바다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수중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남북한의 잠수함 전력 증강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우수한 성능을 갖춘 잠수함을 만드는 것이 핵무기 개발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잠수함 건조는 난이도가 높다. 실제로 잠수함을 자체적으로 설계 및 건조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 한국 등에 불과하다.
하지만 잠수함은 바다의 수중 환경이 복잡해 수상함이나 해상초계기가 탐지하기가 어렵다. 그만큼 해상에서의 전략적 억제력이 크다. 남북이 오래전부터 잠수함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일본 함대를 격파하는 과정에서 거북선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면, 오늘날에는 잠수함이 거북선과 유사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수직발사대 갖춘 3000t급 잠수함 건조 본격화
지난 10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국내 기술로 만든 두 번째 장보고-Ⅲ급 배치(Batch)-Ⅰ 잠수함 안무함(3000t급)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진수식을 치른 안무함은 2018년 9월 진수한 도산안창호함에 이어 건조된 잠수함이다. 잠수함의 두뇌 역할을 하는 전투체계와 음파탐지기 등 핵심장비들을 자체 개발, 국산화 비율을 기존 장보고-Ⅱ(손원일급) 잠수함보다 두 배 정도 높은 76%로 끌어올렸다.
장보고-Ⅲ급 배치-Ⅲ에서는 국산화율이 90%에 달할 전망이다. 대부분의 장비를 국산으로 조달하게 되는 셈이다.
손원일급 잠수함에도 탑재된 공기불요추진장치(AIP)는 기존 디젤 잠수함과 달리 2주 이상 수면 위로 부상하지 않고 작전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안무함의 가장 큰 특징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능력이다. 안무함은 도산안창호함처럼 콜드런치(cold launch) 방식의 수직발사대 6개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콜드런치는 고압·고열의 가스로 미사일을 발사관 밖으로 사출한 뒤 미사일의 엔진이 점화해 표적으로 날아가도록 하는 방식이다. 미사일 발사과정에서 잠수함 선체 손상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다만 내부 공간이 좁고 해류에 의해 끊임없이 흔들리는 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기술은 난이도가 매우 높다. 전체 중량이 최소 10t이 넘는 SLBM을 바닷속에서 사출해 발사하려면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높은 압력과 열이 발생한다. 발사관을 튼튼하게 제작해야 사고를 방지할 수 있지만, 잠수함 중량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
가볍고 튼튼한 발사관 제작에 필요한 합금 기술, 콜드런치 방식에 적용되는 사출용 추진제 기술 등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이 기술들은 개발 난이도가 높다.
기술개발에 성공해도 실전배치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발사된 SLBM이 엔진 점화에 실패해 추락하면서 잠수함 선체를 강타하면 해당 잠수함은 침몰 위기에 직면한다.
발사관에서 사출되지 않으면, 해당 잠수함은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러시아 해군 원자력잠수함 ‘라쟌’은 훈련 도중 SLBM 두 발을 쏘려 했는데, 한 발이 발사관에서 사출되지 않아 불발된 미사일을 실은 채 훈련을 중단하고 복귀했다.
수십년 동안 SLBM을 운용한 러시아도 사고를 겪는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남북은 그만큼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북한이 북극성 SLBM 개발 과정에서 지상 및 수중사출시험을 지속한 것도 사고 위험을 방지할 수 있을만큼 기술적 신뢰성을 쌓으려는 의도다.
북극성과 북극성-3형 SLBM을 개발한 북한도 대형 잠수함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반도 유사시 한미 연합군의 공격으로 탄도미사일 기지들이 파괴됐을 때, 한반도 남부나 일본을 타격하는 방식으로 반격을 꾀하려면 SLBM 탑재 잠수함이 필요하다.
제2격(second strike)능력을 확보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한미 연합군이 공격적인 작전을 취하는 것을 다소나마 억제할 수 있다. 북한이 경제난 속에서도 잠수함 건조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북한이 SLBM 탑재 잠수함 2척을 새로 건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1척은 기존 로미오급 잠수함을 개량한 것이지만, 또다른 1척은 신형 잠수함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건조 중인 신형 잠수함은 4000∼5000t급으로 SLBM 6기 탑재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관측이 현실화된다면 도산안창호함과 동일한 수준의 전략적 타격력을 확보하게 된다. 지난달 노동당 창건 75주년에 등장한 북극성-4형을 탑재한다면 사거리나 파괴력이 더 강력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북한의 신형 잠수함이 도산안창호함이나 일본 소류급처럼 높은 수준의 성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로미오급 잠수함은 수중소음이 심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그런데 북한이 지난해 7월 공개한 로미오급 개량형은 함교 뒷부분이 튀어나와 있다. SLBM 탑재 수직발사대 설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구소련 시절의 러시아 잠수함에서 주로 쓰이는 방식으로 수중저항과 소음을 유발해 서방에서는 쓰지 않는다.
북한이 1970년대부터 잠수함을 운용했고 연어급이나 유고급 잠수정을 건조한 경험도 있지만, 2000t 이상의 배수량을 지닌 잠수함을 만드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로미오급 잠수함을 개조한다 해도 수중 항해 특성이 달라지는 만큼 안정성 등의 부분에서 검증이 필요하다.
북극성 SLBM을 개발했지만, 발사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망신’을 당한다면 북한의 핵능력에 대한 불신만 키울 뿐이다. 북한이 로미오급 개량형을 진수해도 실제 작전능력 확보까지 진통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하지만 북한 잠수함 성능이 뒤떨어진다 해도 한반도 남부나 일본 연안을 공격하기에는 충분하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북한 잠수함들이 신포항에서 자취를 감추기만 해도 한미 연합군은 동해 전역에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북한으로서는 해군기지 인근 해역에서 대기하는 기만작전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북한 잠수함 활동 영역인 동해는 난류와 한류가 교차해 수괴가 빈번히 발생, 잠수함 탐지가 쉽지 않다. 북한의 신형 잠수함이 실제로 모습을 드러낼 경우 대응책을 놓고 군 당국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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