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고비사막에서 발굴된 프로토케라톱스의 태아 화석들. 뼈를 둘러싼 얇은 막은 거북이나 뱀의 알처럼 말랑말랑한 알 성분으로 밝혀졌다./미국자연사박물관
영화 쥬라기공원을 보면 공룡은 모두 딱딱한 알을 깨고 태어난다. 앞으로는 부드러운 알을 찢고 나오는 장면이 추가돼야 할 것 같다. 공룡도 거북이나 뱀처럼 말랑말랑한 알을 낳았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마크 노렐 박사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18일 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남미와 몽골에서 발굴된 서로 다른 두 공룡의 알이 도마뱀이나 뱀, 거북의 알처럼 유연하고 부드러운 껍질을 가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지난 20여년간 두 발로 걷는 육식공룡인 수각류나 초식공룡인 용각류, 오리주둥이공룡류의 뼈 화석과 알 화석을 발굴했다. 지금까지 발굴된 공룡 알은 모두 오늘날 새처럼 딱딱한 껍질을 갖고 있었다.
반면 뿔 달린 각룡류는 뼈 화석은 발굴했지만 알은 찾지 못했다. 연구진은 각룡류의 알이 말랑말랑해 화석으로 남지 못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몽골 고비사막에서 발굴된 거의 온전한 상태의 프로토케라톱스 태아. 뼈를 둘러싼 얇은 막은 거북이나 뱀의 알처럼 말랑말랑한 알 성분으로 밝혀졌다./미국자연사박물관
연구진은 몽골에서 지금으로부터 7500만년~7100만년 전에 살았던 각룡류인 프로토케라톱스의 화석을 발굴했다.
다 자라면 양만 한 크기의 공룡이다. 뼈 화석은 마치 태아처럼 등을 구부리고 다리를 앞으로 모은 자세였다. 뼈들은 얇은 막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남미 아르헨티나에서는 2억2700만년~2억850만년 전 살았던 초식공룡 무스사우루스의 태아 화석도 발굴했다. 목이 긴 이 초식공룡은 다자라면 길이가 6m에 이른다. 이번 태아 화석 역시 얇은 외곽 층으로 감싼 형태였다.
아르헨티나에서 발굴된 목이 긴 초식공룡 무스사우루스의 태아 화석. 뼈를 둘러싼 얇은 막은 거북이나 뱀의 알처럼 말랑말랑한 알 성분으로 밝혀졌다./미국자연사박물관
예일대의 재스미나 와인만 연구원은 공룡 태아 주변의 막에서 알 단백질 성분을 발견했다. 이후 멸종한 공룡과 오늘날의 파충류, 조류의 알 26가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딱딱한 알과 말랑말랑한 알은 화석이 됐을 때 단백질 성분이 달라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번에 확인한 프로토케라톱스와 무스사우루스의 화석은 모두 말랑말랑한 알에 해당했다.
연구진은 초기 공룡의 알이 딱딱했는지 아니면 말랑말랑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현존하거나 멸종한 파충류와 조류 112종의 알에 대한 정보와 이들의 진화관계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었다.
그 결과 공룡과 도마뱀을 비롯해 많은 집단이 처음에는 말랑말랑한 알을 낳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초기 공룡은 프로토케라톱스가 들어가는 각룡류, 무스사우루스를 포함하는 용각류, 티라노사우루스와 새가 포함되는 수각류 등 세 종류로 나뉜다.
연구진은 이들이 각각 독립적으로 부드러운 알에서 딱딱한 알로 진화했다고 밝혔다.
즉 공룡은 세 차례에 걸쳐 딱딱한 알을 진화시켰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모든 공룡이 다 딱딱한 알로 진화한 것 같지는 않다.
공룡이 6600만년 전 멸종하기 수백만년 전까지도 말랑말랑한 알을 낳은 공룡이 이번에 처음 발굴됐기 때문이다.
바다거북의 알은 말랑말랑한 재질이다. 초기 공룡도 거북과 같은 알을 낳았던 것으로 밝혀졌다./미국자연사박물관
연구진은 말랑말랑한 알을 낳은 공룡은 지금껏 생각처럼 행동이나 생리현상이 새와 비슷하지 않고 오히려 파충류와 비슷했다고 추정했다.
덩치가 큰 공룡이 말랑말랑한 알을 품다간 바로 터질 것이다.
대신 공룡은 축축한 흙이나 모래 속에 알을 넣고 위를 덮은 나뭇잎이 썩으면서 나오는 열로 부화를 시켰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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