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수 입력 2020.05.15. 20:13
[뉴스데스크] ◀ 앵커 ▶
"서울 시장 선거 전 검찰 특수부는 전쟁터 같았다"
어제 보도해 드린 한명숙 전 총리의 불법 정치 자금 사건의 폭로자였던 한신건영 고 한만호 대표의 비망록에 나오는 말입니다.
한 대표는 돈을 줬다고 증언을 했다가 번복한 이유에 대해서, 검찰이 약속을 어기고 언론 플레이를 통해 선거에 개입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당시 언론 보도가 어땠는지 장인수 기자가 취재 했습니다.
◀ 리포트 ▶
이른바 '한명숙 불법 정치자금 수사'의 결정적인 증인이었던 한만호 대표가 수사에 협조하기 시작한 건 2010년 4월 초.
서울시장 선거 불과 두 달 앞이었습니다.
한명숙 전 총리는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 후보였습니다.
한 대표는 검찰로부터 진술을 언론에 흘리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냥 진술이 아니라 '만들어진 진술'이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 걸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비망록 142쪽] "검찰 진술내용 언론에 제공하지 않는다는 약속에 모두 거짓 진술하고 날인해댔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2010년 4월 13일 동아일보 12면에 실린 '단독' 기사입니다.
"2007년 3,4,8월 세 차례 한 전 총리 집 찾아 9억 전달"
한만호 대표가 검찰에서 실토했다는 내용은 고스란히 제목이 됐습니다.
다음날 문화일보, "한 전 총리에게 건낸 9억원 중 일부를 달러화로 환전해 전달했다"는 한 발 더 나간 진술이 보도됐습니다.
한만호 대표는 검찰이 여론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소위 '언론질'을 했다고 기록했습니다.
[비망록 142쪽, 1038쪽] "검찰의 언론 플레이는 '마술사' 수준이다. 검찰은 선거 전에 계속 지지율과 여론조사 결과 분석하며 증인의 허위 진술 내용을 '언론질'해댔다. 당시 여론조사 결과가 20% 이상 차이가 나오자 '사장님 서울시장 선거 하나마나 아닙니까' 하며 웃으며 흐뭇해했다."
실제로 한만호 대표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4월 1일부터 지방선거 전날인 6월 1일까지 '한명숙 정치자금' 사건 보도는 무려 7백 건이 넘게 쏟아졌습니다.
한 대표는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비망록 24쪽] "서울시장 선거 시작 전에는 특수부 검찰은 막 전쟁터 같았다. 서둘렀다. 연일 소환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조사를 받았다. 이방 저방에서 조사받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2010년 6월, 선거 결과는 0.6%포인트 간발의 차이 한명숙 후보의 패배였습니다.
한 대표는 죄책감을 느꼈다고 털어놓습니다.
[비망록 7쪽] "총리님의 서울시장 선거 결과가 왜곡되고 검찰이 언론을 통해 무차별 이미지 훼손 기사가 나올 때마다 죄책감으로 가슴 속에 선혈이 터져나올 듯한 고통을 느꼈다."
한만호 대표는 6개월 뒤인 2010년 12월 20일, "돈을 준 사실이 없다"고 증언을 번복합니다.
그런데 진술을 바꾼 뒤 '언론질'의 대상은 한만호 대표 본인이 됩니다.
2011년 1월 5일, 동아일보는 "한 대표가 누군가로부터 경제적 대가를받
고 말을 바꿨다. 검찰이 위증교사 의혹을 확인하고 있다"는 검찰발 기사를 보도합니다.
[비망록 1164쪽] "밖에서 조중동이나 일부 언론이 권력의 나팔수라 해서 과장된 말이려니 했는데 제가 직접 당해보니 조금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었어요."
재판 방청을 나온 기자들에게 직접 호소해 보려한듯 이런 글도 남겼습니다.
[비망록 52쪽] "뒤에 계신 기자님들께 말씀 올립니다. 검찰의 발표를 무조건 기사화하시면 당사자들의 피해가 너무 가혹하다."
대검은 "2010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언론플레이를 했는가"라는 MBC의 질의에 "검찰에서 수사 내용을 언론에 유출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MBC뉴스 장인수입니다.
(영상취재 : 김효준 / 영상편집 : 배윤섭)
장인수 기자 (mangpoboy@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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