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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지옥' 끝.. 날개 달린 車, 5년뒤 서울에 '하늘길' 열린다

新소재,新 과학

by 석천선생 2020. 6. 1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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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고통'은 끝..날개 달린 車, 5년 뒤 서울에 '하늘 길' 연다

최기성 입력 2020.06.17 17:09

[사진 출처=현대차, 아우디, 볼로콥터, 테라퓨지아]

 

[세상만車-145] #아뿔싸! 어렵사리 취업해 첫 휴가를 해외로 떠나는 설렘에 잠을 설치다가 늦잠을 잤다.

 

비행기 출발까지 남은 시간은 5시간. 5년 전만 해도 차고 넘치는 시간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출국 과정이 까다로워져 늦어도 4시간 전에는 무조건 도착해야 한다.

 

게다가 출근 전쟁으로 교통체증이 극심한 시간대. 택시를 타더라도 공항까지는 1시간 넘게 걸리니 비행기 타긴 글렀다.

 

방법은 있다. 하늘을 나는 플라잉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11만원이라는 비용이 부담되지만 택시 출발지까지 20분, 플라잉 택시를 타고 인천공항까지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5년 뒤 하늘을 나는 자동차들이 서울 하늘길을 연다. 국토교통부는 도심항공교통(Urban Air Mobility·UMA)을 2025년 상용화하겠다는 구상을 담은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을 지난 4일 확정·발표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하늘을 나는 차를 활용한 UAM을 통해 차로 1시간 걸리는 거리를 20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버스·철도 등과 연계해 환승 시간도 줄어든다.

 

하늘을 나는 차는 기존 헬리콥터와 비슷한 고도·경로를 비행하지만 전기를 동력으로 삼아 탄소 배출이 없고 소음도 적다.

 

운임은 상용화 초기에는 40㎞(인천공항~여의도) 기준 11만원으로 모범택시보다 비싸다. 그러나 시장이 확대되면 2만원 수준으로 일반 택시보다 저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늘길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UAM은 기체 제작 및 유지 보수, 운항·관제, 인프라스트럭처, 서비스, 보험 등 종합적인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40년까지 7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는 2040년 국내 UAM 시장 규모만 13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일자리 16만개, 생산 유발 23조원, 부가가치 유발 11조원 등 산업적 파급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은 UAM이 현실화하면 서울시내 평균 이동 시간은 자동차 대비 70% 짧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사회적 비용으로 환산하면 서울에서만 연간 429억원, 국내 대도시 전체에서는 2735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

 

미국 항공사 보잉도 UAM으로 출퇴근 시간이 90분 이상 걸리는 도시의 교통 정체를 25% 정도 완화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각국 정부는 이에 UAM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은 이미 2005년부터 차세대교통시스템연구소를 설립해 UAM 관련 인증을 개발하고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2011년에 UAM 개발을 위해 620만달러(약 72억원)를 투입했다.

 

현재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유럽항공안전청(EASA)은 기체 관련 안전 기준을 마련 중이고 일부 기체는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 하늘길을 잡기 위해 항공 기술을 선점한 항공 업계는 물론 대규모 양산 능력을 갖춘 자동차 업계까지 200여 개 업체가 기체 개발에 진출하거나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보잉 에어버스 벨 등 항공 관련 회사들과 현대차 도요타 아우디 다임러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가장 적극적이다.

 

트랜지션 [사진 출처=테라퓨지아]

 

 

사실 도심 교통난 해결책이자 미래 모빌리티 산업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하늘을 나는 차는 이미 1980년대에 등장했다. 플라잉카다.

 

'백투더퓨쳐' '스타워즈' 등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상상 속 존재에서 군사용이나 레저용으로 현실화됐다. 다만 항공기·자동차 관련 벤처나 군수 업체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탑승 인원도 대부분 1~2명에 불과해 교통난을 해결하기에는 어림도 없는 수준이었다. 이착륙을 위한 활주로가 필요해 혼잡한 도시에서 사용하기에도 어려웠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플라잉카가 개인용 비행체(Personal Aerial Vehicle·PAV)로 진화하면서 점차 미래 교통수단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다만 당시엔 자본력이 부족한 자동차나 비행기 관련 벤처들이 개발에 나서 상용화가 어려웠고 수송 능력도 떨어졌다. 기존 경비행기나 패러글라이딩 시스템을 사용해 도시에서 사용하기에 한계도 있었다.

 

PAV 초기 모델로는 테라퓨지아가 개발한 트랜지션과 파라제트사가 내놓은 스카이카가 대표적이다. 트랜지션은 가솔린 엔진을 장착했다. 도로에서는 시속 113㎞, 하늘에서는 시속 185㎞까지 속력을 낼 수 있다.

 

도로를 달릴 때는 날개를 접어 뒷바퀴 쪽에 붙여놨다가 하늘을 날 때는 펼치는 방식을 사용했다. 프로펠러는 앞바퀴 쪽에 설치됐다. 자동차에서 비행기로 변신하는 시간은 30초 정도로 빨랐다. 하지만 탑승 인원은 운전자 겸 조종사를 포함해 2명에 불과했다.

스카이카는 폐기물을 재활용한 바이오연료와 1000㏄ 엔진을 장착했다. 지상에서는 프로펠러의 힘으로 최고 시속 180㎞로 주행할 수 있다.

 

하늘로 날아오를 때는 프로펠러 대신 패러글라이딩과 차량 뒷부분의 큰 팬을 이용한다. 하늘에선 시속 110㎞로 날 수 있다.

 

그러나 200m에 달하는 활주로가 있어야 하고 탑승 인원도 1~2명에 불과했다. PAV라는 단어에 충실한 개인용 이동수단에 그쳤다.

 

자동차에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헬기를 합체한 'AVX TX'도 있다. 미국 AVX 에어크래프트가 디자인으로 공개한 이 차는 '하늘을 나는 험비'다. 도로에서는 시속 130㎞, 비포장도로에서는 시속 50㎞로 주행할 수 있다.

 

탑승 인원은 4명이고 화물 적재 용량은 450㎏이다. 한 번 급유하면 400㎞를 이동할 수 있다. 다른 PAV보다 수송 능력이 뛰어나지만 도시에서 사용하기 어려운 군사용이라는 한계가 있다.

 

볼로시티 [사진 출처=볼로콥터]

 

여전히 럭셔리카처럼 일부 부유층을 위한 레저용이나 군사용에 머물렀던 PAV는 수직이착륙·배터리 기술의 발전, 무선전파 유도로 비행하는 무인기인 드론의 등장에 힘입어 2010년대부터 미래 운송수단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PAV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글로벌 항공기·자동차 회사들은 개인용 이동수단을 넘어 대중교통에 초점을 맞춘 PAV를 선보이고 있다. 도심 하늘길을 이용하는 솔루션인 UAM 개념도 함께 등장했다.

 

UAM에는 활주로가 필요 없고 조용하고 친환경적이며 자율주행 기능도 갖춘 전기 추진 기반 수직이착륙(electric Vertical Take Off and Landing·eVTOL) PAV가 핵심이다.

 

자동차를 넘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UAM과 PAV가 '모빌리티(이동성) 혁명'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해 관련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속한 다임러그룹은 2017년 도심 하늘을 이용하는 '에어 택시' 관련 스타트업 '볼로콥터

 

(Volocopter)'에 2500만유로(약 322억원)를 투자했다. 볼로콥터가 지난해 선보인 에어 택시인 '볼로시티(VoloCity)'는 전기로 움직이는 2인승 모델이다. 시속 100㎞ 속도로 35㎞를 운항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미래 모빌리티 비전과 전략을 소개하는 'EQ 퓨처' 전시관을 개관하면서 볼로시티 모형도 선보였다.

 

아우디도 이탈디자인, 에어버스와 함께 개발한 수평·수직이동 자율주행 전기차 콘셉트인 '팝.업 넥스트(Pop.Up Next)'를 2018년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했다.

 

팝.업 넥스트는 승객용 캡슐과 드론을 결합하는 모듈형 UAM이다. 에어·접지 모듈을 이용해 도로를 달리거나 하늘을 날 수 있다. 실물의 4분의 1 크기로 제작된 프로토 타입으로 시험비행에도 성공했다.

 

팝.업 넥스트 [사진 출처=아우디]

 

 

중국 지리자동차도 트랜지션을 선보인 테라퓨지아를 인수해 UAM 기술과 데이터를 확보했다. 현재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PAV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UAM 분야에서 최근 주목받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는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는 UAM이 '지상의 혼잡한 교통 정체로부터 해방(Liberation from grid-lock)'과 누구나 이용 가능한 '비행의 민주화(Democratization of flight)'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한다.

 

UAM이 도시화로 발생하는 이동 시간 증가와 교통체증 심화를 극복하는 동시에 모빌리티 패러다임을 전환시킬 미래 혁신 사업으로 판단한다.

 

현대차는 이에 지난해 9월 UAM 핵심 기술 개발과 사업 추진을 전담하는 UAM사업부를 신설했다. 또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 미래항공연구 전문가인 신재원 박사를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10월 '함께 만들어가는 변화'를 주제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현대차·기아차의 미래에 대해 "자동차를 만드는 것은 분명하지만 자동차가 50%, PAV는 30%, 로보틱스는 20%가 될 것"이라며 "그 안에서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는 회사로 변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9월에도 미국 뉴욕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비행 자동차가 완전자율주행 단계인 레벨5에 도달한 자율주행차보다 먼저 상용화될 수도 있다"며 UAM 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S-A1 [사진 출처=현대차]

 

현대차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국제가전박람회(CES) 2020'에서 UAM을 선보였다.

 

현대차는 UAM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 CES 2020 개막날 세계 최대 승차 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Uber)와도 손잡았다. 우버와 UAM 분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은 현대차가 처음이다.

 

우버와 손잡은 현대차는 CES 2020에서 eVTOL PAV인 'S-A1'을 선보였다. S-A1은 우버의 항공 택시 개발 프로세스를 통해 완성됐다.

 

S-A1은 날개는 15m, 전장은 10.7m다. 조종사를 포함해 5명이 탑승할 수 있다. 1~2명이 탈 수 있는 다른 PAV보다 탑승 인원이 2배 이상 많다.

 

총 8개 프로펠러를 통해 100㎞를 비행할 수 있다. 최고 비행 속력은 시속 290㎞에 달한다. 이착륙 장소에서 승객이 타고 내리는 5분여 동안 고속 배터리를 충전해 다시 날 수 있다.

 

 

상용화 초기에는 조종사가 직접 조종하지만, 자동 비행 기술이 안정화된 이후부터는 자율비행이 가능하도록 개발될 예정이다.

 

현대차 미래 모빌리티 비전 [사진 출처=현대차]

 

현대차는 미래 모빌리티 비전 구현을 위해 UAM, PAV 이외에 지상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시간 동안 탑승객에게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친환경 이동 솔루션인 목적 기반 모빌리티(Purpose Built Vehicle·PBV), UAM과 PBV를 연결하는 모빌리티 환승 거점인 허브(Hub)도 제시했다.

 

UAM은 PAV를 통해 하늘과 지상을 연결하고, PBV는 도로 위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 두 종류의 스마트 모빌리티는 미래도시 전역에 설치될 허브와 연결돼 모빌리티 생태계를 형성한다.

 

 

[최기성 기자 gistar@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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