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탁 기자 입력 2020.06.18. 14:01 수정 2020.06.18. 14:02
아직 잭팟 터뜨린 곳 없어..짐 로저스 "한국이 리더 될 것"
(시사저널=오종탁 기자)
2004년 영국 맨체스터대학의 안드레이 가임 교수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박사가 흑연에서 그래핀을 분리해 내는 데 성공했다.
강철보다 200배 강하고, 구리보다 100배 많은 전류를 통하게 하고, 실리콘보다 100배 빨리 전자를 전달할 수 있는 그래핀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두 사람은 이 연구로 2010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래핀이 발견된 지 올해로 16년째. 발견 직후 모든 산업을 뒤집어 놓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아직도 '유망주' 꼬리표가 붙어 있다.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로 넘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물간 것은 결코 아니다. 세계 각국 정부, 기업 등이 그래핀의 잠재력을 폭발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그래핀 종주국'인 영국은 맨체스터에 국립그래핀연구소를 세우고 기업들과 함께 그래핀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해 왔다. 영국 정부는 국가경제의 미래를 책임질 수도 있는 이 연구소에 지원을 쏟아붓고 있다.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2016년 3월 한국 기업 스탠다드그래핀의 이정훈 대표를 싱가포르 자택으로 초대했다. ⓒ스탠다드그래핀 제공
중국도 샤먼시에 그래핀양성화단지를 조성해 기업들이 관련 제품을 개발하도록 적극 독려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2015년 발표한 첨단기술 육성책 '중국제조 2025'에 따르면 중국 내 그래핀 시장 규모는 2020년 100억 위안(약 1조7000억원), 2025년 1000억 위안(약 1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가로 불리는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지난해 10월 방한해 "머지않은 미래에 그래핀은 인터넷보다 인류에게 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로저스 회장은 한국의 그래핀 기업인 스탠다드그래핀 초청으로 서울을 찾았다.
그는 스탠다드그래핀의 주주이기도 하다. 2016년 3월 이정훈 스탠다드그래핀 대표를 싱가포르 자택으로 초대해 사업 브리핑을 듣고 주주가 되기로 결정했다. 6개월 후에는 직접 스탠다드그래핀의 연구·생산 시설을 둘러봤다.
로저스 회장이 예상하는 그래핀 산업 선도국은 영국도 중국도 아닌 바로 한국이다.
한반도가 자원은 물론 대량생산 능력도 갖추고 있어 잠재력이 크다고 그는 강조한다. 자원에 관한 언급은 북한과의 통일 가능성을 겨냥한 것이다. 북한에 현재 그래핀 원료인 흑연이 대량 매장돼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핵심 소재로 주목받는 그래핀은 해당 산업에 사활을 건 한국에도 중요한 미래 먹거리다. 그간 국내 그래핀 산업에선 뚜렷한 성과가 없다가 올해 들어 희소식들이 들려오고 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화학연구원은 지난달 그래핀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원은 이 기술을 그래핀 기업 엘브스지켐텍에 이전하고 연내 그래핀 대량생산을 목표로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화학연 연구진이 개발한 전기화학 박리공정 기반의 멀티 전극 시스템은 흑연 전극에 전기를 흘려보내 그래핀을 아주 얇은 층으로 벗겨내는 방식이다.
그래핀은 장치 아래의 필터를 통해 가루 형태로 추출된다. 이 시스템으로 1시간에 고품질 그래핀 60g을 생산할 수 있으며, g당 가격도 2000원으로 매우 저렴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생산된 그래핀은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의 방열 부품, 전기자동차용 이차전지 전극 등에 쓰일 예정이다.
비슷한 시기 스탠다드그래핀은 전 세계 그래핀 업계 최초로 수처리 기술에 대한 NSF(National Sanitation Foundation) 인증을 취득했다.
NSF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공식 지정한 정수 및 식수 공인 인증기관이다.
취득한 인증은 NSF42와 NSF61 등 2종이다.
NSF42는 가정용 정수기 소재로 사용할 경우, NSF61은 정수처리장 등 식수시설의 수처리 소재로 사용할 경우 인체에 해가 없다는 게 검증되면 받을 수 있다.
울산에 있는 스탠다드그래핀 연구센터를 찾아 수처리 시연을 참관했다.
까만 잉크가 섞인 물이 필터를 지나자 순식간에 깨끗한 물로 바뀌었다.
스탠다드그래핀이 그래핀 기술로 개발한 수처리 전용 신소재 슈퍼그래파이트(Super Graphite)로 만들어진 필터다.
김상호 스탠다드그래핀 수처리사업팀장은 "까다로운 검증 과정을 통과해 국제공인을 받은 만큼 향후 스탠다드그래핀의 수처리 사업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전했다.
수처리 필터 옆에는 그래핀 기술로 만든 비누도 놓여 있었다.
최백범 스탠다드그래핀 이사는 "천연비누에 그래핀 기술을 적용하면 강도가 세지고 미백, 탈취 등의 기능도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스탠다드그래핀은 자사가 만든 그래핀 소재를 미국 국제화장품원료집(ICID)에 '그래핀'이라는 이름으로 등재하는 데도 성공했다
. ICID는 전 세계 화장품 원료 선택의 기준이 되는 주요 지표다.
최백범 이사는 "이번 ICID 등재를 통해 화장품 원료로 그래핀이 새롭게 조명되면서 세계적으로 화장품과 마스크 제품 개발에 스탠다드그래핀의 제품이 폭넓게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며 "스탠다드그래핀은 앞으로도 그래핀 제조기술을 연구하는 동시에 응용 분야 활용 방안도 열심히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pixabay
그래핀(graphene)은 흑연을 뜻하는 '그래파이트'(Graphite)와 탄소 이중결합 형식을 띤 분자를 뜻하는 접미사인 'ene'을 결합해 만든 용어다.
흑연의 한 층을 떼어내면 탄소원자가 육각형으로 연속 결합된 구조가 나타난다.
탄소 원자가 구형으로 뭉치면 풀러린, 원기둥 모양으로 말리면 탄소나노튜브, 펼치면 그래핀이 된다.
그래핀은 두께가 0.2나노미터(nm·10억분의 1m)로 얇아 빛의 98%를 통과시킬 정도로 투명하다.
육각형 구조의 공간이 완충 역할을 해 강도는 강철보다 200배 강하다.
면적의 20%를 늘려도 끄떡없을 정도로 신축성이 좋다. 상온에서 금속인 구리보다 100배 많은 전류가 통하고,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전자를 빨리 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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