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입력 2020.07.31. 05:02 수정 2020.07.31. 06:43
미국과 중국이 상대방의 총영사관을 폐쇄한 것은 오랫동안 물밑에서 벌여온 첩보전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총성 없는 전쟁의 노출이다.
미국은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지난 24일 폐쇄했다. 중국도 사흘 뒤인 27일 청두의 미국 총영사관의 문을 닫게 했다.
과도한 첩보전의 불씨는 중국이다. 중국은 2050년 미국을 앞서는 과학기술력과 군사력을 갖는다는 게 목표다. 하지만 기술은 여전히 미국에 뒤처져 있는 게 현실이다.
중국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기술을 빼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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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 인접 오스틴에선 AI-로봇 전투체계 연구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폐쇄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재미 중국 학자로부터 첨단기술을 수집하던 정황이 드러나며 커진 사건이다.
휴스턴은 미국 내에서 잠재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도시다. 포츈 500대 기업 가운데 20개가 휴스턴에 있다.
세계 최대 의료단지인 텍사스 메디컬센터(TMC)는 방문 환자가 연간 1000만명이고 30억 달러를 투입해 추가 확장도 진행 중이다. TMC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MD앤더슨 암센터와 텍사스 아동병원, 베일러 의대 등이 있다.
중국으로선 백신 개발에 필수적인 임상자료도 중요하다. TMC를 중심으로 연구기관이 25개나 있고, 첨단 제약기술을 가진 회사도 많다.
최근 코로나19와 관련된 백신과 치료제 기술도 개발 중이라고 한다. 당연히 TMC는 중국 스파이의 표적이다.
이와 함께 휴스턴엔 미국의 정유회사들이 집중돼 있다.
에너지 기술에 목마른 중국의 관심 대상이다. 또 휴스턴에는 NASA의 존슨우주발사센터가 있고, 최근엔 디지털 기술과 생명과학 스타트업이 활발하다. 중국은 휴스턴과 2018년 교역액이 200억 달러로, 멕시코에 이어 2위여서 활동하기에 좋은 여건이다.
미국 휴스턴의 중국 총영사관 안에서 21일 직원들이 서류를 불태우고 있는 모습을 미국 현지 방송이 보도했다. [ KPRC2 화면 캡처]
텍사스를 허브로 하는 중국의 스파이 활동의 또 다른 중요한 표적은 텍사스주의 주도가 있는 오스틴이다. 휴스턴과는 불과 200여㎞ 떨어진 인접 도시다. 여기에 미 육군 미래사령부(Army Future Command)가 있다.
4성 장군이 지휘하는 사령부는 2만 4000명 규모로, 2018년 창설돼 지난해 여름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미래사령부는 오스틴대학과 함께 앞으로 미 육군이 갖출 AI-로봇 전투체계를 연구하고 있다. 미래 전쟁을 좌우할 전투장비들이다.
미 국방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추진해왔던 국방개혁 프로그램인 미래전투체계(FCS: Future Combat System)를 과감하게 폐기하고, AI-로봇 전투체계에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다.
미 육군은 올해와 2030년, 2040년 등 3단계로 전투로봇군대로 재편할 계획이다. 미 육군은 조만간 유인 장갑차와 전차 로봇을 팀으로 작전하는 시험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무기에 적용될 AI 로직과 방대한 실험 데이터, AI를 구동할 반도체 칩과 양자 컴퓨터, 이 전투체계가 갖출 고성능 레이저 무기와 극초음속 미사일 등 모든 게 미국에 열세다.
따라서 중국으로선 미군이 추진하는 새로운 전투체계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새로운 전투체계는 과거처럼 국방부가 독자적으로 추진하지 않으면서 중국 스파이 활동의 표적이 된 것으로 보인다.
미래사령부는 오스틴대학을 비롯한 민간 연구기관과 업체 등 4500여개와 계약해 개방식으로 개발을 추진 중이다. 미국과 경쟁하고 있는 중국으로선 미래사령부의 업무는 물론, 사령부와 계약을 맺고 있는 모든 업체가 먹잇감이다.
더구나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은 텍사스주 외에도 미 중부사령부가 있는 플로리다와 오클라호마, 미시시피 등 미국 남부지역의 영사업무를 총괄한다. 스파이 활동을 현장에서 지휘할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을 가리켜“스파이 활동과 지식재산권 절도의 중심지”라고 말한 이유로 보인다.
26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중국 청두 주재 미 영사관에 붙어 있는 미국 현판을 제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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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학자 네트워크, 기업사냥, 해킹, 첩보원
휴스턴에서 드러난 중국의 스파이 활동은 극히 일부다. 미국은 처음엔 중국의 스파이 활동을 기술 확보 노력으로 봐줬다. 그러나 중국의 기술 탈취는 날이 갈수록 대담해졌다.
중국이 동ㆍ남중국해 장악을 시도하면서 미ㆍ중 전략경쟁에 불을 붙였다. 그러자 미국은 중국의 기술 스파이 행각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중국을 2017년 말부터 공식적으로 ‘적(enemy)’으로 규정했다. 미 백악관과 국방부 등에서 발행하는 공식 문서에 중국을 ‘적’이라고 적고 있다.
중국은 공산 독재국가이고, 인권 탄압, 종교의 자유 제한, 해외 지적재산 탈취, 환율 조작 등을 자행하는 나쁜 국가라는 것이다.
지난 23일 캘리포니아주 요바린다에 위치한 닉슨도서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한 ‘공산주의자 중국과 자유 세계의 미래’ 연설은 그 결정판이다. 그는 중국 정부를 ‘중국 공산당’, ‘새로운 전체주의 독재국가’로 표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의 평화적 부상이라는 말에 속았다”며 “우리가 중국을 바꾸지 않으면 중국이 우리를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기술 스파이전은 교묘하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 나가 있는 중국 학자로부터 정보 수집, 해외 첩보원으로부터 구매, 해킹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쉬운 방법은 핵심 기술과 영업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외국 회사를 통째로 사는 것이다. 기업사냥이다
.
중국 지리자동차는 2010년 스웨덴의 볼보를 인수했다. 2016년엔 중국의 최대 백색 가전업체인 메이디가 독일의 첨단 로봇업체인 쿠가AG를 합병했다.
이는 중국 기업사냥의 극히 일부다. 최근엔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기업이 자금난으로 어려워지자 중국은 차이나 머니를 동원해 기업사냥에 나섰다.
그러자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이 연합 방어로 나왔다.
한국도 지난해 외국인이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ㆍ합병하려면 정부의 승인을 받거나 사전에 신고하도록 했다.
한국 정부가 우려하는 해외 기업이란 사실상 중국이다. 이러다 보니 중국의 기업사냥은 한계에 봉착했다. 더구나 군사기술은 공개적으로 돈으로 살 수도 없다.
미 법무부는 23일(현지시간) 중국 인민해방군(PLA) 지위를 속이려 한 4명이 비자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 홈페이지 캡쳐]
중국이 학자들을 활용해 미국에서 기술을 빼내려다 발각된 사례는 미 법무부가 공개한 자료에 수도 없이 많다. 지난 23일엔 4명의 용의자를 공개했다. 모두 중국군 소속인데 신분을 속여 비자를 받아 미국 대학에서 연구했다.
송첸은 2011년에 잠시 중국군에 근무했다고 속여 2018년 12월 미국에 입국했다.
그 뒤 스탠퍼드 대학의 뇌질환 연구센터에서 연구했다. 하지만 송첸은 중국 공군 소속이었다. 미국 법은 비자에 허위로 기재하면 최대 10년 징역에 25만 달러의 벌금형을 정하고 있다. 송첸은 지난 6월 18일 체포됐다.
왕진은 지난해 3월 미국에 입국했다. 그는 중국군 현역 소령인데도 2002∼2016년 사이 중국군에 있었다고 비자에 허위로 기재했다.
그는 미국에 입국한 뒤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분교에서 연구했다. 그의 임무는 미국의 연구실을 중국에 그대로 옮겨 심는 것이었다. 왕은 지난 6월 7일 LA 공항에서 체포됐다.
3번째 용의자는 자오카이카이다. 자오는 인디애나대에서 머신러닝과 인공지능(AI)을 연구했다.
그러나 미국에 들어오기 위한 비자를 받을 때 군 경력이 없다고 적었다. 하지만 자오는 중국군 국방기술대학 소속의 공군 장교였다. 그 또한 7월 18일 체포됐다.
문제는 4번째 용의자다. 탕주안은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분교에서 연구했다. 탕은 다른 용의자와 마찬가지로 비자에 군 경력이 없다고 기재했다
. 그러나 그는 중국 공군의과대학 소속의 현역 장교였다. FBI는 탕을 체포하려 했지만, 그는 샌프란시스코 주재 중국 총영사관으로 도피했다.
하지만 결국 미 법무부에 의해 지난 23일 체포됐다. 이 사건도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폐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번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도 중국 직원이 가짜 비자로 용의자들을 이동시켰기 때문에 일어났다
휴스턴에선 코로나19 백신 관련 기술을 훔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FBI는 텍사스대 관련 연구진에 수사를 통보한 상태다.
FBI는 또 중국군이 영사관을 중심으로 미국의 25개 도시에서 기술정보를 빼내는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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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인 계획'으로 첨단기술 수집도
중국이 해외 중국 학자를 모집하는 1000인계획(TTP: Thousand Talent Program)도 만만치 않다. 1998년부터 100인 계획으로 출발한 TTP는 주로 미국의 대학과 연구기관 등에 근무한 중국인이 표적이다. 이들이 TPP에 선정되면 엄청난 창업자금에 각종 기회가 주어진다.
그래서 해외 중국 학자들이 자신이 하고 있던 연구기밀을 빼내 중국 당국에 제공하고 TTP에 선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첨단기술과 기업의 영업비밀이 중국으로 고스란히 빠져나가는 것이다. 중국은 TTP를 시행한 이래 7000여 명의 인재를 모집했다고 한다.
중국의 ‘천인계획’ 활용 방식.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그러나 모집 과정에 문제가 많았다. 장하오는 TTP에 지원하기 위해 반도체 설계 기술을 가진 아바고(Avago)와 스카이워크스의 영업비밀을 빼돌렸다가 체포됐다.
TTP를 도와주다 체포된 사례도 있다.
지난 5월 사건이다. 미 에모리대 리지아오지앙 교수는 TTP의 인재 모집책을 하면서 중국으로부터 50만 달러를 받았으나 미 국세청에 신고하지 않았다. 그는 1년 보호관찰에 벌금형을 받았다.
하버드대 화학생물학과장이었던 찰스 리버 교수도 2011년부터 TTP에 참여하면서 중국으로부터 1500만 달러를 받았다. 나노과학의 세계적 전문가인 리버 교수는 지난 1월 체포됐다.
미 법무부는 중국의 해킹도 심각한 범죄로 보고 있다. 중국은 인민해방군 총참모부 3부 소속의 61398부대 등의 해킹부대로 미국의 첨단 군사기술을 빼갔다.
스텔스 전투기 F-35와 F-22, 이지스함과 항공모함, 패트리어트 미사일,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 등의 설계도를 빼내는 등 셀 수가 없을 정도다.
중국이 해킹으로 훔쳐간 F-35 기술로 개발한 전투기가 젠-31인데 F-35와 그 모습이 흡사하다.
지난 2월에는 미 법무부가 중국군 소속 해커 4명을 공개했다. 이들 해커는 2017년 미 최대 신용평가업체인 에퀴팩스에 침투해 미국 시민 1억4500만명의 개인정보를 빼냈다.
중국은 미국의 기술에서 개인의 세세한 정보까지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1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광장에서 열린 건국 70주년 기념 군사퍼레이드에 무인 공격기(드론)가 등장했다. 중국은 천인계획 등으로 확보한 최첨단 기술을 군사력 강화에 쓰고 있다. [EPA=연합뉴스]
중국은 해킹 외에도 틱톡(TikTok) 등을 통해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개인정보를 수집한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틱톡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미국이 자국은 물론 동맹국에도 화웨이 장비 사용을 차단하려는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중국은 화웨이 장비를 통해 통신 감청은 물론, 해킹도 가능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유사시에는 화웨이 장비와 연결된 군사장비 또는 무기를 해킹해 기능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해킹으로도 안 될 땐 직접 미국에 가서 첩보원으로부터 정보를 사기도 한다.
지난해 6월 리꿩상이라는 중국인은 미 샌디에고에서 ‘팰콘3’이라는 해군 통신장비와 미군의 탄약 리스트를 불법 구매한 뒤 멕시코로 빠져 나가려다 붙잡혔다.
샌디에고에는 태평양사령부를 지원하는 미 3함대 사령부가 있다.
남중국에서 작전하는 항공모함 링컨함과 루즈벨트함 등의 모항이기도 하다. 중국이 미 해군의 해외원정 통신장비인 팰콘3을 갖고 있으면 통신을 도청할 수 있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 kim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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