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준 기자 입력 2020.08.17. 06:00 수정 2020.08.17. 06:40
[MT리포트]늑대가 온다 '전랑(戰狼)' 중국(上)
[편집자주] 시진핑 주석의 중국이 거칠어지고 있다. 과거에도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었지만 드러내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이 일어서거나 이미 일어섰다(굴기)며 중화(中華)를 강요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과는 이미 충돌했고 세계 각국에서 중국을 불편해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중국은 세계와 화합(和)할까, 불(火)을 지르는 재앙(禍)을 불러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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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자신을 비난하는 국가에 대한 보복에 나서고 있다.
무력과 보복을 앞세워 주변국을 압박하는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가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외교관과 언론인들은 거친 언사를 쏟아내며 자국 이익을 대변하는 늑대전사를 자처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전랑외교로 인접국가와 갈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이 세계 각국과 충돌하면서 영토분쟁이 있는 경우 군사 충돌의 위험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이같은 외교적인 변화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패권의식을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그의 저서 '미중전쟁의 승자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에서 "중국은 국가의 생존이 걸려 있기 때문에 타협의 의지가 없는 이익을 '핵심 이익'이라고 내세우고 있다"며 "문제는 중국의 권력이 커짐에 따라 그 리스트가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분쟁이 격해지자 2010년 남중국해를 핵심이익으로 선포했다"며 "타협의 의지가 없다는 것을 선포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성현은 "이런 방식은 핵심이익에서 이해상충이 발생할 경우 중국의 양보 여지를 스스로 없애버린 것"이라며 "긴장관리를 실패할 경우 충돌 가능성이 더 커짐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미리 자국의 기준과 한계선을 정하고 상대국의 양보와 항복을 요구하는 패권주의 태도이며 중국의 이런 태도가 외교 영역에서 더욱 득세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닐라=AP/뉴시스】필리핀 독립기념일인 201년6월12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시내 금융가 마카티의 중국 영사관 밖에서 한 시위 참가대가 "중국의 부채 덫"에 걸리지 말자는 구호가 쓰인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나온 인민폐 모형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미국과의 충돌이 전랑외교를 가속화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중국의 국가체제를 바꿀 힘을 가진 유일한 국가다.
그래서 과거 중국에게 미국은 피해야 할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제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바뀌고 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미국이 중국을 바꾸지 못하면 중국이 우리는 바꿀 것이란 우려가 미국내에서 나오고 있다"며 "미국은 공산당 일당 지배체제를 바꾸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3국간 영유권 싸움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온 미국이 이를 깨고 중국 관련 영유권 싸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이 국가의 명운을 건 영토분쟁에 나설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강경한 공격에 입장이 난처해진 중국도 결사항전의 태도로 나오는 형국이다.
전랑은 2015년 인민해방군 홍보를 위해 만든 애국주의 액션 영화다. 주인공은 의지와 용기로 악당들을 물리치고 세계를 구한다. 중국인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보고 공감하거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일 리 없다.
전랑외교는 중국 내부의 민족주의와 애국주의를 높이는 효과가 있겠지만 주변국은 중국과의 마찰이란 달갑지 않은 결과를 떠안아야 한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늑대전사로 변한 중국 때문에 주변국의 피로도는 높아지고 있다.
최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중국이 전랑 외교를 억제해야 할 때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중국 정부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전랑 외교에 대해 중국 외교 공동체 내부에 일부 이견이 있다"며 "이 접근법이 중국을 세계의 다른 국가들과 멀어지게 하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잠무=AP/뉴시스]17일(현지시간) 인도 잠무에서 반중국 시위가 열려 시위대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을 신발로 때리고 있다. 일부 논평가들이 복수를 주장하는 가운데 인도 정부는 아직 공식 논평을 내지 않고 있다. 앞서 16일 인도-중국 국경지대에서 양국 군인이 충돌해 인도군 20명이 숨졌으며 중국의 피해 상황은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 당국은 이번 충돌이 인도가 중국군에 대해 전략적으로 오판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2020.06.17.
강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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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BBNews=뉴스1
강대국을 꿈꾸는 나라들은 지리적 열세를 싫어한다.
아돌프 히틀러가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이유 중 하나는 독일이 온통 다른 나라로 둘러쌓여 있어 사방을 경계해야 하고, 바다를 통한 진출로 역시 가로막혀 있어서 였다.
강대국 지위를 회복하는 것을 넘어 유럽 패권을 지배하려면 이런 지리적 열세를 극복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위아래로 캐나다와 멕시코, 동서에 바다를 끼고 있는 미국을 가장 부러워하면서도 두려워했다.
중국이 이웃들을 자꾸 건드리는 이유도 '적'이 많아서다. 중국과 국경을 맞댄 나라는 14개국이나 된다. G2(주요 2개국) 지위를 넘어 1위에 도전하려면 주변 정리가 필요한 셈이다.
그것도 남들이 크기 전에 말이다. 특히 미국과 지금처럼 싸우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인도와 국경을 두고 피를 튀기며 싸우고, 중국 앞바다에서도 한참 먼 남중국해를 두고 갈등을 키운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만든 인공섬. /사진=일본 방위성.
중국은 늑대처럼 힘을 과시하는 ‘전랑’ 외교를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들에게 궁지로 몰리면서다. 코로나19 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했다는 자신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가장 많은 나라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게 남중국해 문제다. 중국은 대만,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등과 해상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지도를 펼쳐놓고 봐도 남중국해는 중국보다는 베트남, 필리핀, 브루나이와 훨씬 더 가깝다. 중국도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중국 최남단에서 1000km나 더 떨어진 곳에 인공섬을 만들며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중국에 영유권이 없다고 판단하지만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힘의 논리에 의해 동남아 국가들을 압도할 뿐만 아니라 남중국해가 세계로 통하는 교역로, 천연자원 매장 등 지리적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AFPBBNews=뉴스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공산당 총서기’로, 중국은 ‘중국 공산당(CCP)’로 부르면서 신냉전을 선포한 미국은 중국이 가장 예민해하는 부위만 골라서 건드리고 있다. 홍콩과 대만을 두고 중국의 ‘하나의 원칙’를 깨려고 시도하고, 남중국해 분쟁에도 적극 개입하고 있다.
최근 미국은 ‘항행의 자유’를 외치며 남중국해에서의 군사훈련 빈도를 높이고 있고, 중국은 이에 반발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데, 결국 양국은 폭격기 배치 등 군사적 긴장감을 키우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13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리(VOA)는 미 공군이 인도양 디에고가르시가 기지에 4년만에 B-2A 스피릿 폭격기 3개를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지는 남중국해를 타격 가능 거리에 두고 있는데, 앞서 중국의 군사 도발이 심해지자 미국이 맞불을 놨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은 중국 인민해방군이 남중국해에서 실탄 훈련까지 단행했다는 보도가 나온 날이기도 하다. 환구시보는 이를두고 “이번 훈련을 통해 미국과 대만에 명확한 경고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대만간 관계가 강화할수록 중국은 대만 인근에 군사적 압박 강도를 높일 것이라고 대놓고 경고한 것이다.
중국이 남중국해의 우디섬에 사상 처음으로 폭격기를 배치했다는 소식도 미국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군용기 전문 블로그인 CMA는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이 이달들어 남중국해에 위치한 우디섬에 H-6J를 배치했다고 밝혔다.
갈등이 고조되면서 ‘미국편’을 택한 일본도 베트남에 처음으로 초계정 6척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중국 압박에 동참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3300km에 달하는 히말라야 지역 국경 문제로 수십년간 인도와 다투고 있는 중국은 지난 6월엔 실제 무력 충돌까지 벌였다. 이 사건으로 수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결국 양국은 이후 국경에 전투기와 미사일을 배치하는 등 군비 확충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인도에서 역풍을 맞고 있다. 인도는 중국 동영상 공유앱 틱톡 등 IT(정보기술) 기업들을 줄줄이 퇴출하고 있고, 불매운동까지 일어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인도에서 추진 중인 프로젝트도 죄다 중단됐다.
미 기업들은 미중 갈등을 일으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연일 불만을 터뜨리지만 최근 인도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보곤 흐뭇하게 웃는다. 중국이 빠져나간 자리를 미 기업들이 채울 것으로 기대하면서다.
포린폴리시(FP)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기회에 인도와의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려고 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각종 군사장비도 팔고, 함께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달말 인도 등 외국 파트너에게 군사용 무장 드론을 판매하도록 규정도 개정했다. 이제 남은 건 인도의 승낙 뿐이다.
베이징(중국)=김명룡 특파원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베이징(중국)=김명룡 특파원 drag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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