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수출규제 1년..불화수소 국산화 성과
식각공정·세정공정..농도에 따라 다르게 사용
반도체 미세공정 수준 올라갈수록 기체 불화수소 중요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지난해 7월, 일본은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전략물자 절차 간소화 대상국) 배제하며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을 규제했습니다.
당시 일본은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불화수소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3가지 품목의 수출을 개별허가로 바꾸면서 사실상 한국 수출 길을 막았는데요.
이 품목에 대한 한국의 일본 수입 의존도가 90%에 육박한 상황이어서 일본이 우리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는 비난이 쏟아졌죠.
일본 수출 규제 1년이 지난 지금 아픔을 딛고 일어나 우리나라는 오히려 반도체 산업을 소재·부품·장비(소부장)까지 넓게 바라보게 됐고, 소부장 국산화 바람이 불었습니다.
이 중 가장 앞선 성과를 보이는 분야는 무엇일까요. 바로 불화수소입니다. 오늘 ‘배진솔의 전자사전’에서는 불화수소가 왜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필요한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불화수소는 반도체의 식각공정과 세정공정에 쓰이는 핵심 소재입니다.
불화수소는 수소와 플루오린이 만나 탄생한 화합물로 플루오린화 수소라고도 불립니다.
수소와 결합된 플루오린은 불소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원소인데요. 반응성이 강하고 플라스틱이나 유리를 녹이는 성질이 있습니다.
이 성질을 이용해서 반도체 식각 공정에서는 회로 패턴 외에 불필요한 부분을 부식하는데 사용하고, 농도를 묽게 해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한 세정 공정에서도 사용하는 것이죠.
식각 공정은 판화를 떠올리면 됩니다.
나무, 금속, 돌 등의 면에 뭔가 그려서 잉크나 물감을 칠해 종이나 천에 인쇄하는 방식입니다.
웨이퍼에 액체 또는 기체의 불화수소를 이용해 불필요한 부분을 선택적으로 제거함으로써 반도체 회로 패턴을 형성하죠.
세정공정은 미세공정을 다루는 반도체에서 수율을 높이는 데 아주 중요한 과정입니다.
확산공정, 포토공정, 식각공정, 증착공정 등 수백 여 단계 공정 사이사이에 반복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죠. 불화수소는 웨이퍼 표면의 불순물을 하나하나 씻어주는 작업에 들어갑니다.
반복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진행 횟수가 다른 공정보다 2배 정도 많아 고순도의 불화수소가 특히 중요합니다.
식각공정 과정 (사진=삼성반도체이야기
)
◇불화수소 일본 수입액 85.8% 급감…기체 불화수소도 생산가능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월 불화수소의 일본 수입액은 403만 3000달러(약 48억 5000만원)로 작년 같은 기간의 2843만 6000달러(약 342억 6000만원)보다 85.8% 급감했습니다.
불화수소 일본 수입 비중도 작년 같은 기간 43.9%에서 올해 12.3%로 대폭 낮아졌죠.
그런데 불화수소는 가스상태와 액체상태가 있는데요.
반도체 미세 공정수준이 올라갈수록 액체보다는 기체 형태의 불화수소가 더 많이 쓰입니다.
불화수소의 끓는 점이 19.5℃인데 상온(25℃)에서는 기체 상태로 존재했다가 충분히 낮은 온도이거나 높은 압력을 가할 땐 액체상태가 됩니다.
원재료라고 할 수 있는 가스상태의 불화수소를 원래 일본이 꽉 잡고 있었고요.
지난해 말 SK(034730)그룹의 소재 계열사 SK머티리얼즈(036490)가 초고순도 불화수소 가스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지난달 17일부터 초고순도(순도 99.999%) 불화수소 가스 양산에 들어가 2023년까지 불화수소 가스 국산화율을 7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입니다.
또 현재 액체 불화수소 공장을 늘린 솔브레인(036830)과 램테크놀러지(171010)는 지난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에 안정적으로 액체불화수소를 공급하면서 기체 불화수소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기체 불화수소까지 국산화하는 데 시간이 오래걸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배진솔 (sincer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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